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서로박: 하이너 뮐러의 연애시 (1)

필자 (匹子) 2020. 8. 1. 11:25

나: 오늘은 하이너 뮐러의 연애시에 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뮐러는 인간의 성욕을 소재로 한 문학 작품을 집필하지 않았지요?

 

너: 네 그렇습니다. 성욕에 관한 문학적 소재는 다른 주제와 뒤섞여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습니다. 사실 문학 작품이 오로지 성만을 묘사하면, 작품의 가치는 반감되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나: 그러면 어떤 예를 들 수 있을까요?

너: 가령 드 라클로의 성 바꾸기를 소재로 한 극작품 「사중주 Quartett」는 그 자체 어떤 혁명과의 관련성 속에서 이해될 수 있지요. 성욕에 관한 소재는 그 자체 인간적 삶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다른 깊이 있는 주제와 무관할 때 이를 다룬 문학작품은 통속성 속에 나락될 수밖에 없습니다.

 

나: 뮐러는 이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뮐러는 죽은 뒤에 몇 편의 외설시를 남겼습니다. 그 중 하나는 「처녀성의 금기에 관하여 (Über das Tabu der Virginität)」라는 제목의 소네트입니다.

 

이 얇은 막 주위에, 즐김을 가로막고 있지,

미덕에 대한 투입은 어떠하며, 비명 소린 어떠한가?

결혼 전 그걸 잃는 여자는 부부의 침대에

몸 눕히지 않는다. 거기 돈이 놓여 있기도 해.

 

그래도 사람들은 말한다, 실험 삼아 장화 속에

충분히 집어넣곤 하지 않으면 그 다린 뭐 할 건가하고.

주어진 틀을 박차지 않는 남자는 남자가 아니야.

(두려워 마! 위험한 건 침대 오직 시트뿐이야.)

 

하여 한 남자는 여자들에게 자신을 증명하고

검증되지 않는 자들의 노력으로 힘 죄다 빠지면서

마지막엔 반드시 돈만 지불하지, 검증되지 않은 여자에게.

 

무엇이 그를 어리석게 만드는가, 요리사보다도

식객이 식사를 더 찬양한다는 걸 모르니까. 언제나

요리 행위보다 식사 행위가 훨씬 큰 축복이니?!

 

(Um dieses Häutchen, hindernd das Vergnügen/ Welch aufgebot an Tugend, welch Geschrei?/ Die nicht im Ehebett es verlor, kommt nicht zu liegen/ Ins Ehebett. Außer es liegt Geld dabei.// Doch heißt es auch: was hat ein Bein getan/ An dem nicht probweis schon genug Stiefel staken/ Mann ist nicht Mann, bricht er nicht selber Bahn!/ (Seid ohne Furcht! Gefahr läuft nur das Laken.)// So bringt ein Mann, an Weibern sich beweisend/ Mindernd mit Fleiß der Unerprobten Zahl/ Sich um den Preis am End: die Unerprobte.// Was macht den dumm, daß er nicht weiß, es lobte/ Mehr als der Koch der Esser stets das Mahl/ Umsoviel mehr als Essen seliger ist denn Kochen?!)

 

 

너: 이 시에서 뮐러는 무엇을 통렬하게 비판할까요?

나: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이중적인 도덕을 강요하는 시민주의의 통념 자체를 통렬하게 비판합니다.

너: 그렇습니다. 시민 사회는 으레 결혼 전의 순결을 강요합니다. 처녀성을 잃은 여자는 대체로 주위의 비난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뮐러는 “결혼 전 그걸 잃는 여자는 부부의 침대에/ 몸 눕히지 않는다.”고 묘사합니다. 이에 비하면 남자들의 경우는 어떠한가요?

 

나: 통념에 의하면 남자는 결혼하기 전에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시민 사회는 여성의 순결을 강조하므로, 경험을 제대로 쌓을 수 없습니다.

너: 바로 그것입니다. 남자들이 들락거리는 곳은 홍등가입니다. 그곳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남자들은 자신의 발을 “장화 속에/ 충분히 집어넣곤”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그들은 힘 다 빠지고, 기껏해야 “돈만 지불해야” 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