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림 (명저)

(명저 소개) 송용구 시집: 녹색 세입자

필자 (匹子) 2022. 6. 15. 09:23

생태 시인 송용구의 "녹색 세입자"가 올해 5월에 시산맥 출판사에서 간행되었습니다.

 

 

 

정독을 요하는 시집입니다. 시집은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 1부: 심각 경보

 

여기에 실린 12편의 시는 현대 사회의 비극적 상황을 은근히 풍자하고 있습니다. 눈앞의 이득에 혈안이 되어 살아가는 인간군상, 조만간 절멸의 상태에 빠져들게 될 인류세의 비극, 디지털에 목을 맨 과학 기술에 대한 맹신, 너와 나 모두 고객으로 살아가는 맘몬의 후예들의 물신 풍조 등을 생각해 보세요. 지구는 탄소 군단에 의해 장악되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시인의 강도 높은 시대비판이 시의 배후에 은밀하게 용해되어,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판단을 촉구하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제 2부: 나무와 나

 

나무는 인간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홍수를 예방하게 합니다. 건물을 짓게 하고 문명 사회를건립하는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더위 먹은 인간에게 그늘과 피톤치드를 안겨주고, 굶주린 행인에게 열매까지 건네줍니다. 풀과 나무는 생명의 산실이지요. 나무라고 해서 무조건 인간에게 선한 존재는 아닐 것입니다. 석유, 석탄 등도 따지고 보면 죽은 나무에서 유래한 것이지요. 나무는 선한 부분 존재도  아니고, 악한 부분 존재로 아닙니다. 나무는 그 자체 생태적인 세계입니다. 시적 자아는 물아일체의 마음으로 나무의 존재 속으로 잠입합니다.

 

제 3부: 녹색 세입자

 

시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어진 삶의 토대인 녹색 속으로 동화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적 어조는 냉정함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부채라는 망연자실의 고백을 접합니다. (나의 채무), 인간의 삶이 잠깐 생태계 속에서 세들어 살다가 떠나는 과정이라는 사실 또한 체득하게 됩니다, (녹색 세입자), 진정한 귀향은 시인에 의하면 자연의 가족이 되는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합니다. (귀향), "나의 몸은/ 흙// 나의 머리카락은/ 풀// 나의 눈은/ 하늘을 비추는/ 물// 나의 코는/ 만물의 숨결이 오고 가는/ 길" (몸)

 

제 4부: 엑소더스

 

시인은 자연 존재 속에 머물다가 다시 현실로 회귀합니다. 시적 자아의 시각은 지극히 낮은 곳에서 위로 향하고 있습니다. 시인에게 엑소더스는 과거에는 기독교 신앙이었지만,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의 광야"로 향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시적 자아가 사랑, 믿음, 선과 도덕에 집착했다면, 이제는 주어진 현실적 조건으로부터 벗어나 (아니, 멀리 떨어져서) 세상을 관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 3부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들이 참으로 놀라운 탁마의 과정을 거쳐 나온 산물 Elaborate이라고 여겨지는데요. 왜냐하면 시인의 존재는 자연과 불일부이의 관계 속에서 유추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개별 작품을 분석하여 블로그에 올려놓도록 하겠습니다. 일독을 권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