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귄터 아이히의 시 "미리암"

필자 (匹子) 2020. 7. 14. 22:04

 

 

 

미리암은 자신의 남동생 모세 곁에서 몰래 동생을 관찰하고 있다.

"모세"는 히브리어로 "물에서 건져내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귄터 아이히 (1907 - 1972)는 오더 강변의 레부스에서 출생하다. 그는 라이프치히에서 아비투어를 마친 뒤에 베를린에서 중국문학과 경제학을 공부하다. 아이히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학과를 의도적으로 택한 셈이다. 여기서도 우리는 아이히의 특이한 성향을 유추할 수 있다. 1932년부터 방송국에서 방송 작가로 일하다가, 1939년에 독일 군인으로 징집되다. 1946년에 미군이 관리하는 포로수용소에 있다가 풀려나다. 47 그룹의 창립 멤버. 1953년 일제 아이힝거와 결혼하여, 남부 독일 그리고 잘츠부르크 근처에서 거주하다. 그는 50년대 이후부터 탁월한 방송극을 발표하였으며, 말년에는 『두더지들 (Maulwürfe)』이라는 제목의 산문을 공개하기도 하다. 아이히의 문학은 시, 방송극 그리고 콩트로 요약되는데, 시인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해설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미리암

                                                귄터 아이히

 

미리암이 있었던 오두막에

십자 창살이 썩고 있다.

거미가 잿빛 머리카락을 뽑는데

누구의 손에 의해 흩어지는가?

 

주의해, 갈대는 짚처럼 누렇게 되고

어제 있었던 게 오늘도 있다.

어디선가 웃음소리 울려오고

미리암은 머리카락을 풀고 있다.

 

   Mirjam von Günter Eich: Im Pavillon, wo Mirjam war,/ vermorscht das Fensterkreuz./ Die Spinne webt ihr graues Haar/ und wessen Hand verstreuts? // Gib acht, das Rohr vergilbt wie Stroh./ Heut is, was gestern war./ Ein Lachen hallt von irgendwo/ und Mirjam löst ihr Haar.

 

(질문)

1. 여자 이름인 미리암의 어원은 무엇입니까?

2. 이 시는 1948년에 발표된 것입니다. “어제 있었던 게 오늘도 있다”는 구절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까요?

 

(해설)

아이히의 문학은 다음과 같은 명제에서 출발합니다. 즉 눈에 보이는 가상적 세계는 아이히에 의하면 세계의 본질을 전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주어진 현실은 원래의 영역으로부터 일탈해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의 원래 영역은 과연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무엇일까요? 이러한 물음과 관련하여 아이히는 가상적 세계와 세계 본질을 동시에 포괄하는, 이른바 “원초적 언어 (Ursprache)”를 발견하려고 했습니다. “원초적 언어”란 사물과 이를 지칭하는 부호가 서로 일탈되지 않은 채 하나의 일원성을 이루는 언어를 가리킵니다.

상기한 시에서 시적 자아는 미리암의 흔적을 찾습니다. 미리암은 원래 모세와 아론의 누이였는데, 그 후에 많은 유대 여인들이 “미리암”이라고 명명되었습니다. 시적 자아는 밀짚으로 이루어진 오두막에서 미리암의 흔적을 찾으려고 합니다. 어쩌면 미리암은 어린 시절 함께 놀던 시인의 소꿉친구인지도 모릅니다. 그미는 이곳에서 시적 자아와 놀면서, “잿빛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미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거미 한 마리만이 그미의 머리카락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미리암은 유대인 강제수용소에 끌려가 사망했을까요? 아니면, 히틀러의 폭력에 살아남아, 이스라엘 어딘가에 살고 있을까요? 어제의 모든 것들은 오늘 그대로 있지만, 정작 미리암은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