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루시디의 악마의 시 (2)

필자 (匹子) 2018. 12. 30. 10:23

5. 작품의 구조: 루시디의 작품에는 여러 복합적인 사건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건이 객관적 중립성을 바탕으로 서술되는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작가의 논평 속에는 어떤 암시라든가, 추측과 같은 개연성이 첨가되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사건을 일직선적으로 서술하지 않으며, 사건과 관련되는 모티프와 문헌들 그리고 사건과 둘러싼 테마를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하려 합니다. 그렇기에 악마의 시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도출해내려는 작업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명징한 구조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핵심적인 이야기 그리고 주변적인 에피소드, 현재 그리고 과거, 주어진 현실 그리고 상상적 현실, 서술자의 관점 그리고 등장인물의 관점 등은 확연히 구분되고 있습니다.

 

소설의 첫 번째 단락과 마지막 단락의 내용은 어떤 유사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두 명의 주인공은 1985년경에 인도의 봄베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건너갔다가, 3년 후에 다시 그들의 고향으로 되돌아옵니다. 첫 번째 장에서 두 사람은 모든 것을 회상하면서 런던 망명의 삶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장에서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고향을 저버리고 머나먼 이국땅에 정착하게 되었는지를 술회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은 현재에 살아가는 일상적 이야기로 차단되고 있습니다. 간간이 주인공 지브릴의 상상적 공간은 현실적 공간과 병치되고 있습니다. 루시디는 과거의 작품 자정의 아이들 Midnight's Children에서도 시도한 바 있듯이, 두 명의 주인공을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이어나가게 했습니다.

 

6. 지브릴과 살라딘 비행기 사고를 당하다.: 주인공은 두 명의 남자입니다. 배우 지브릴 파리쉬타 그리고 성대모사가로 활동하는 살라딘 샴사가 바로 두 주인공입니다. 그들은 함께 점보제트 여객기를 타고 영국 런던으로 향하다가 비행기 사고를 당합니다. 도착 직전에 여객기가 공중에서 폭발했던 것입니다. 인도의 어느 극단주의자가 승객들을 인질로 하여 정치적 협상을 벌이다가, 일이 틀어지자 그만 기내에서 폭탄을 터뜨린 것이었습니다. 지브릴은 고향을 떠나 영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려고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그는 히말라야 등반을 직업으로 하는 알레루이야 콘이라는 매력적인 여성을 봄베이에서 만나, 그미를 사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브릴은 그미와 함께 런던에서 살기 위해 비행기에 승선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다른 한편 살라딘은 런던에서 아내, 파멜라 러브레이스와 생활하는 인도 출신의 남자인데, 이번에 고향 봄베이에 살고 있는 부모를 방문한 다음에 영국으로 돌아가던 참이었습니다.

 

7. 비행기 사고 후의 두 주인공의 삶: 비행기는 29000피트 항공에서 폭발하여 산산조각 났으나, 지브릴과 살라딘은 폭발 사고에도 기적적으로 살아남게 됩니다. 구명조끼를 입은 두 사람은 바다에 떨어져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브릴은 구조되어 런던에서 살고 있는 알레루이야 콘과 만날 수 있었지만, 살라딘은 구조 직후에 안타깝게도 영국의 불법적 망명단체 사람들에게 붙잡히게 됩니다. 살라딘은 심하게 고문당한 다음에 정신병원에서 수감됩니다. 말하자면 비행기 추락은 두 사람으로 하여금 전혀 다른 인간으로 변신해서 살아가게 했던 것입니다.

 

한 사람은 신의 찬란한 후광을 얻은 반면, 다른 한 사람은 뿔과 꼬리 달린 털 짐승의 모습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살라딘이 머물게 된 정신병원은 말이 정신병원이지 강제수용소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환자들 모두가 죄수로 취급되고 있었으며, 살라딘의 몰골 역시 그야말로 악마를 방불케 했습니다. 살라딘은 함께 수감된 어느 환자의 도움으로 병원을 탈출하게 됩니다. 아내를 찾아갔더니, 살라딘의 아내, 파멜라는 살라딘이 병원에 머무는 동안에 점피 조시라는 이름의 시인과 정분이 나 있었습니다. 절망적 상태에서 살라딘은 방글라데시 출신의 친구의 집에 잠시 기숙하게 됩니다. 문제는 병원에 머무는 동안에 그가 방송국과 맺은 계약이 파기되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Bildergebnis für die satanischen verse

 

8. 살라딘의 복수: 살라딘은 흉측한 악마의 몰골을 지녔기 때문에 런던 시가지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망명자들의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는 나이트클럽을 찾아가서 그곳에서 당분간 은거하며 지냅니다. 어느 날 밤 끔찍한 광증으로 발작을 일으켰는데, 바로 이때 그는 다시 인간의 면모를 되찾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몸 상태는 완전히 정상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살라딘은 친구 지브릴에게 복수의 계획을 세웁니다. 왜냐하면 지브릴은 자신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수수방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지브릴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신이 알레루이야의 내연남이라고 소개합니다. 성대모사가 그의 전매특허이기 때문에 음성의 변조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살라딘은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악마의 시를 전합니다. 즉 히말라야 등반자인 알레루이야는 사악한 꽃뱀인데, 살라딘을 꼬드겨 모든 것을 우려먹은 뒤에 자신을 걷어찼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살라딘은 지금 현재 벵글라데시 친구 집에 얹혀 비참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화를 끊었을 때 지브릴의 머리는 한동안 멍해져 있었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일까? 혹시 살라딘이 아닐까? 하고 의심했지만, 지브릴은 방글라데시의 가족을 찾아가 병든 살라딘을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9. 두 주인공의 뒤바뀐 운명: 지브릴은 살라딘과 함께 다시 봄베이로 되돌아갑니다. 살라딘의 아버지가 임종 직전에 처해 있었고, 지브릴 역시 그곳에서 영화 촬영의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브릴른 사랑하는 알레루이아의 정조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혼란스러운 망상 때문에 견딜 수 없는 나날을 보냅니다. 살라딘이 아버지를 만나 서로 화해하는 반면에, 지브릴의 마음은 기이한 망상 때문에 편치 않습니다. 원래 그는 선박 난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촬영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지브릴은 필름 제작자, 시소디아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애인, 알레루이아와 몰래 만나 성욕을 해소하는 자가 바로 시소디아라는 것이었습니다.

 

엄청난 질투심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촬영 도중에 끝내 시소디아를 총으로 쏴죽입니다. 그리고 나서 사랑하는 알레루이야를 높은 빌딩 옥상으로 데리고 가서 그미를 밀쳐서 추락사시킵니다. 지브릴의 심리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두 사람을 실제로 살해했는지, 아니면 망상 속에서 그런 일을 벌였는지 분간할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지브릴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맙니다. 다른 한편 살라딘은 여의사 체니 바킬을 만나 그미를 사랑하게 됩니다. 여의사의 권고를 지키면서 자신의 내면 속의 악마근성을 서서히 떨쳐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