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이크 4

서로박: 아피츠의 '늑대들 사이에서 헐벗은 채'

오늘은 1958년에 발표된 브루노 아피츠 (Bruno Apitz, 1900 - 1979)의 소설 「늑대들 사이에서 헐벗은 채 (Nackt unter Wölfen)」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피츠는 1927년에 독일 공산당에 가입하여, 1934년에 부헨발트 수용소에 정치법으로 수감되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그는 수용소 내의 삶을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발표함으로써 하루아침에 독일 전역에서 유명한 소설가로 부상하게 되었지만, 실제 자신이 강제수용소에서 겪었던 체험은 기억하기조차 싫을 정도로 끔찍한 것이었습니다. 과거의 상흔에 대한 기억은 작가를 우울하게 만들고, 결국 그로 하여금 더 이상 창작에 몰두하지 않게 합니다. 절필은 그 자체 안타깝지만, 개인으로서는 어쩔..

44 20후독문헌 2022.01.25

서로박: 프로이트의 도스토예프스키 (2)

도스토예프스키에게는 양성의 소질이 주어져 있었다. 가혹했던 아버지에게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격렬하게 자신을 보호해야 했다. 그가 지녔던 죽음의 증후는 자아에게는 자학적 충족이고, 초자아에게는 처벌을 위한 충족 즉 가학적 충족이다. 다시 말해 전자는 “너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죽는 중”이고, 후자는 “아버지가 너를 죽이고 있는 중”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신경증 역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욕망과 관계된다. 발작은 응징으로서 아버지의 죽음처럼 끔찍하고 두려운 것이다. (...) 그러나 한 가지 사항은 특이하다. 발작의 전 단계에서 승리감 내지 쾌감을 느낀다. 이렇듯 발작은 그에게 응징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아버지를 대신하는 존재가 자신에게 형벌을 가하도록 방임해 버렸다. 그는 아버지를 죽이..

5 사회심리론 2021.07.20

츠바이크의 모르는 여인의 편지

슈테판 츠바이크 Stefan Zweig의 "모르는 여인의 편지"가 송용구 선생님의 번역으로 고려대학교 출판부에서 간행되었습니다. 간행된 지 오래 되었는데, 이제 소개하려고 하니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조건없는 사랑을 아낌없이 바치는 이야기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독자의 가슴을 파고들기에 충분합니다. 에로티시즘을 예술로 승화시킨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1 알림 (명저) 2021.05.27

서로박: 프로이트의 '도스토예프스키와 아버지 살해' (2)

7. 아버지에 대한 애증: 도스토예프스키의 발작은 죽은 자와 동일하게 되려는 무의식을 반영합니다. 소년은 내심 아버지가 죽기를 애타게 갈구했습니다. 히스테리라는 이름의 발작은 미워하는 아버지가 죽기를 갈망하는 데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이는 프로이트에 의하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관계됩니다. 아버지를 적대시하는 배후에는 아버지에 대한 애정 역시 담겨 있습니다. 아이는 아버지를 찬미하나, 동시에 아버지를 증오합니다. 아이는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거세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거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이는 아버지를 제거하고 어머니를 소유하려는 욕구를 견지합니다. 이는 죄의식을 낳게 됩니다. 이로써 무의식 속에 가라앉는 것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증오라고 프로이트는 주장합니다. 실제로 도스토예프스키..

31 동구러문헌 2020.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