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구 5

박설호: (1) 흙의 시학. 송용구의 생태시

“(...) 꽃잎에 앉아 있는/ 맑은 물방울 속에서/ 사람의 눈망을을 본다// (...) 바람의 숨결 속에서/ 기쁨을 머금은/ 사람의 노래를 듣는다// 다사로운 저녁노을 속에서/ 연민을 가득 품은/ 사람의 얼굴이 비쳐 나온다” )송용구: 「사람을 닮았다」 일부) 1. 凸: 흔히 사람들은 21세기를 “인류세”라고 규정합니다. 이 말은 충적세의 종말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물질 이후의 생태계 파괴, 기후 위기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구상에서 생존하는 80여억 명의 인간은 이기적으로 수미일관 자연환경을 훼손해 왔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물질과 자연의 의미, 인간 중심적인 사고와 성장의 문제를 추적해보려고 합니다. 이러한 논의 다음으로 송용구 시인의 생태시 몇 편을 논평해보려고 합니다. 凹: 중요한 ..

19 한국 문학 2023.06.21

(명저 소개) 송용구 시집: 녹색 세입자

생태 시인 송용구의 "녹색 세입자"가 올해 5월에 시산맥 출판사에서 간행되었습니다. 정독을 요하는 시집입니다. 시집은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 1부: 심각 경보 여기에 실린 12편의 시는 현대 사회의 비극적 상황을 은근히 풍자하고 있습니다. 눈앞의 이득에 혈안이 되어 살아가는 인간군상, 조만간 절멸의 상태에 빠져들게 될 인류세의 비극, 디지털에 목을 맨 과학 기술에 대한 맹신, 너와 나 모두 고객으로 살아가는 맘몬의 후예들의 물신 풍조 등을 생각해 보세요. 지구는 탄소 군단에 의해 장악되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시인의 강도 높은 시대비판이 시의 배후에 은밀하게 용해되어,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판단을 촉구하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제 2부: 나무와 나 나무는 인간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1 알림 (명저) 2022.06.15

츠바이크의 모르는 여인의 편지

슈테판 츠바이크 Stefan Zweig의 "모르는 여인의 편지"가 송용구 선생님의 번역으로 고려대학교 출판부에서 간행되었습니다. 간행된 지 오래 되었는데, 이제 소개하려고 하니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조건없는 사랑을 아낌없이 바치는 이야기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독자의 가슴을 파고들기에 충분합니다. 에로티시즘을 예술로 승화시킨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1 알림 (명저) 2021.05.27

(단상. 477). 치료의 매개체로서의 이야기들

사랑의 갈망은 무지개와 같다. 일곱 색깔에게 다가가면, 그만큼 멀어진다. 헝가리의 시인, 산도르 페퇴피Sándor Petöfi에 의하면 희망은 카르멘과 같아서, 돈 호세가 순정을 바칠 때, 그미는 어리석은 군인을 떠난다. 그런데 행복 추구에서 사랑이 배제되면, 행복 추구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랑 없는 참다움은 허사로 다가오고, 사랑 없는 선은 차가운 도덕으로 남으며, 사랑 없는 아름다움은 생명력 없는 인형의 서늘함만 보여줄 뿐이다. 그래, 사랑이 황금이라면, 진선미는 수은, 황 그리고 소금이다. 사랑이 행복의 결실이라면, 그것을 자극하는 매체들이 진선미이기 때문일까. 완전한 사랑, 영원한 사랑은 그 자체 허구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알면서도 이러한 허상을 끝없이 추구한다. 그 이유는 고통을 당하는..

3 내 단상 2021.05.25

송용구: 바람 소리

바람 소리 - 어느 의사의 고백 - 송용구 앞 못 보는 자의 눈이 되고 앉은뱅이의 다리가 되는 그런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면 너의 눈과 너의 다리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나의 혀끝에 전사(戰士)처럼 칼을 들이대던 스무 살적 바람소리여 백일몽을 가위누르던 서슬 퍼런 바람 소리여 나를 잊으라 나를 용서하라 온 하루 빈 들녁에 퍼붓던 겨울 소나기 잠잠해지면 나는 쓸쓸히 저무는 강가에 꿇어 앉아 잊혀진 연서 (戀書)의 언약 같은 마른 억새 잎으로 입술을 내리치며 눈시울 붉은 달빛 속에 저주 받은 승냥이의 울음을 꺼이꺼이 게워내고 있는가

19 한국 문학 2015.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