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리히 5

(명시 소개) (2) 사랑과 평화를 위한 진혼곡. 문창길의 시 「지돌이할머니를 추모하며」

(앞에서 계속됩니다.) B: 시인은 자신의 “어머니 같은 혼을 이제야 맘 놓고 훠이훠이” 휘날릴 할머니를 떠나보내 드리려고 합니다. A: 할머니는 젊은 시절에 치욕과 수모를 겪고, 오랫동안 비탄과 자학으로 삶을 이어왔지만, 그래도 말년에는 자그마한 평온을 누렸습니다. 그렇기에 시적 자아는 지돌이할머니에게 이러한 평온과 작은 기쁨을 간직하기를 바랍니다. 여기에는 “짝사랑 같은 마음” 그리고 “아리랑 같은 어깨춤”도 포함됩니다. B: 뒤이어 시인은 동병상련의 친구들을 소환해내는군요. A: 네, 할머니들은 함께 지내면서 서로 우정을 나누었지요. 시인은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의 특징을 하나씩 열거합니다. “자분자분한 귓속말”, “그렁그렁한 타박거림”, “맛깔 나는 춤 맵씨”, “섹시한 그림솜씨”, “조용..

19 한국 문학 2023.02.22

박설호: 강덕경, 혹은 알렉산더 미처리히 (3)

11. 두 세대 그리고 세대 차이: 미처리히는 독일인을 두 세대로 나누어서 해명합니다. 첫 번째 세대는 나치 독재에 직접 가담한 전쟁 세대들입니다. 이들은 싫든 좋든 간에 내면에 최소한의 죄의식을 품고 있습니다. 히틀러를 직접 선거로 선출한 자들도 이들이며, 유대인 탄압에 동조한 자들도 이들입니다. 설령 히틀러에 저항하는 지조를 품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이를 밖으로 표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한스 숄 남매Hans Scholl Geschwister가 뮌헨 전역에 뿌린 삐라는 모두 경찰서에 수거되었던 것입니다. 전쟁 세대는 근면, 검소를 생활신조로 삼으며, 라인 강의 기적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세대는 전쟁 이후에 태어난 자들로 68 학생운동 세대입니다. 이들에게는 나치 폭력에 대한 죄의식이 거..

2 나의 글 2022.05.09

박설호: 강덕경, 혹은 알렉산더 미처리히 (2)

(앞에서 계속됩니다.) 6. 경고를 위한 사회 분석의 책: 원래 책의 제목은 “슬퍼할 줄 모르는 무능력Die Unfähigkeit zu trauern”입니다. 이 제목은 일견 독자에게 감정에 호소한다는 인상을 풍깁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미처리히의 책은 현대인들에게 어떤 잊을 수 없는 무엇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슬퍼한다는 것은 우울한 감정에서 비롯하는 게 아니라, 과거의 나치의 만행으로 핍박당한 사람들의 비극을 애통해 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렇기에 그것은 “함께 괴로워한다.”는 점에서 “동정Mit-Leid”과 같은 정서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필자는 문맥을 고려하여 책의 제목을 “반성할 줄 모르는 무능력”이라고 번역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저자의 견해에 의하면 의식적이..

2 나의 글 2022.05.08

박설호: 강덕경, 혹은 알렉산더 미처리히 (1)

아래의 글은 필자의 저서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 (울력 2017)에 실려 있습니다. 많은 참고 바랍니다. ............................ 1. 강덕경 할머니의 「빼앗긴 순정」: 강덕경 할머니의 그림 『빼앗긴 순정」을 다시 감상합니다. 한 가운데 거대한 나무가 서 있습니다. 나무에는 벚꽃이 만개해 있습니다. 나무가 이다지도 섬뜩하게 느껴지는 그림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알몸의 여성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기회를 빼앗기고, 처녀성을 빼앗긴 게 분명합니다. 그림속의 여성은 자신의 젖가슴 그리고 생식기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있습니다. 부끄러움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부끄럽다면 어떻게 해서든 ..

2 나의 글 2022.05.07

(저서 소개)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 심리학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 지금까지 수십권 간행했지만, 저자로서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은 바로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입니다. 문학 서적, 사회학 서적 그리고 심리학 서적이 아니라, 상호 연계된 관점을 다룬 것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필자는 오래 전부터 호모 아만스의 인간형에 관해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책의 내용 가운데 필자가 애착을 가지는 장은 마지막 부록 "인종, 성, 나이 구분은 없다"입니다. 많은 참고 바랍니다. 목차 1. 서문: 구분 없는 인간형으로서의 호모 아만스 2. 정신분석학의 전개 과정 그리고 에른스트 블로흐 3. 에릭 에릭슨과 루돌프 슈타이너의 교육 심리 이론 4. 에밀리오 모데나의 생태 심리학과 에로스의 유토피아 5. 강덕경, 혹은 알렉..

1 알림 (명저) 2021.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