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3

서로박: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불의와 금기에 완강하게 저항하는 영화감독, 그는 다혈질에다, 공격적이며, 자기 파괴적인 인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극단을 추구하는 그는 타협을 멀리하고, 놀라운 예술작품을 탄생하게 하였으며, 그의 삶에 있어서도 열광과 분노를 추적하게 하였습니다. 그의 영화가 억압 그리고 절망을 주제로 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Rainer Werner Fassbinder, 1945 - 1982). 마흔도 되지 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독일의 영화감독은 한국의 가수 GOD의 김태우를 많이 닮았습니다. ㅎㅎㅎ   그는 의사인 아버지와 번역가로 활동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나이 6세가 되었을 때 부모는 이혼하였으므로, 1951년부터 어머니에 의해 양육 받았습니다. ..

16 독일 영화 2024.01.08

서로박: 볼프의 '육체에 합당하게' (3)

주인공은 주어진 기회를 상실한 것 외에도 병원 내에서의 자신의 모든 순응적 자세에 대해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의사들은 환자에게 병의 치료를 위해 쓰라린 약물을 들이켜야 한다고 말하며, 컴퓨터 진단 작업에 무조건 협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미 역시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응당 그래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주인공은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깨닫습니다. 즉 자신이 지금까지 친지들과 타인들이 강요하는 기대 욕구에 의해서 침해당하면서 살아왔다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지금까지 자신이 어떻게 순응해 왔는지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골치 아픈 갈등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입니다. 자신의 병은 그미로 하여금 이러한 압박을 깨닫게 하고, 자신의 순응적 태도..

47 Wolf 2021.06.14

서로박: 볼프의 '육체에 합당하게' (1)

친애하는 C, 오늘 다루려고 하는 소설은 크리스타 볼프의 『육체에 합당하게 Leibhaftig』(2002) 입니다. 이야기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여주인공, “나”는 동베를린의 어느 종합병원에 머물면서 병든 몸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고열 때문인지, 아니면 마취약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미는 비몽사몽의 상태에서 지나간 40년 동안 구동독에서 보낸 여러 가지 삶의 흔적들을 기억해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떠올리는 상상의 현실이 풍요로운 심층의 복합성을 보여주고 있다면, 텍스트의 토대가 되는 병원의 현실은 정확하지만 무미건조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종합 병원의 일상은 일정표에 맞추어 계속 반복되니까요. 주인공은 수술을 기다리며, 한편으로는 자신의 증상 그리고 의사들이 어떻게 자신을 대하..

47 Wolf 2021.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