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4

블로흐: 트리스탄과 이졸데, 신비로운 결합

누군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부끄러운 부위를 오랫동안 응시한다면, 어떨까? 그 부위는 모든 생명체를 황홀하게 만드는 약간 어두침침한 공간을 가리킨다. 이와는 반대로 여자가 오랫동안 그런 식으로 남자를 바라본다면, 남자는 어떻게 행동할까? 아마도 그는 자신이 어떻게 인지되는가를 새삼 느끼게 될 것이며, 어떤 놀랍고도 당혹스러운 감정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즉 두 눈길이 서로 마주치는 순간 남자로서 어둠침침한 공간을 아무런 느낌 없이 그냥 벗어난다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진지한 감정을 품는다고 하더라도, 다만 미소로써 가장 경쾌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남성적 오르가슴을 만끽하지 못하는 경우라든가, 마치 어떤 기이한 상황 속에서 여자 그리고 밀월의 방이 엉뚱하게 교체된 경우를 생..

29 Bloch 번역 2023.03.24

호르스터: 블로흐의 사상 (1)

블로흐의 주저 『희망의 원리』는 1938년부터 1947년 사이에 미국 망명 시에 집필되었으며, 제 1권은 구동독에서 1953년에 간행된 바 있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대상을 다루면서 어떤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망이 인간을 추동하는 결정적인 모티브라는 사실을 피력하고 있다. 블로흐는 회화, 건축, 음악 그리고 문학 등의 제반 예술 장르를 하나씩 분석하고, 동화, 영화, 여행, 유행, 진열장, 춤, 무언극, 낮꿈과 밤꿈, 종교 그리고 신화 등을 차례로 거론하면서, 이들 속에 담긴 유토피아의 요소들을 해명해 나간다. 나아가 그는 통속 문학, 영화관, 일 년 시장, 축제 등의 영역을 긍정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어떤 소외되지 않은 사회적 정치적 현실 상태에 대한 희망의 가장 다양한 표현 형태들을 ..

29 Bloch 번역 2021.08.24

서로박: 마이어의 무효 선고받은 독일인

독일의 비평가, 한스 마이어 (Hans Mayer, 1907 - 1998)의 "무효 선고받은 독일인 (Ein Deutscher auf Widerruf)"은 두 권으로 이루어진 회고록인데, 1982년에서 1984년 사이에 씌어졌다. 마이어는 문예 이론가 내지 에세이스트로 살아오면서, 많은 풍파를 겪었다. 그의 회고는 작품 속에서 50년대부터 시작되어 1980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스 마이어는 계몽된 유대인 시민의 가정에서 태어나, 처음에는 법률학을 공부했다. 이 시기의 이야기는 제 1장 “물고기의 표시 속에서”에 자세히 서술되고 있다. 당시에 쿠르트 투콜스키 (K. Tucholsky)의 날카로운 산문은 그에게 커다란 감명을 주었다. 마이어는 1923년에 게오르크 루카치 (G. Lukács)의 "역사와 계..

25 문학 이론 2021.02.03

서로박: 스피처의 '문학 해석의 한 가지 방법'

레오 스피처 (L. Spitzer, 1887 - 1960)의 "문학 해석의 한 가지 방법 (A method of interpreting literature)"은 1949년 미국 노트 햄프턴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오스트리아 출신 로마 어문학자, 스피처는 20년대 30년대 문학의 문체 등을 연구한 뒤 40년대 프랑스 문학에 나타난 전통 및 “텍스트에 관한 해석 (explication de texte)”을 추적한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문학의 실증주의적 해석과 이념사적 해석 사이의 어떤 구분이다. 스피처는 자신의 문헌학 연구의 전제 조건 및 수공적 수단 내지는 방법론 등을 세 가지 범례로써 설명한다. 첫 번째 장은 황홀, 즉 엑스타시를 내용으로 하는 세 편의 작품에 할애되고 있다. J. 돈 (Donne)..

25 문학 이론 201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