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명시 소개) 이달희의 시 '낙동강 1'

필자 (匹子) 2024. 7. 4. 10:21

낙동강 1.

 

                                               이달희

 

大寒 날

얼어붙은 낙동강을

홀로 건너가시던 할머니,

명주수건으로 두른

사천년의

그 忍從의  시린 추위.

 

싸르륵 싸르륵

마른 갈맡을 헤치는 회리바람을 지나

모래 바람이 불꽃처럼 확확 타오르는

강변을 지나

 

大寒 날

얼어붙은 닉동강을

홀로 건너가시던 할머니,

호오 호오, 언 손 불어주시던

사천년의

그 면면한 사랑.

 

하얀 약첩을 펼치면

숙지황

익모초

人蔘

누렇게 한지에 밴 그 내음새,

자주 앓던 자손을 언제나 걱정하시던

사천년의

그 빛바랜 애환

 

낙동강 2

 

섬돌 밑에 떨어진 낡은 고무신 한켤레 흐느끼고 있네.

장독 뒤에 숨은 이 빠진 옹기그릇 하나 흐느끼고 있네.

돌담 아래 넘어진 손때 묻은 박달절구 하나 흐느끼고 있네.

장롱 속에 주인 잃은 구리비녀 하나 흐느끼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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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희 시집: 낙동강 시집 (서정시학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