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C, 오늘 다루려고 하는 소설은 크리스타 볼프의 『육체에 합당하게 Leibhaftig』(2002) 입니다. 이야기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여주인공, “나”는 동베를린의 어느 종합병원에 머물면서 병든 몸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고열 때문인지, 아니면 마취약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미는 비몽사몽의 상태에서 지나간 40년 동안 구동독에서 보낸 여러 가지 삶의 흔적들을 기억해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떠올리는 상상의 현실이 풍요로운 심층의 복합성을 보여주고 있다면, 텍스트의 토대가 되는 병원의 현실은 정확하지만 무미건조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종합 병원의 일상은 일정표에 맞추어 계속 반복되니까요. 주인공은 수술을 기다리며, 한편으로는 자신의 증상 그리고 의사들이 어떻게 자신을 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