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센세이션 그리고 다시 센세이션: 인도 출신의 작가, 살만 루시디 (Salman Rushdie, 1947 - )의 소설, 『악마의 시 The Satanic Verses』는 1988년 영국에서 간행되었습니다. 작품은 루시디의 네 번째 소설입니다. 이 작품만큼 국제적으로 놀라운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은 전무후무할 것입니다. 그러나 작품이 문학적 수준을 고려하여 평가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루시디는 무슬림 신앙의 측면에서 끔찍하게 신을 모독한다는 이유로 신랄하게 비난당했습니다.
작품 속에는 예언자, 모하메드가 “마하운드 Mahound”라고 명명되고 있으며, 그의 여성들 그리고 쿠란의 계시에 관한 사항 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책이 간행된 지 며칠 되지 않은 1988년 9월 말의 시점에 이슬람의 여러 국가들은 그의 소설을 격렬하게 비난하였습니다. 특히 인도, 파키스탄, 남아프리카, 이란 등과 같은 이슬람을 신봉하는 대부분의 나라는 루시디 소설의 판매 금지처분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파키스탄과 인도에서 격렬한 데모가 발생했는데, 이때 22명이 데모의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으며고, 영국의 이슬람주의자들은 이 책을 공공연하게 분서갱유하였습니다.
2. 소설에 대한 혹독한 비난과 작가의 변명: 1989년 2월 14일에 이란 시아파의 수장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1900 - 1989)는 신과 사도들을 우롱하는 작가를 암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행하는 자에게 수백만 달러의 상금을 주겠다고 천명하였습니다. 루시디는 살해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그는 영국 정부에게 자신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어딘가에 숨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란 국가는 작가, 살만 루시디 뿐 아니라, 도서 판매의 종사자들에게도 끔찍한 경고를 보냈습니다. 만약 『악마의 시』를 판매하다가 적발되면, 해당 도서상도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슬람 세계와 서방국가 사이에는 엄청난 범위의 의견 대립이 속출하였습니다.
이때 루시디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표명하였습니다. 즉 자신의 소설은 이슬람의 종교의 전체적 문제점을 다룬 게 아니라, 한 개인의 망명, 변신의 과정, 분열된 자아, 사랑과 죽음, 영국과 봄베이에서의 망명의 삶 등을 묘파했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계시의 본질과 신앙의 힘이 무엇인지 구명하고 싶었다고 토로합니다, 소설 속에서 이슬람 신앙의 순수성이 상실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왜냐하면 이슬람 신앙의 고유한 입장 그리고 이와 결부된 작가의 시계관이 다른 문화권과 혼합되면, 자신의 고유한 세계관 내지 신앙심은 약화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여러 유형의 사람들, 이질적인 문화들, 다른 이념들, 다양한 정치적인 행위들, 다른 특성의 영화 내지 노래 등이 본의와는 달리 뒤섞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3. 작품은 동서 문화의 갈등을 부추겼다.: 그러나 작가 루시디는 자신의 작품을 둘러싼 토론에서 철저히 배제되었습니다. 실제로 토론을 주도하던 당사자들은 루시디의 소설을 독파하지 않은 채 이슬람 문화와 서방의 문화 사이의 차이만을 부각시켰습니다. 어쩌면 두 세력 모두 어떤 문화적 선입견에 입각해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등한시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유럽과 중동 사이의 문화적 차단의 벽은 한마디로 “동서의 갈등”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루시디의 소설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바로 이러한 동서의 갈등을 촉발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가령 유럽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이슬람의 문화는 무조건 위험하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 중동의 사람들은 얼마나 자신들이 경직된 정서 속에 침잠해 있는지를 스스로 인지하려 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이슬람 전사들은 전쟁 발발 시에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반대파 사람들에게 고문과 살인을 저지르는 잔악함을 오로지 신앙 때문이라고 토로 할 뿐입니다.
4. 이슬람 사람들의 적개심에 대한 다섯 가지 이유: 특히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루시디의 작품에 대해 극도의 적개심을 드러내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섯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로 중동 사람들은 『악마의 시』가 이슬람 내부에서 정통파 그리고 온건파, 대중 그리고 엘리트 사이의 대립을 첨예화시킨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로 루시디의 작품은 영국 내에서 인종 갈등을 선동하고, 서방 세계에서 반-이슬람주의의 견해를 부추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셋째로 『악마의 시』는 성스러운 책, 쿠란의 내용을 진리가 아니라, 단순한 신화적 이야기로 축소시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넷째로 루시디는 신을 모독할 뿐 아니라, 이슬람의 문화적 유산을 비판하는 등 어떤 배반의 언사를 드러낸다고 합니다. 이로써 루시디와 유럽의 지식인들은 위선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유럽에서도 은밀하게 도서가 검열의 대상이 되고, 누군가가 암살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섯째로 『악마의 시』는 성적으로 부도덕한 측면을 드러난다고 합니다. 문학적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무슬림 사람들을 사악하고 음탕하게 서술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자면 『악마의 시』는 처음부터 왜곡된 채 수용될 소지를 안고 있었습니다. 평범한 이슬람교도들은 작가가 품고 있는 정치적 함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으며, 설령 예리한 독자들이라 하더라도 종교와 예술과 관련된 논쟁이 과연 어떠한 결론을 도출해내는지 미리 판단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작품 속에는 이슬람 신자가 공통적으로 견지하는 갈등이 다루어지는 게 아니라, 한 개인의 내면에 뒤엉킨 두 가지 이질적인 입장이 서술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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