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일 10

박설호: (2) 동학 그리고 에코페미니즘

(앞에서 계속됩니다.) 5. “플레타르키아” versus “플레타나르키아”: 김용옥은 민본(民本)이라는 개념을 분명하게 규정하기 위해서 “플레타르키아Pletharchia”라는 조어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데모스’는 보다 광범위한, 계층적 제한이 없는 ‘다중(多衆)’을 가리키며, ‘아르케’는 ‘지배’의 개념보다는 ‘본원’의 의미가 내재한다.”는 것입니다. (동경대전, I, 272). 이 단어는 “민중”, “무리”, “다수의 인간”에 해당하는 “πλήθος”에다 국가의 기능을 강조하는 “archia”를 결합한 조어입니다. 그러나 아르케는 지금까지 “본원”에 비해 “지배”라는 의미로 더욱더 많이 활용되었음을 도올은 좌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후자, “아르키아”의 경우 서양에서 민주주..

2 나의 글 2023.10.22

서로박: (2) 존재와 존재자, 혹은 수운과 화이트헤드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신 그리고 자연 (Spinoza), 존재자 그리고 존재 자체 (Heidegger), 신 그리고 창조성 (Whitehead), 존재 그리고 초월의 존재 (Tillich)는 서로 포함(包含)하는 관계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것들은 단순히 이원론의 관계로 고착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것들은 서로 이질적인 내용을 지닌 채 양단적(両断的)으로 배척하는 게 아니라, 상호 조화롭게 영향을 끼쳐서 제각기 변해나가는 양단적(両端的)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양단(両端), 다시 말해서 서로 이어질 수 있는 두 개의 끝을 가리킵니다. 7. 이러한 방식으로 서로를 포함(包含)하며 양단적(両端的)으로 작용하는 상제로서의 신과 지기로서의 기운은 서로 통합하고 조우하며 아..

23 철학 이론 2023.10.14

서로박: (1) 존재와 존재자, 혹은 수운과 화이트헤드

- 동학은 “신 그리고 자연” (스피노자), “존재자 그리고 존재 자체” (하이데거), “신 그리고 창조성” (화이트헤드)의 모든 특징을 포괄하는 세계적인 사상이다. (김상일) - ............... 1. 김상일의 『수운과 화이트헤드』 (지식산업사 2001)는 수십 년 동안의 연구 결실로 탄생한 보기 드문 역작입니다. 이 책은 1년 전에 간행된 『동학과 신서학』의 보충 판인데, 논의를 개진하는 데 있어서 무리가 없고, 순서와 주제의 전개에서도 탁월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 책은 동서양의 신학을 추적해온 도올 김용옥의 사상을 한 단계 발전시켰습니다. 김용옥은 『도올심득 東経大全』에서 최수운의 사상을 “후천 개벽을 위한 실천철학”으로 평가했습니다. 동학사상 속에는 이른바 민본(民本)이라는 의향이 ..

23 철학 이론 2023.10.14

박설호: (3) 김상일의 "腦의 충돌과 文明의 충돌"

(앞에서 계속됩니다.) 7. 문화적 침범과 서구화 그리고 이와는 다른 홍산 문화: 서양의 이원론의 대립은 좌뇌와 우뇌의 균열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대립은 앞에서 언급한 여성 살해에 관한 서양의 신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서구의 기독교 국가들은 기독교를 비서구 국가에 전파하고, 이들이 서구화하기를 희구하였다. 그들의 3 M 정책은 “선교Mission”, “상인Merchant” 그리고 “군대Military” 등을 동원하는 일이었다. 하나의 문화가 다른 문화를 잠식하고 파괴하는 것은 신화에서 선취되고 있다. 문명사의 대서사시는 동양과 서양 사람들의 충돌과 갈등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 가령 우랄알타이어 산맥에 거주하던 수메르 인들은 메소포타미아로 이전하여 서양 문명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10세기의 칭..

23 철학 이론 2023.04.11

박설호: (1) 김상일의 "腦의 충돌과 文明의 충돌"

1. 문명의 충돌을 극복하려는 뇌 연구: 김상일 교수의 『脳의 충돌과 文明의 충돌』(2007)을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뇌의 연구와 문명의 역사를 서로 비교한다는 점에서 정신과학과 사회과학의 내용을 자연과학과 접목시킨다는 점에서 신선하면서도 놀라운 내용을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저자는 맨 처음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과 국제 질서의 재편성The Clash of Civilizations and the Remaking of World Order』(1996)에서 어떤 모티프를 찾아내어, 이를 뇌 과학 연구에 접목시킨다. 그렇지만 뇌의 기능과 문명의 충돌을 서술하면서, 저자는 동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 중국과 한국의 문화적 대립, 유, 불, 도로 요약되는 동양학의 발전과 수용 그리고 한 사상 내지 동학..

23 철학 이론 2023.04.11

(명저 소개) 김상일: 부도지 역법과 인류세

자고로 지식인의 과업은 주어진 시대의 시대 정신에 의해 측정되고 정해지는 법입니다. 필자는 오늘날 지식인의 과업으로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중요하게 여겨 왔습니다. 1. 협동과 상생으로서의 경제적 삶을 실천하는 일 (자본주의의 극복), 2. 남녀평등을 실천하는 일 (폭력과 차별의 극복), 3. 동식물과 함께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살려나가는 일 (자연과 지구 파괴의 극복). 만약 필자가 지금 그리고 여기가 아니라, 다른 시대 그리고 다른 장소에 태어났더라면, 세 가지 과업은 아마도 이와는 다르게 설정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충족시켜주는 책이 한 권 간행되었습니다. 김상일: 부도지 역법과 인류세 (동연 2021). 김상일 교수는 한국 철학 가운데 지금까지 아무도 다루지 않은 테마를 집요하게 구명함..

1 알림 (명저) 2022.12.11

박설호: 중국 문명의 토대를 닦은 자들은 동이족이었다 (2)

누가 가장 멋있는가? 단군 이래로 서서히 자취를 감춘 선교 (仙敎): 요동과 만주 지역에 퍼진 홍산 문화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고조선의 부권주의의 정치적 제도에 의해 그리고 외부에서 수입된 이질적 사상과 종교에 의해 서서히 약화되었습니다. 마치 청동기 문화가 철기 문화에 의해 잠식되었듯이, 고조선이라는 광활한 지역에 살던 한인들의 인성과 사고방식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중국, 몽고 등의 문화에 포함 (包含)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명맥은 한반도에서 “유불선 삼교에 포함한 현묘한 풍류도”로 전해 내려왔습니다. 이는 최치원의 「난랑비서 (鸞郎碑序)」에도 분명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최치원의 글에 의하면 삼국 시대에는 도교와 불교가 전파되기 이전에 무속 신앙 속에 이미 풍류도라는 현묘한 도가 이미 존재..

2 나의 글 2022.03.29

박설호: 중국 문명의 토대를 닦은 자들은 동이족이었다 (1)

이들 가운데 누가 가장 멋있는가? 서양 사람들의 동양 문화에 관한 오류: 동양 문화에 관한 서양인들의 오류 내지 북동아 지역의 고대 문화에 대한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의 편견 등은 참으로 심각합니다. 독일 철학자들은 라이프니츠 이래로 거의 대부분의 경우 동양의 문화가 중국의 사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착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고대 동북아 지역의 문화는 오직 중국의 황허 문명에 국한될 수는 없습니다. 아니, 그것은 엄밀히 따지면 중화주의의 사고와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왜냐하면 고대의 동양 문화는 황하강 유역의 용산 문화가 아니라, 송화강 유역의 홍산 문화에 의해 그 토대가 다져졌기 때문입니다. 홍산 문화는 고조선 이전의 시대와 고조선 시대의 한민족의 문화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이는 20세기 후반에 고고학적..

2 나의 글 2022.03.29

(명시 소개) 박현수의 시, 「‘응’이란 말」(2)

박현수: 겨울 강가에서 예언서를 태우다 (울력, 2015, 71쪽 이하.) 나: 앞에서 우리는 박현수의 시작품을 미시적으로 고찰해 보았습니다. 시 「‘응’이란 말」은 사랑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구명하면 어떨까요? 여기서 우리는 시적 주제와 관련되는 거시적인 제반 문제점을 다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령 빌헬름 라이히Wilhelm Reich는 사랑을 차단시키는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을 강제적 성윤리로 설명하면서, 여기서 파생되는 사회 심리적 하자를 지적하려고 했습니다. 너: 아, 네. 오늘날에 이르러 강제적 성윤리는 많이 약화되었습니다. 동성애에 관한 논의에서도 많은 편견이 사라졌으니까요. 그런데 개인 내지 가족 구성원을 고려할 때 강제적 ..

19 한국 문학 2021.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