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독일 문화

잉고 슐체: 약탈당하는 사회에 대항하여 (1)

필자 (匹子) 2022. 7. 1. 10:55

아래의 글은 독일의 작가 잉고 슐체의 외환 위기에 관한 칼럼인데, 2012년 1월 12일 남독 신문에 실린 바 있다. 이글을 읽으면 우리는 2022년 현재의 독일의 상황 그리고 현재의 남한의 정치 경제적 정황을 유추하게 될 것이다.

 

................................

 

지식인들은 침묵하고 있다. 대학교에서 들리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른바 첨단을 걸어가는 사상가들에게서도 들을 게 없다. 약간 놀라운 빛이 여기저기서 간헐적으로 비치지만, 다시 그 빛은 사라진다.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해는 사회화되고 있다. 이와는 반대되는 예를 들고 싶을 정도이다. 만약 우리는 매일 미친 사건들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서서히 병들거나 비이상적인 상태로 빠지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이다. 나에게 중요한 것으로 나타나는 몇몇 사고를 요약하려고 한다.

 

1.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말하는 것은 사태를 미화시키는 완곡한 처사일 것이다. 소수에게 그야말로 작은 권한만 허용하고, 자신의 풍요로움을 확장시키기 위해서 공동체의 전체적 안녕을 합법적으로 해친다면, 이는 민주주의 이후의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심하게 해치는 일이 합법화하고 있다. 공동체 자체가 죄를 짓고 있다. 왜냐하면 공동체는 주위의 약탈에 대항하여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공동체는 자신의 관심을 인지하고 대변하는 대표자를 선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매일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발언을 듣는다. “정부가 시장 (市場)을 달래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시장 (市場)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장이란 금융 내지 증권거래소를 지칭하는 말이다. 자신의 이득을 위하여 그리고 더 많은 이득을 창출하기 위하여 타인의 명의로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증권거래소의 돈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수십억 유로를 통해서 사회적 공동체의 어려움을 완화시켰단 말인가? 바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우리가 뽑은 정치인들이 끝없이 노력해야 한단 말인가?

 

3.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환된 민주주의”라는 개념에 대해서 당연히 분노하고 있다. 안겔라 메르켈은 “시장에 순응하는 민주주의”에 관해 언급한 바 있다. 왜 그미가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았는가?

 

4.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안정된 경제적 상황을 필요로 할 뿐이다. 자본주의를 제어하고 차단시킬 수 있는 게 제대로 기능하는 민주주의의 구조이다. 이는 그리스의 총선에 대한 반응과 이에 대한 대응책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5. 나는 2008년 경제 위기 당시에 다음과 같이 믿었다. 우리의 사회 공동체는 자신을 보존할 수 있는 많은 충동을 내재하고 있다고 말이다. 작은 경제 위기가 나타나더라도 사회 공동체는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으리라고 말이다. 이는 오류이지만, 사람들의 희망을 담고 있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은 정반대로 뒤집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