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6

서로박: Rudolf Steiner가 예언한 '성배의 민족'

독일의 신지학자, 철학자, 교육 이론가 루돌프 슈타이너, 그의 사상적 스펙트럼은 다양하고도 신비롭고 심원하다. 인간 지혜론, 발도르프 교육 그리고 그의 사회 삼층론을 생각해 보라. 그의 사상은 400권의 저서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그렇지만 그 역시 과거의 인물이며, 오늘날의 관점에서 그의 사상이 아무런 조건 없이 100 %의 진리로 수용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성배 - 그것은 인간의 완전한 행복에 대한 객관적 상징체이다. 성배는 어디에 있는가? 성배의 민족은 누구인가? 슈타이너는 유대 민족이 성배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왜냐면 유대인들은 내면의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인종 차별을 당하면서, 나라 없는 민족으로 오랫동안 방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1세기의 성배의 민족은 누구인가? 슈..

12 세계 문화 2024.05.30

서로박: 돈키호테 다시 읽기 (2)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사랑하는 임의 상을 사랑할 뿐이다.: 임을 애타게 갈구하면, 만남은 성급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법인가요? 사랑을 애타게 갈구하는 남자는 그미를 사랑하는 대신에, 스스로 갈구하는 임의 상만을 사랑합니다. 돈키호테는 (비록 착각 속에서 살아가지만) 자신의 행위를 필요로 하는 현실과 직접 부딪칩니다. 현실 속에는 자신의 갈망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돈키호테가 둘시네아를 생각할 때는 이와는 다릅니다. 그미는 하나의 명상으로서 돈키호테의 뇌리 속에서만 출현할 뿐입니다. 친애하는 T, 언젠가 독일의 작가 투콜스키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키 크고 날씬한 분을 갈구하지만, 작고 뚱뚱한 분을 얻는다. 그게 삶”이라고 말입니다. 둘시네아는 아주 가까운 곳, 토..

34 이탈스파냐 2023.04.29

(단상. 456) "신유물론" "사변적 실재론"

새로운 물질 이론에 관한 관심이 높다. 신유물론에 관한 논의는 과거에 포스트모더니즘이 그러했듯이  유행을 타고 번지는 것 같다.  신유물론은 인류세에 즈음한 생태계 위기의 관점을 반영한 사고의 관점에 근거한 것인데, 1. 물질의 행위성을 강조하는 페미니즘의 관점, 2. 인간과 자연의 동등한 관계를 추구하는 사변적 실재론 등으로 구분된다. 1. 물질의 행위성을 강조하는 페미니즘의 관점: 우리는 몸, 타자, 환경, 지구 등이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사고한다. "물질Mater"은 세계의 발효하는 모태,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자궁으로서 "어머니Mutter"에서 비롯한 단어이다. 이 점에 있어서 신유물론은 남녀 평등, 자연과의 공생, 평화의 추구 그리고 절약을 추구하는 공동체의 관습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삶이야 ..

3 내 단상 2023.02.07

귄터 쿠네르트

귄터 쿠네르트 (1929 - )는 구동독 출신의 작가 가운데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작가입니다. 그는 시작으로 출발하였으나, 나중에는 산문을 많이 썼습니다. 그의 작품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시보다도 산문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그의 수많은 작품은 오늘날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시인 고은이 만인보를 집필하지만, 그 역시 아마도 만 편의 시를 족히 썼을 것입니다. 귄터 쿠네르트는 1929년 베를린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유대인 혈통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1940년에는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었습니다. 그의 전쟁 체험은 소설 "모자들의 이름으로 Im Namen der Hüte" 에 자세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사진은 브..

9 문학 이야기 2021.10.29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친애하는 S, 세상 사람들은 때로는 문학과 예술을 잘못 이해합니다. 잘못 이해하여 놀랍게도 창조적 수용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통해서 해석학자인 가다머Gadamer는 독자 중심의 해석학 이론을 도출해낸 바 있지요. 어쨌든 작품이 원래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는 것은 작가의 입장에서 고찰할 때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오늘날 세계 명작 가운데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한 인간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몰이해를 주제화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 명작들 가운데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은 돈 키호테입니다. 사진은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의 동상을 찍은 것입니다. 그는 28세에 레판토 전투에..

9 문학 이야기 2020.04.09

노벨 문학상, 혹은 요구르트 Alles Mueller oder was?

친애하는 J, 200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서 루마니아 출신의 소설가 헤르타 뮐러가 선정되었습니다. 뮐러는 흔한 이름입니다. 나는 뮐러라는 이름을 들으면, 독일에서 즐겨 먹던 요구르트가 생각납니다. 노밸상의 수상작은 "Atemschaukel" 이라고 합니다. 이는 직역하자면 "호흡 그네", "(그네처럼) 흔들리는 호흡"으로 번역될 수 있는데, 소련 강제 수용소에서의 각박한 삶의 체험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수많은 루마니아 독일인들이 소련으로 끌려가서 고초를 당했습니다. 왜냐하면 루마니아에는 그곳 출신의 독일인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소련 군인들은 그곳의 독일인들이 과거에 무슨 일을 하든 간에 모조리 잡아다가 감옥으로 보내곤 하였습니다. 50년대 초반에는 수많은 루마니아 출신의 독일인들이 소련의..

2 나의 잡글 2019.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