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티우스 2

서로박: 천일야화, 스토리텔링 (3)

9. 이야기의 배열과 내용: 줄거리는 처음부터 주제와 결부되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세헤라자드는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 사랑과 성, 정조와 배신 그리고 이로 인한 처절한 아픔 등을 삽입시켰습니다. 이는 현혹된 기억으로서의 “이미 본 무엇Déjà-vu”, 가령 샤리야르 왕의 트라우마를 조금씩 건드리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중요한 것은 주제의 강도를 서서히 끌어올리는 일입니다. 이 점은 천 하룻밤 동안의 이야기를 모두 끝낸 다음에 고백한 그미의 말에서 확인됩니다. “저는 칼리프와 제왕 및 다른 분들이 여인들로 인해 겪었던 일들을 폐하께 오랫동안 이야기해왔습니다.” 추측컨대 왕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다음과 같이 생각했을 것입니다. “나 혼자 세상의 모든 고통을 짊어지고 사는 게 아니구나...

38 중세 문헌 2021.11.27

(단상. 477). 치료의 매개체로서의 이야기들

사랑의 갈망은 무지개와 같다. 일곱 색깔에게 다가가면, 그만큼 멀어진다. 헝가리의 시인, 산도르 페퇴피Sándor Petöfi에 의하면 희망은 카르멘과 같아서, 돈 호세가 순정을 바칠 때, 그미는 어리석은 군인을 떠난다. 그런데 행복 추구에서 사랑이 배제되면, 행복 추구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랑 없는 참다움은 허사로 다가오고, 사랑 없는 선은 차가운 도덕으로 남으며, 사랑 없는 아름다움은 생명력 없는 인형의 서늘함만 보여줄 뿐이다. 그래, 사랑이 황금이라면, 진선미는 수은, 황 그리고 소금이다. 사랑이 행복의 결실이라면, 그것을 자극하는 매체들이 진선미이기 때문일까. 완전한 사랑, 영원한 사랑은 그 자체 허구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알면서도 이러한 허상을 끝없이 추구한다. 그 이유는 고통을 당하는..

3 내 단상 2021.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