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6

서로박: 돈키호테 다시 읽기 (2)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사랑하는 임의 상을 사랑할 뿐이다.: 임을 애타게 갈구하면, 만남은 성급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법인가요? 사랑을 애타게 갈구하는 남자는 그미를 사랑하는 대신에, 스스로 갈구하는 임의 상만을 사랑합니다. 돈키호테는 (비록 착각 속에서 살아가지만) 자신의 행위를 필요로 하는 현실과 직접 부딪칩니다. 현실 속에는 자신의 갈망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돈키호테가 둘시네아를 생각할 때는 이와는 다릅니다. 그미는 하나의 명상으로서 돈키호테의 뇌리 속에서만 출현할 뿐입니다. 친애하는 T, 언젠가 독일의 작가 투콜스키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키 크고 날씬한 분을 갈구하지만, 작고 뚱뚱한 분을 얻는다. 그게 삶”이라고 말입니다. 둘시네아는 아주 가까운 곳, 토..

34 이탈스파냐 2023.04.29

귄터 쿠네르트

귄터 쿠네르트 (1929 - )는 구동독 출신의 작가 가운데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작가입니다. 그는 시작으로 출발하였으나, 나중에는 산문을 많이 썼습니다. 그의 작품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시보다도 산문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그의 수많은 작품은 오늘날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시인 고은이 만인보를 집필하지만, 그 역시 아마도 만 편의 시를 족히 썼을 것입니다. 귄터 쿠네르트는 1929년 베를린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유대인 혈통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1940년에는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었습니다. 그의 전쟁 체험은 소설 "모자들의 이름으로 Im Namen der Hüte" 에 자세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사진은 브..

9 문학 이야기 2021.10.29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친애하는 S, 세상 사람들은 때로는 문학과 예술을 잘못 이해합니다. 잘못 이해하여 놀랍게도 창조적 수용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통해서 해석학자인 가다머Gadamer는 독자 중심의 해석학 이론을 도출해낸 바 있지요. 어쨌든 작품이 원래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는 것은 작가의 입장에서 고찰할 때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오늘날 세계 명작 가운데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한 인간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몰이해를 주제화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 명작들 가운데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은 돈 키호테입니다. 사진은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의 동상을 찍은 것입니다. 그는 28세에 레판토 전투에..

9 문학 이야기 2020.04.09

노벨 문학상, 혹은 요구르트 Alles Mueller oder was?

친애하는 J, 200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서 루마니아 출신의 소설가 헤르타 뮐러가 선정되었습니다. 뮐러는 흔한 이름입니다. 나는 뮐러라는 이름을 들으면, 독일에서 즐겨 먹던 요구르트가 생각납니다. 노밸상의 수상작은 "Atemschaukel" 이라고 합니다. 이는 직역하자면 "호흡 그네", "(그네처럼) 흔들리는 호흡"으로 번역될 수 있는데, 소련 강제 수용소에서의 각박한 삶의 체험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수많은 루마니아 독일인들이 소련으로 끌려가서 고초를 당했습니다. 왜냐하면 루마니아에는 그곳 출신의 독일인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소련 군인들은 그곳의 독일인들이 과거에 무슨 일을 하든 간에 모조리 잡아다가 감옥으로 보내곤 하였습니다. 50년대 초반에는 수많은 루마니아 출신의 독일인들이 소련의..

2 나의 글 2019.03.31

서해성: 시 없는 시

소설가 서해성 선생님의 감칠 맛 나는 글을 허락 없이 한겨레 신문에서 퍼왔습니다. 양해를 구하면서.... 또한, 이백에 취해 술 한 잔으로도 장하게 살고, 두보를 읽어 천년을 서리처럼 깨운다. 봄날 곡강 근처에서 그가 저당 잡히고 마신 헌 저고리를 체온 그대로 입어보게 하는 게 시다. 87행짜리 백거이 비파행 사이에 도사린 침묵을 문득 알아차린 건 어제그제 마흔 무렵이다. 장계의 풍교야박 탓에 뱃머리에 부딪는 물결이 절로 단풍든 걸 어찌 하랴. 이천 몇 백 년을 두고 형가와 대작하고파 이수를 찾던 날에는 비가 내렸다. 시황제야 비껴갔지만 그 시의 칼에 찔리지 않은 이 누가 있겠는가. 강 건너 소리 파는 여인네 망국한을 모른다 했거늘 후정화가 그저 옛 노래가 아님을 새길 수 있었던 건 두목이 시로 젓는 배..

19 한국 문학 2012.04.21

류신: 장벽 위의 음유 시인 볼프 비어만

중앙대 류신 교수님의 저서 "(장벽 위의 음유 시인) 볼프 비어만 독일 분단사의 상징 볼프 비어만의 삶과 문학"이2011년 한울 아카데미에서 간행되었습니다. 출판사 서평: 독일 분단사의 상징인 볼프 비어만의 삶과 문학을 살펴보는 책. 구동독의 대표적인 반체제 저항시인 볼프 비어만은 자신이 지은 시를 작곡해 기타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다. 비어만은 민요풍의 서정성과 쟁론적인 정치성을 결합시켜 독보적인 시세계를 구축한 탁월한 시인일 뿐 아니라, 독일분단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문학평론가이자 중앙대학교 독일어문학과 교수인 류신이 시인이기 이전에 영웅적 투사로, 작가라기보다는 노래쟁이 악동으로, 문인이기 앞서 정치적 동물로 수용되었던 비어만의 문학을 되찾으려 한 시도이다. 나..

1 알림 (명저) 201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