39 북구문헌

서로박: 입센의 페르귄트 (2)

필자 (匹子) 2019. 11. 4. 09:27

7. 제 4막, 페르 귄트의 방랑, 사악한 장사꾼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오랜 세월이 지나갑니다. 제 4막의 장면은 모로코 해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온갖 나라의 노예들이 매매되고 있습니다. 코통 선장, 바용 씨, 그리고 에버코프 씨 등 유럽의 각국 출신의 사람들이 노예 시장에서 물건을 흥정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제각기 유럽의 나라를 대표하는 자들로서 제3세계의 사람들을 착취하고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에서 가장 악랄한 사업을 벌인 자가 바로 페르 귄트였습니다.

 

말하자면 페르 귄트는 인신매매를 통해서 거대한 부자가 되어 있습니다.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은 돈의 힘을 빌어서, 동방의 모든 국가를 다스리는 황제가 되려 합니다. 페르 귄트의 자아는 환상이 요구하는 모든 갈망과 욕정 그리고 탐욕의 화신으로서, 이것들을 실현하려고 합니다. 그가 찰스타운의 리더로서 약 10년 동안 크뢰수스라는 왕으로 군림한 까닭은 과연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이는 과거에 자신의 아버지가 잃었던 재산과 권력을 되찾고 싶은 내적 욕구에 기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페르 귄트는 사업차 사막의 어느 부족에 머뭅니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족장의 딸, 아니트라를 만납니다. 아니트라와 함께 지내는 밤은 주인공을 황홀의 극치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아니트라는 밤에 횃불을 피워놓고, 예언자로 숭상 받는 페르 귄트 앞에서 현란한 춤을 춥니다. 도취와 광란에 휩싸인 채 살아가던 페르 귄트는 이집트 카이로의 정신 병원에 갇히게 됩니다. 병원에서도 주인공은 자신이 황제라고 선언하고 이에 대한 편집증 환자의 집착을 저버리지 않습니다.

 

8. 제 5막, 양파와 같은 삶, 페르 귄트의 죽음: 마지막 장면은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타나는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끈다.”는 말을 연상시키게 합니다. 시간이 흘러 페르 귄트는 늙고 수척한 노인으로 변합니다. 제 5막에서 그는 노구를 이끌고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배 위에서 어느 요리사와 사소한 시비 끝에 싸움을 벌이다가, 하마터면 익사할 뻔하기도 합니다. 항해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주인공은 깨닫습니다. 늙고 병든 자신은 이제 건장한 사내와 대적할 수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페르 귄트는 자신이 어린 시절에 살던 고향 마을을 배회합니다. 우연히 양파를 까다가, 자신의 삶이 속없는 강정이며, 오로지 껍질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인식합니다. 그것은 게오르크 루카치 Georg Lukács가 언급한 바 있듯이, “주인공의 삶은 핵심이 없는 껍질로 이루어져 있어서, 주인공은 수많은 에피소드를 체험하지만, 정작 하나의 특성을 지닐 수 없다.”는 뼈저린 깨달음이었습니다. 마지막에 페르 귄트는 솔베이그를 만납니다. 솔베이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는 중얼거립니다. “여기에 나의 왕권이 존재하고 있었구나.” 어떤 신비로운 악령이 다시금 그에게 접근합니다.

 

헝클어진 “실타래 악령”은 그를 묶으려 하고, “단추 주조가”는 그의 몸에 용접 물을 부으려 하며, 악마의 화신인 “도브르 알테”는 주인공이 저지른 죄들을 열거하면서, 주인공의 영혼을 모독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페르 귄트는 죄인으로서, 오랫동안 자신을 기다려준 솔베이그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해 뜰 무렵 그는 그미의 앞섶에다 얼굴을 파묻습니다. 솔베이그는 주인공에게는 어떠한 실수도 저지르지 않은 어머니요, 여자이며, 하녀였던 것입니다. 그미는 자장가를 부릅니다. 이 순간 주인공은 하직합니다.

 

9. 병든 시민 사회에 대한 비판:「페르 귄트」는 입센이 1867년에 이탈리아에 체류할 무렵에 수개월 동안에 집필되었습니다. 노르웨이 비평가들은 처음에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습니다. 극작가는 의도적으로 노르웨이 사람들의 민족적 특성에 해당한다는 이기주의, 편협성 그리고 자기만족 등과 같은 치부를 은연중에 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작품은 노르웨이 문화의 껄끄러운 모습 내지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작품 속에는 천박한 문학적 분위기가 남아 있고, 생각의 비약이나 현혹 등으로 인하여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입센의 이러한 비판에 대해 입센은 완강하게 반응하였습니다. “나의 작품은 포에지 자체이다. 만약 포에지가 아니라면, 작품이 이제 포에지로 화해야 한다. 포에지의 개념은 작품에 순응해야 하지, 작품이 포에지에 기댈 수는 없다.” 입센은 병든 사회의 외부에서, 다시 말해서 노르웨이를 떠나, 유렵 대륙에서 자신이 살던 사회의 병적인 징후를 투시하려고 했습니다. 병적 징후는 허례허식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드러납니다. 또한 그것은 개개인의 내적 욕망을 교묘하게 은폐하고 명예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약점도 드러내지 않으려는 가부장들의 표리부동한 성 도덕에서 은밀하게 드러납니다.

 

10. 시민 사회 가부장의 표리부동한 성적 욕망: 그렇다면 입센의 문학에서 병든 시민 사회를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시민 사회에서 살아가는 가부장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성적 욕망의 해결 방식에서 발견됩니다. 시민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부 가부장들은 비밀리에 홍등가를 들락거리지 않으면, 내연의 처를 거느리고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도덕군자로 행세하며, 주위에 파경을 빚고 이혼하려는 부부에 대해서 손가락질하며 비난하곤 합니다.

 

입센의 작품에서 시민 사회에서 살아가는 가부장적 속물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까닭 역시 병든 시민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이 표리부동한 속물 내지 가부장에게서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를테면 페르 귄트의 아버지 욘 귄트가 가부장적 속물입니다. 욘 귄트는 주색에 빠진 채 자신의 왕궁을 등한시 한 나머지, 가종 구성원들이 하루아침에 부귀영화를 잃고 길바닥에 나앉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