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1.
이달희
大寒 날
얼어붙은 낙동강을
홀로 건너가시던 할머니,
명주수건으로 두른
사천년의
그 忍從의 시린 추위.
싸르륵 싸르륵
마른 갈맡을 헤치는 회리바람을 지나
모래 바람이 불꽃처럼 확확 타오르는
강변을 지나
大寒 날
얼어붙은 닉동강을
홀로 건너가시던 할머니,
호오 호오, 언 손 불어주시던
사천년의
그 면면한 사랑.
하얀 약첩을 펼치면
숙지황
익모초
人蔘
누렇게 한지에 밴 그 내음새,
자주 앓던 자손을 언제나 걱정하시던
사천년의
그 빛바랜 애환
낙동강 2
섬돌 밑에 떨어진 낡은 고무신 한켤레 흐느끼고 있네.
장독 뒤에 숨은 이 빠진 옹기그릇 하나 흐느끼고 있네.
돌담 아래 넘어진 손때 묻은 박달절구 하나 흐느끼고 있네.
장롱 속에 주인 잃은 구리비녀 하나 흐느끼고 있네.
...................
이달희 시집: 낙동강 시집 (서정시학 2012).
'19 한국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로박: (2) 기억과 갈망의 몽타주. 이정주의 시세계 (0) | 2024.07.15 |
---|---|
서로박: (1) 기억과 갈망의 몽타주. 이정주의 시세계 (0) | 2024.07.15 |
(명시 소개) 전홍준의 시, '일흔' (0) | 2024.07.03 |
(명시 소개) 김해화의 시, '어미는 아이들을 품에 안은 채로' (0) | 2024.06.28 |
(명시 소개) 김해화의 시, '내가 얼마나 당신의 이름을 불렀는지 알아요?' (0) | 2024.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