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히 3

서로박: 일리치의 젠더 론 비판 (4)

13. 일리치의 과거 지향적 시각: 일리치의 상기한 시각은 수미일관 과거로 향하여 걸어가려는 독일의 소설가, 귄터 그라스의 퇴행적 걸음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일리치는 자신의 시각을 직접 하나의 게걸음에 비유하였습니다. 그는 언젠가 역사학자, 루돌프 쿠헨부흐 (Ludolf Kuchenbuch, 1939 - )의 “게의 비유”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과거 지향의 시각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자고로 게는 눈 하나를 적으로 향한 채 뒷걸음질, 혹은 옆걸음질 칩니다. 마찬가지로 역사가의 눈은 현재의 난제로 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과거에 대한 그의 관심사는 “현재의 문제점을 더욱더 낯설게 간파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박경미: 155쪽 참고). 일리치는 마치 게가 그러하듯이 현재에 하나..

5 사회심리론 2021.10.12

서로박: 일리치의 젠더 론 비판 (3)

9. 젠더의 상실과 그림자 노동: 일리치의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자본주의와 시장의 발전으로 인한 “젠더의 상실”, 바로 그것입니다. 자본주의의 발전은 인간을 돈과 자본의 노예로 만들고 급기야는 남성과 여성의 고유한 일감을 차단시켰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젠더는 고유의 기능을 상실한 채 섹스의 개념으로 가치하락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일리치는 토착적 젠더 사회에서 경제적 섹스의 사회로 이행되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할 사항은 일리치가 인간의 노동 가운데에서 돈 가치로 환산되지 않는 “그림자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를테면 여성들의 가사 노동은 임금으로 지불받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림자 노동이 여성의 일감에서만 출현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자들의 경우에도..

5 사회심리론 2021.10.12

서로박: 일리치의 젠더 론 비판 (1)

1. 일리치의 젠더 이론의 앞모습과 뒷모습: 자고로 대부분의 이론은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관점 intentio recta”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 대한 반성적 성찰 intentio obliqua”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사물에 대한 직접적인 인식 그리고 이러한 인식에 대한 성찰이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어떤 특정한 이론의 두 가지 측면을 일단 구분해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일리치의 젠더 이론은 현대 문명을 다각도에서 비판하므로, 그 자체 존재 가치를 지닙니다. 실제로 일리치는 “최상의 것을 망치는 것이 가장 나쁘다. Corruptio optimi pessima”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현대 문명을 “신약성서의 내용이 완전히 파괴된 무엇”으로 규정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5 사회심리론 2021.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