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형준 4

서로박: (2)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죽음과 죽임, 극단적 자기 파괴성 어느 날 표도르 베르초벤스키는 샤토프라는 이름의 대학생을 교묘한 방법으로 암살합니다. 나중에 그는 암살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토로합니다. 즉 샤토프가 자신을 당국에 밀고하겠다고 위협하며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발언은 다만 핑계에 불과했습니다. 사실인즉 그는 동지들에게 반정부주의의 운동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무지렁이 한 사람을 살해한 것이었습니다. 한 인간의 바보스러운 행동의 배후에는 이런 식의 교활한 간계가 숨어 있었습니다.  표도르 베르초벤스키는 자신의 이념을 열광적으로 추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파괴적 이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당시에는 시갈레프라는 독재자가 무지막지한 폭정을 휘두르고 있..

31 동구러문헌 2025.01.02

서로박: (3) 도스토옙스키의 '백치'

(앞에서 계속됩니다.) 10. 비극이 발생하다: 므이쉬킨 공작은 나스타시아에게 결혼을 신청합니다. 주인공에게 결혼이란 무소유의 행위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스위스에서 병든 마리를 도와주었듯이, 이번에는 (사랑하는 임의 행복을 위하여 임을 떠나려고 결심하는) 나스타시아를 아무런 조건 없이 돕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소설은 끔찍한 비극으로 끝을 맺습니다. 나스타시아는 주인공과 결혼하기 직전에 로고친에게 향합니다. 경제적 문제 등 이전의 모든 관계를 깨끗하게 매듭지어야만, 공작과 결혼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므이쉬킨 공작 역시 그미를 찾으려고 로고친의 집으로 달려갑니다. 로고친은 거칠고 단순한 사내였습니다. 그는 주인공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나스타시아에게 향해 칼을 뽑아 듭니..

31 동구러문헌 2024.10.25

서로박: (2)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우리는 제 1권이 동시대 영국의 정책을 노골적으로 풍자한다는 사실을 접할 수 있다. 릴리푸트의 수상, 플립너프는 당시의 자유당의 정치가, 로버트 월폴Robert Walpole을 빼박은 인물이다. 월폴은 휘그Whig 정당의 당원이었는데, 보수정당을 견제하며, 중상주의의 정책을 실행에 옮긴 사람이다. 실제로 스위프트는 휘그 당에 가입한 다음에 이에 환명을 느끼고 정치적 경력을 포기한 바 있다. 플립너프가 말할 때, 걸리버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의 말을 무시한다.  콩알만한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하찮게 느껴졌던 것이다. 릴리푸트 왕국이 화염에 휩싸였을 때, 주인공 걸리버는 오줌을 누면서 왕궁의 불을 끈다.어쩌면 작가 스위프트는 여기서 앤 여왕의 정치 참여에 은근히 ..

35 근대영문헌 2023.11.26

서로박: (2)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트문트

6. 서울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골트문트는 사랑에 잘 끌리고, 외로움을 잘 타는 섬세한 청년이었습니다. 외로움은 그로 하여금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단조로운 삶은 그로 하여금 어디론가 멀리 방랑하게 했습니다. 한마디로 주인공의 사랑에 대한 갈망과 방랑벽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유래한 것이었습니다. 골트문트의 이러한 특성은 주인공의 친구 나르치스에게는 전혀 발견되지 않습니다. 나르치스는 진리와 사랑을 누구보다도 신에게서 발견하려고 처음부터 작심하고 있었지요. 그렇기에 그는 세속적 삶과 사랑의 유혹을 받지 않고, 수도원 속에서 안온한 마음으로 명상에 침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사람 모두 다른 길을 걸어가면서 인간 삶의 깊은 뜻을 체득해 나간다는 사실입니다. 나..

43 20전독문헌 2021.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