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셔 3

서로박: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1)

1. 낭만주의와 인간 소외: 19세기 초는 서양의 정신사에서 하나의 획을 긋는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시기에 이르러 학문이 분화되고, 정신과학과 자연과학이 분리되고,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이 분명하게 구분되기 시작합니다. 당시의 시대적 화두는 산업 혁명과 인간 소외였습니다. 이를테면 증기기관의 발명은 인간의 편안한 삶 그리고 경제적 부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런데 산업혁명은 나쁜 영향 또한 불러일으켰습니다. 그것은 바로 물화되는 삶 그리고 인간 소외의 문제점이었습니다. 산업 혁명은 생산력을 증강시켜 주었지만, 더 많은 재화를 창출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이와는 다른 가치를 허물어뜨리게 작용하였습니다. 특히 자연은 정복 가능한 처녀지로 간주되었는데, 이로 인하여 자연 속에 도사린 마력적..

35 근대영문헌 2022.03.19

서로박: 귄더로데의 '꿈 속의 키스'

카롤리네 귄더로데 (Karoline von Günderrode, 1780 - 1806)는 독일 문학사에서 간간히 거론되는 시인입니다. 그미는 티안 (Tian)이라는 남자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하였습니다. 19세기 초에는 여성이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한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문학이 처음부터 폄훼당할까봐 필명을 사용했던 것입니다. 그미의 삶은 1806년 라인 강가에서 자결한 사실을 제외한다면, 그다지 특이한 면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극단적인 첨예함은 시와 극작품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카롤리네는 폭정에 저항하다가 서서히 광증에 사로잡힌 프리드리히 횔덜린 (Friedrich Hölderlin, 1770 - 1843)에 대해 커다란 동정심을 드러내었으며, 창작에 임할 때 인간 평등..

41 19전독문헌 2021.10.31

서로박: (2) 카프카의 '성'

(앞에서 계속됩니다.) 친애하는 J, 성이 암시하는 비밀은 무엇일까요? 첫째로 막스 브로트 Max Brod의 견해에 의하면 성이란 신의 은총에 대한 상징이라고 합니다. 모든 것을 요한의 묵시록처럼 7일 동안 서술하려고 한 점, K의 직업이 측량 기사라는 점 등은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성으로 들어가려는 인간의 노력은 궁극적으로 신의 은총으로 향하는 열정과 같다는 것입니다. 발터 벤야민 역시 이러한 견해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우리는 성의 비밀을 실존주의적으로 구명할 수 있습니다. 이를 주장한 연구자로서 우리는 빌헬름 엠리히를 들 수 있지요. 인간 존재는 마치 미로와 같은 세계 속에서 영원히 방황하면서 살아갑니다. 인간은 허무라는 거대한 고해의 바다 속에서 그냥 실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알베..

43 20전독문헌 2017.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