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니 6

서로박: (2) "물질 속에는 영혼이" 유기쁨의『애니미즘과 현대 세계』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인수 공통의 전염병은 숨어 있다. 코로나19가 지구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인간과 동물의 질병은 이질적이라고 이해해 왔습니다. 동물의 질병은 인간의 질병과는 엄연히 구분되며, 인수 공통의 전염병의 수는 극히 적다고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인간과 동물은 주어진 조건 숙주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상호 감염이 가능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미국의 자연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콰먼David Quammen은 오래전부터 코로나19의 가능성을 예견한 바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가 인간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인간이 동물에게 다가가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이 동물을 포획하거나 죽이고 잡아먹으면서 밀접 접촉이 이루어지고 ..

1 알림 (명저) 2023.09.21

서로박: 일리치의 젠더 론 비판 (4)

13. 일리치의 과거 지향적 시각: 일리치의 상기한 시각은 수미일관 과거로 향하여 걸어가려는 독일의 소설가, 귄터 그라스의 퇴행적 걸음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일리치는 자신의 시각을 직접 하나의 게걸음에 비유하였습니다. 그는 언젠가 역사학자, 루돌프 쿠헨부흐 (Ludolf Kuchenbuch, 1939 - )의 “게의 비유”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과거 지향의 시각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자고로 게는 눈 하나를 적으로 향한 채 뒷걸음질, 혹은 옆걸음질 칩니다. 마찬가지로 역사가의 눈은 현재의 난제로 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과거에 대한 그의 관심사는 “현재의 문제점을 더욱더 낯설게 간파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박경미: 155쪽 참고). 일리치는 마치 게가 그러하듯이 현재에 하나..

5 사회심리론 2021.10.12

서로박: 일리치의 젠더 론 비판 (2)

5. 인류 역사의 세 단계 (1): 일리치는 인간의 역사를 세 단계로 나누고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태고의 시대부터 11세기에 이르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는 일리치의 표현에 의하면 아무런 목표 없이 “역사에서 자발적으로 성장한 성”이 주도적으로 자리하던 시대입니다. 이 시기에는 남성은 막연히 남성답게, 여성은 막연히 여성답게 활동했습니다. 일리치에 의하면 이 시기에는 인간에 관한 이념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초창기의 시기에 존재하는 것이라곤 오로지 “자생 경제 Subsistenzwirtschaft”의 체제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사람들은 남자의 경우 남성적으로, 여자의 경우 여성적으로 일하면서 자급자족해 왔다는 것입니다. 남자들은 밖에서 식량을 조달하고, 여성들은 집안에서 빵을 썰어서 ..

5 사회심리론 2021.10.12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칼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The Great Transformation』(1944)에서 시장 경제가 인류에게 가장 자연스런 제도가 아니며, 인위적 조작에 의해서 작동된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아담 스미스는 경제적 물물교환 내지 매매행위가 자발적으로 이어져왔다고 말하면서,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본성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 그리고 화폐는 폴라니에 의하면 인위적으로 작동되는 근대적 산물이라고 한다. 폴라니는 교역과 거래의 발전을 통해 시장경제가 출현했다는 진화론적 관점을 비판하면서 시장경제가 주된 경제 제도로 자리 잡은 것은 국가의 중상주의의 정책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자유방임이라는 신화 뒤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의 폭력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

23 철학 이론 2021.09.23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3"

필자의 저서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3"이 2021년 1월 말에 태어났습니다.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1, 2는 이미 재작년에 간행된 바 있습니다.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4, 5는 내년에 간행될 예정입니다. 목차 0. 서문 제 3권 유토피아 서문 제 3권 1. 루소와 볼테르 그리고 시간 유토피아 2. 메르시에Mercier의 시간 유토피아 『2440년』(1771) 3. 홍산 문화 그리고 빌란트Wieland의 『황금의 지침서』(1772/ 1774) 4. 레티프Restif de la Bretonne의 『남쪽 지역의 발견』(1781 5. 피히테Fichte의 「폐쇄적인 상업국가」 (1800) 6. 오언Owen의 연방주의 유토피아 (1816) 7. (요약) 횔덜린Hölderlin의 문학 속의 유토피아 8. 메리 셸..

1 알림 (명저) 2021.08.13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3. 서문

“기회Καιρός”는 의외로 어떤 끔찍한 위험을 수반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사는 언제나 위기와 기회의 연속적 변화과정으로 점철되었습니다. 유토피아의 사고는 항상 위기 상태에서 점화됩니다. 왜냐하면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처한 사람은 자신의 난관을 극복하려는 가능성을 생각해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불행과 위기가 때로는 행복과 기회보다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불행한 사고는 대부분의 경우 내리막길에서 발생합니다. 주의력과 집중력을 상실하게 하는 것은 편안함, 자만 그리고 나태함일 수 있습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안온한 삶, 나태한 삶이 오히려 역으로 우리의 영혼을 망치게 하는 계기일지 모릅니다. 등 따뜻하고 배가 부른 사람은 잠이라는 망각의 늪으로 빠져들곤 합니다. 그래, 잠은 꿈을 망치게 합..

1 알림 (명저) 2021.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