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여성들의 단계적 등급: 길리애드 공화국에서 시녀로 살아가는 “프레드걸”은 여성 예비인력으로 분류됩니다. 그리하여 그미는 나이 많은 관직의 남자에게 인계됩니다. 말하자면 프레드걸은 프레드라는 사령관의 아이를 낳도록 배분된 셈입니다. 특히 백인들의 출생률이 현저하게 감소되고 있으므로, 국가는 어떻게 해서든 백인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을 가장 시급한 관건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다음의 다섯 가지 카테고리에 의해서 단계별로 분류됩니다. 첫 번째 부류는 국가의 고위 공직자와 결혼한 여성들이며, 두 번째 부류는 여성들을 교화시키고 교육시키는 업무를 담당하는 아주머니들을 가리킵니다. 세 번째 부류는 모든 크고 작은 업무를 관장하는 “마르타” 그룹이며, 네 번째 부류는 특히 남성들의 성욕을 채워주는 “이사벨” 그룹이며,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그룹은 마치 대리모가 그러하듯이 종족 번식을 담당하는 시녀 그룹입니다. 시녀 그룹은 아기를 생산하는 기계나 다를 바 없습니다. “프레드걸”은 다섯 번째에 속하는 여성으로서 사령관의 소유로 배정됩니다. 왜냐하면 사령관의 아내, 세레나 조이가 최근에 의학연구소에서 불임으로 판정받았기 때문입니다.
10. 시녀가 침실에서 행하는 성행위: 그런데 프레드걸은 침실에서 기괴한 방식으로 성교합니다. 프레드걸의 몸 위에는 세레나 조이가 옷 입은 채 누워 있습니다. 그런데 그미의 다리는 쫙 벌려져 있습니다. 그미의 아래에 프레드걸이 반듯하게 누워 있는데, 이는 세레나의 복부가 그미의 얼굴을 내리 누르는 형국입니다. 이는 마치 세레나가 마치 이불처럼 프레드걸의 상체를 덮고 있는 것과 같은 자세입니다. 특히 기괴한 것은 세레나 조이가 두 손을 내려서 약간 아래에 누워 있는 프레드걸의 두 손을 꽉 붙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두 여자가 하나의 육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는 세레나가 성행위를 조종하기 위한 조처입니다. 프레드걸의 치마는 배 위로 올려 있고, 남자는 그미의 성기에다가 페니스를 끼운 다음에 피스톤 운동을 반복합니다. 이때 세레나는 동작에 맞추어, 아래에 누워 있는 프레드걸의 손을 당겼다놓았다는 동작을 계속 합니다. 프레드걸은 두 눈을 감고 모든 고통과 수모를 감내해야 합니다. 그미는 언젠가 빅토리아 여왕이 결혼을 앞둔 그미의 딸의 귀에다 속삭인 말을 분명히 기억합니다. “남편이 너의 몸을 취하려고 하면, 눈을 질끈 감고, 오로지 영국만을 생각해!” 그렇지만 프레드걸에게는 애국심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그미는 오르가슴을 느끼기는커녕, 가급적이면 빨리 프레드의 피스톤 운동이 그치기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11. 소설의 진행 과정에서 나타난 범법 행위: 그밖에 주인공은 대리모로서 행해야 하는 의료 시술의 과정을 감내해야 합니다. 주인공과 같은 대리모들은 때로는 인공 분만을 위해서 자궁 검사를 받고 난자를 추출하는 등 인공 분만의 고통스러운 수술을 감내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들이 제각기 길리애드의 “신성한” 법을 더 이상 지킬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를테면 사령관은 항상 반복되는 “아기 만드는 일”에 지루함을 느낀 듯이 프레드걸에게 단어 퍼즐의 놀이를 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퍼즐 놀이는 여성에 대한 글쓰기 금지 정책에 위배되는 행위입니다.
이를 잘 알면서 사령관은 놀이를 제안합니다. 사령관의 아내인 세레나 조이는 주인공, 프레드걸에게 무언가를 부탁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주인공이 자신을 대신하여 운전사, 니크와 동침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편에게는 더 이상 생식 능력이 없는 것 같으니, 다른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자식을 낳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이 사실이 발각나게 되면, 세레나는 아무리 자신에게 특권이 주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사형을 면치 못하게 될 것입니다.
바로 이 와중에서 운전수 니크는 값비싼 물건을 비밀리에 수입했다는 이유로 체포됩니다. 심문의 과정에서 그는 세레나 조이의 하수인에 불과하다고 솔직하게 토로하는데, 이로써 그는 풀려나게 됩니다. 당국은 세레나 조이에게 조심하라는 경고 조치만 내립니다. 프레드걸은 사령관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고, 섹스 대신에 단어 퍼즐 놀이를 즐기며 시간을 보냅니다. 뒤이어 그미는 운전사 니크를 만나, 사형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와 살을 섞습니다. 이는 오로지 자식을 낳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일감일 뿐입니다.
12. 한 여성의 길리애드 공화국 탈출에 관한 이야기: 작품 내에서 자동차 조수인 니크가 체제비판적인 혁명가인지, 아닌지는 결코 밝혀지지 않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비밀스러운 서클에 가담하여, 여러 체제비판적인 남자들과 자주 만난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프레드걸과 살을 섞은 다음에 검은 자동차에 태워서 어디론가 은밀한 장소로 데리고 갑니다.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그미를 영접한 사람은 두 명의 남자였습니다. 소설의 원고는 200년 후, 정확하게 말하자면 2195년 6월 25일에 대니 대학에서 개최된 국제 역사학자의 회의에서 연구 대상 자료로 논의의 대상이 됩니다. 이때 사람들은 프레드걸이라는 여자가 길리애드 공화국에서 탈출했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밝혀지게 됩니다.
13. 소설의 한계: 작가는 북아메리카뿐 아니라, 세계 전체를 의식하면서, 소설을 집필하였습니다. 소설의 주제는 여전히 억압당하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애환을 다루고 있는데, 구성을 고려할 때 페미니즘의 디스토피아 문학 작품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작품 내에서 여성들은 남성에 봉사하는 역할만 수행하며, 하나의 주체로서 어떠한 무엇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장 노골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여성들에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를 금지시키는 길리애드 공화국의 정책입니다. 그렇지만 소설 내에서 남성들이 책읽기와 글쓰기의 문화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사령관 프레드와 자동차 운전수 니크는 책을 즐겨 읽는 독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직접 어떤 무엇을 글로 표현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과연 공화국 내의 어느 누구가 구체적으로 글쓰기와 책읽기를 장악하고 있을까요? 이 점에 대해 작품은 아무 것도 답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14. 디스토피아의 문학적 설정은 하나의 경고이다.: 그렇지만 디스토피아의 설정은 놀랍기 이를 데 없으며, 기본적 착상은 놀라울 정도로 탁월합니다. 특히 신의 정치를 표방하는 길리애드 공화국의 쿠데타, 남자들에 의해서 완전히 장악된 20세기 말의 미국의 현실, 성의 노예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변태적 성행위 장면들은 우리를 전율에 사로잡히게 만듭니다. 물론 애트우드는 핵전쟁과 이로 인한 인간 삶의 파멸 현상에 관해서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이 배제되고 있습니다. 삶의 기쁨은 찾아볼 수 없으며, 예술이 말살되고, 인간적 만남으로 인한 기쁨은 모조리 생략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풍토는 무미건조하고, 황량하며, 폭력적이기까지 합니다. 단추 하나만 누르면, 수많은 인간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화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오, 작품이 경고하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특정한 광신적인 권력자가 저지르는 어떤 끔찍한 행동은 이렇듯 여성들의 자결권을 모조리 빼앗아갈 수 있으며, 모든 사람들을 순식간에 죽음과 끔찍한 경악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36 현대영문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로박: (2) 르귄의 '빼앗긴 자들. 어떤 모호한 유토피아' (0) | 2019.08.11 |
---|---|
서로박: 르귄의 '빼앗긴 자들. 어떤 모호한 유토피아' (1) (0) | 2019.08.11 |
서로박: 애트우드의 '시녀이야기' (1) (0) | 2019.08.02 |
서로박: 루시디의 악마의 시 (3) (0) | 2018.12.30 |
서로박: 루시디의 악마의 시 (2) (0) | 2018.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