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희 3

(명시 소개) 이달희의 시 '낙동강 1'

낙동강 1.                                                이달희 大寒 날얼어붙은 낙동강을홀로 건너가시던 할머니,명주수건으로 두른사천년의그 忍從의  시린 추위. 싸르륵 싸르륵마른 갈맡을 헤치는 회리바람을 지나모래 바람이 불꽃처럼 확확 타오르는강변을 지나 大寒 날얼어붙은 닉동강을홀로 건너가시던 할머니,호오 호오, 언 손 불어주시던사천년의그 면면한 사랑. 하얀 약첩을 펼치면숙지황익모초人蔘누렇게 한지에 밴 그 내음새,자주 앓던 자손을 언제나 걱정하시던사천년의그 빛바랜 애환 낙동강 2 섬돌 밑에 떨어진 낡은 고무신 한켤레 흐느끼고 있네.장독 뒤에 숨은 이 빠진 옹기그릇 하나 흐느끼고 있네.돌담 아래 넘어진 손때 묻은 박달절구 하나 흐느끼고 있네.장롱 속에 주인 잃은 구리비녀..

19 한국 문학 2024.07.04

(명시 소개) 동요에 의한 살풀이. 이달희의 시 「점치는 아이」(2)

(앞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너: 「점치는 아이」는 “낙동강 시편 19”로서 다음과 같은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모래 그릇에 모래 음식을 담아놓고, 손등에 모래흙을 덮고 다독여서 모래집을 지으며.” 이 작품을 동요라고 규정해도 될까요? 나: 물론 어린이가 즐겨 부르는 노래라는 점에서 동요에 해당합니다. 그렇지만 시적 주제를 감안하면 어른을 위한 동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세밀한 분석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수월하게 읽히는 작품입니다. 그렇지만 시적 주제를 고려하면 많은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1. 정치 경제적 측면, 2. 역사적 측면, 3. 철학적 측면. 너: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살펴주시지요? 나: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곡창 지대에 속했습니다. 날씨가 온화했으므로 만주 지역에 비해 ..

19 한국 문학 2021.07.01

(명시 소개) 동요에 의한 살풀이. 이달희의 시 「점치는 아이」(1)

나: 오늘은 이달희 시인의 작품, 「점치는 아이」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그의 시집 『낙동강 시집』(서정 시학, 2012)에 실려 있습니다. 이달희 시인은 1948년 경남 창원 출생으로서 오랜 창작 기간 동안 단 한 권의 시집만을 간행했습니다. 지극히 과작이지요. 그렇지만 시집에는 오랜 시간 농익은 포도주와 같은 수작들이 많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오랜 퇴고의 과정을 거쳤겠습니까? 너: 동의합니다. 이달희 시인은 시적 소재 내지 주제에 있어서 독일의 시인 페터 후헬 Peter Huchel을 연상하게 합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후헬의 문학은 그리스도의 경건함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이달희 시인에게는 토속 신앙과 선 (仙) 사상의 흔적이 엿보이고 있습니다. 시인은 1950년대 낙동강 주변에서 유년..

19 한국 문학 2021.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