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탈핵 환경

서로박: 핵폐기물, 원자로 그리고 한반도

필자 (匹子) 2021. 12. 28. 05:50

1.

현대인의 삶을 위협하는 많은 것들 가운데에서 생태계 파괴로 인한 재앙이 있다. 비록 오존 층 파괴 현상은 세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고는 하나,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인한 온실 효과는 과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북극의 얼음이 녹고, 해수면이 높아지면, 한반도의 면적은 줄어들 것이다. 기상 이변이 속출하여, 겨울인데도 그다지 춥지 않다.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져 있어서, 옛날부터 황금 어장을 개발하기에 최상의 조건을 이루고 있지만, 이제는 많은 생선이 잡히지 않는다. 강과 바다는 오염되어, 이제는 한려수도는 옛말이 되어버렸다. 인근 바닷가에서 서식하는 동물은 거의 불가사리밖에 없어서, 김조차 양식할 수 없다.

 

한반도가 이렇게 죽어가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먹고살기에 급급하여, 자연 파괴에 대해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하기야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실업 문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문제가 산재해 있지만, 우리는 그치지 않고 파괴의 과정을 밟는 자연의 상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여유조차 지니지 않고 있다.

 

2.

누가 말했던가, 현대인의 삶을 방해하고 위협하는 것은 바로 현대인 자신이라고? 굳이 외국의 유명한 철학자를 예로 들 필요도 없다. (남한 사람들은 외국인 학자에 대해 분에 넘치게 대접하는 반면에 외국에서 이름을 떨치는 한국인 학자를 업신여기는 사대주의적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필자는 일부러 인명을 생략하기로 한다.) 나아가 출산율의 저조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한다. 앞으로 노인만 살고 아이들이 없으면, 한반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출산율 저조는 세계적 추세이며,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너무나 많은 인구가 밀집해 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여러 가지 피해 현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경기도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거의 이천 여만 명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지구상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일 것이다. 그럼에도 사태의 심각성은 생각하지 않고, 우리는 명절 때 귀성 전쟁으로 인한 불편함만 하소연한다.

 

3.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류는 가난, 폭정과 싸워야 했다. 수없이 많은 전쟁들, 이로 인한 기성 세대의 죽음과 새 세대의 탄생 등을 생각해 보라. 이와 병행하여 발전되어 온 것은 역사 철학이요, 정치 이데올로기가 아닌가? 그러나 (제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우리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전쟁을 치르는 일보다, 자연과 인간 사이에 전쟁을 치르는 일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혹자는 항변할지 모른다. 지금도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전쟁 중인데 무슨 기이한 소리냐고 말이다. 그러나 인간 삶을 위협하는 것은 인간의 인간에 대한 테러 그리고 폭력 뿐 아니라, 나아가 인간이 발전시킨 기술의 인간에 대한 테러와 폭력이 아닌가?

 

4.

필자가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차제에 발생할지 모르는 원자로로 인한 끔찍한 재앙이다. 필자는 80년대 중엽에 남쪽 독일에서 체르노빌로 인한 두려움을 직접 체험했다. 남부 독일은 체르노빌과 멀리 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당시 독일 사람들은 방사능 오염으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원전사고는 주위의 넓은 지역을 방사능으로 오염시켰던 것이다. 그리하여 몇 개월 동안 야채를 먹지 못했고, 우유를 마실 수 없었다. 왜냐하면 방사능 가루가 전 동유럽 지역에 내려앉아, 그곳의 풀들을 오염시켰기 때문이다. 소들은 오염된 풀을 뜯어먹고, 오염된 우유를 생산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원전 사고가 일어났으며, 어떻게 하면 위험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까? 필자는 원자로 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여기서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 수밖에 없다. 가령 원자로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것은 냉각수인데, 이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으면, 원자로는 핵분열 시에 발생하는 엄청난 열과 에너지에 견뎌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원자로의 냉각 배관은 시간이 지나면 부식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원자로에는 경수로 형과 중수로 형 두 가지가 있다. 그런데 중수로 형은 플루토늄 대신에 천연 우라늄을 사용하기 때문에 경수로 형보다 훨씬 많은 핵폐기물이 발생한다. 따라서 중수로 형은 위험부담이 더욱 크다. 선진국은 위험성과 핵폐기물 문제 때문에 원전 폐쇄 내지 원전 건설 중지 등의 조처를 내리고 있다. 대신에 자연 에너지 그리고 태양열 에너지가 개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은 전체 에너지 가운데 40퍼센트 이상을 원자로로 충당하고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 동력자원부는 중수로만 고집하고 있는가? 우리는 민간 차원에서 중수 누출 사고 안전 대책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4.

여기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은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문제이다. 핵폐기물은 잘못 보관될 경우 방사능 유출이라는 엄청난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후진국을 제외한 세계 모든 국가가 핵폐기물로 인해 골치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다.

 

80년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핵폐기물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영국은 아프리카의 상아 해안에 핵폐기물을 버리려고 했다. 상아 해안 (상아 해안은 그 자체 국가의 이름 “코트 드 보아”이다.)은 영국인들로부터 수십 개의 드럼통을 버리는 대가로 엄청난 돈을 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돈에 관심이 없던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백인에게 황금의 땅 맨하탄을 몇 푼에 구매한 데 비하면, 아프리카 흑인들은 엄청난 돈을 받고 드럼통을 받기로 한 데 대해 몹시 즐거워했던 것이다. 이제 돈을 모르는 인종은 지구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그게 핵폐기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신사들이 산다고 하는 나라, 영국은 유럽 내에서 가자 비신사적인 국가로 조롱당하고 말았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인적이 없는 서해안 그리고 남해안의 섬들에는 온갖 쓰레기로 뒤덮여 있는가? 그렇다면 차라리 그게 나을지 모른다. 혹시 정부는 몇 개의 무인도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팔아넘기지 않았는가? 그곳에는 정말 핵폐기물이 보관되어 있지 않는가? 혹시 섬나라 필리핀에 핵폐기물을 수출하는 것은 잘하는 처사인가? 왜 그린피스에 종사하는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이 문제를 거론하는가? 우리는 일차적으로 핵폐기물이 생산되지 않는 여건을 마련해야 하고, 그 다음에 핵폐기물 처리를 합리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