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현대불문헌

서로박: 장 폴 사르트르의 더러운 손

필자 (匹子) 2019. 4. 29. 18:41

친애하는 Y, 앙가주망 하면, 당장 떠오르는 작가가 한 사람 있습니다. 그는 다름 아니라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프랑스의 문호, 장 폴 사르트르 (Jean Paul Sartre, 1905 - 1980)입니다. 그는 소설과 에세이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집필 활동을 시도했을 뿐 아니라, 수많은 정치 운동에 참여하였습니다. 이를테면 그는 1960년 아내이자 정치적 동지인 시몬느 보바르 Simone de Beauvoir와 함께 쿠바로 가서 단독으로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와 면담하기도 하였습니다. 1964년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했을 때 사르트르는 처음에 여러 가지 이유로 문학상 수상 거부의 제스처를 취하였습니다. 이는 제 3세계의 정치범 석방 문제 그리고 노벨 문학상 선정의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함이었지요. 오늘은 당신을 위해서 사르트르의 극작품 「더러운 손 Les mains sales」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1948년 4월 2일 파리의 앙트완 극장 Théâtre Antoine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는데,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느 정치적 살인의 범례를 통하여 한 인간이 해결해야 하는 결단이라는 실존주의적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젊은 남자 주인공, 후고는 일리리엔 Illyrien, 다시 말해서 어느 가상적인 발칸 반도 국가의 공산당에 소속되어 있는 당원입니다. (작품에서는 공산당이라는 명칭은 공개적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공산당에 가입한 것은 자신이 지금까지 속했던, 지긋지긋한 시민주의의 전통을 떨치기 위함이었습니다. 후고는 처음에 당의 대표 루이스의 곁에서 신문사와 방송국을 상대로 당을 홍보하는 업무를 담당했는데, 이러한 일은 그의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는 더욱 과감한 행동으로써 당에 봉사하고 싶었습니다.

 

 

 

전후의 시대에 당은 내부적으로 커다란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당 비서인 회더러가 당 내부의 의견을 무시하고 오로지 타협책을 실천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주위의 지역은 독일에 의해서 점령당해 있었으며, 일리리엔은 최근에 이르러 소련의 적군으로부터 침략의 위협을 받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세계대전의 종결 이후에 여러 강대국들은 루마니아 그리고 발칸 반도를 장악하려고 의도한 바 있습니다.) 회더러는 수십만의 인민들이 더 이상의 피를 흘려서는 안 되며, 자신이 속해 있는 무산계급의 당이 무작정 소련에 예속된 당이라는 이미지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독일의 파시스트 세력,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세력 그리고 노동자 농민의 세력 등과 타협해야 한다고 확신하였습니다. 이때 당의 내부에서는 심도 있는 토론이 벌어졌고, 대부분의 당원들은 당 비서를 살해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주인공 후고는 당 비서를 살해함으로써 당과 동지들로부터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2005년 프랑크푸르트 극장에서 공연된 더러운 손. 제시카 역에는 카트린 그루에트가 맡았다. 

 

 

극작품은 후고가 2년의 형기를 마치고 감옥으로부터 출옥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회더러에 대한 살인은 법정에 의해서 치정 살인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후고는 자신의 애인 올가 Olga로부터 두 가지 새로운 소식을 접합니다. 그 하나는 자신에 의해서 암살된 회더러가 복권되었다는 사실이었고, 다른 하나는 주인공이 차제에는 모스크바로부터 하달된 명령을 수행하라는 소식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후고는 더 이상 자신의 당에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일리리엔의 공산당은 모스크바 공산당의 강령들을 모조리 대변하는 종속 정당으로 전락해 있었습니다. 주위의 여러 현황을 고려할 때 모스크바의 공산당은 후고가 마치 이미 활용된 일회용품이므로 폐기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지나간 사건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후고는 회더러의 부인, 제시카와 함께 회더러의 비서로 일합니다. 회더러 가까이 머물러야 그를 암살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회더러와 함께 일하는 동안 후고는 많은 사항들을 알게 됩니다. 이를테면 회더러가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면 온갖 더러운 짓거리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접합니다. 후고는 지식인의 전형입니다. 그에게는 현장 정치의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올바른 이념의 승리일 뿐, 수단과 방법을 막론하는 권력 장악이 아닙니다. 그에 비하면 회더러는 정치적으로는 더러운 속물입니다.

 

 

 

후고는 암살을 자꾸 연기합니다. 그것은 제시카 때문이었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회더러는 자신의 아내를 수수방관합니다. 그렇기에 제시카는 오랫동안 외로운 나날을 보내었습니다. 어느 날 후고가 자신의 옆 자리에서 일하게 되자, 그미는 후고에게 남성적 매력을 느끼고 추파를 던집니다. 작품에서 명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후고와 제시카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제시카가 주인공의 암살 계획을 어찌 속속들이 알고 있었겠습니까? 어느 날 올가는 당의 비서실에 폭탄을 설치했는데, 폭탄은 하필이면 회더러가 없을 때 터지고 맙니다. 뒤이어 제시카는 남편에게 비밀을 폭로합니다. 즉 주인공이 남편을 암살하기 위해서 이곳으로 왔다는 게 바로 그 비밀이었습니다. 회더러는 그게 사실인지 알려고 주인공에게 암살의 기회를 부여합니다. 그러나 후고는 거사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며칠 후 회더러가 제시카를 품에 안고 있었을 때, 후고는 회더러를 총으로 쏴죽입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마치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주인공의 과거 행적입니다.

 

 

 

 

 

후고 (마티아스 헤르만)에게 일침을 가하는 회더러 (올리버 트라우트바인) 

 

 

후고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질투심 때문에 회더러를 죽였습니다. 그럼에도 올가는 밖에서 기다리는 당원에게 주인공을 “활용가치 있는” 당원으로 추천합니다. 그미는 애인인 주인공이 얄밉지만, 그래도 그가 함께 일할 수 있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그러나 후고는 다음과 같이 외칩니다. “나는 아직 회더러를 죽이지 않았어, 올가. 아직 아니야. 그를 반드시 죽일 거야. 나와 함께.” 뒤이어 후고는 밖에서 기다리는 루이스가 그를 쏴 죽이도록 문을 활짝 열어젖힙니다. 친애하는 Y, 마지막 장면은 무엇을 뜻할까요? 그것은 다름 아니라 후고가 더 이상 당의 개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는 사실입니다.

 

극작품의 마지막 장면이 모호한 면을 드러내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은 주인공의 마지막 행위에 관해서 다양하게 해석합니다. 첫째로 그것은 비록 충동적으로 비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유의 실현을 뜻한다고 합니다. 둘째로 주인공의 마지막 행위는 아무런 출구 없는 도피 행위이며, 무가치한 자기 현혹과 다름이 없다는 것입니다. 혹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즉 극작품에서 묘사된 회더러는 멕시코 망명에서 스탈린이 보낸 자객에 의해서 무참하게 살해당한 트로츠키를 연상시킨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마지막 대목은 수많은 질문을 불러일으킵니다. 물론 당이 자신의 개인적 자유를 방해하고 있으므로, 후고는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태도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비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대의를 위한 정치적 앙가주망 내지 사회를 위한 지식인의 책임의식이라는 실존주의적 원칙과는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Y, 작품의 분명한 해석에 관해서는 당신에게 유보하겠습니다. 사르트르도 주장한 바 있지만, 독자는 등장인물의 일회적 행위가 아니라, 전체적 앙가주망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