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르노: 헤겔은 가능성의 개념을 나쁘게 언급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블로흐: 가능성의 개념은 헤겔에 의해서도 나쁘게 다루어졌지요. 헤겔은 가능성에 대한 종래의 견해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하면서 가능성을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개념으로 취급하고 말았지요. 실재하지 않는 것은 어떠한 가능한 무엇도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가능한 것은 헤겔의 견해에 의하면 현실적인 것으로 직결되었으니까요, 말하자면 그것이 현실적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다고 헤겔은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가능성의 카테고리는 헤겔의 경우 하나의 주관적 성찰의 카테고리였습니다. 아도르노: 가능성이란 개념이 그냥 지붕 꼭대기 위로 올라간 셈이로군요. 블로흐: 그런 셈이지요 가능성의 개념은 처마위로 올라갔지만, 지붕 밖으로 돌출해 나오지는 못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