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호 3

가벼운 내가 떠나리라, 혹은 메타세쿼이아

승염이사 (僧厭離寺), 사염승거 (寺厭僧去) 중이 싫어 절을 떠날까, 아니면 절이 싫어 중을 떠날까? 이는 참으로 어려운 질문입니다. 1980년대 말에 김수행, 정운영 두분 교수님은 학교를 떠났습니다. 학교의 재정을 문제 삼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학교 당국은 "사표를 제출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두 분 교수님은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사표를 제출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사표를 수리한 다음에, 두 분 교수님을 강제로 퇴직시켰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그것은 실제로 존재했던 가장 치졸하고 가장 저열한 사기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수행 교수님은 다행히 S대에 자리를 잡았지만, 정운영 교수님은 오랜 기간 실직 상태에 처해 있었습니다. 당시 학..

2 나의 글 2021.09.27

서로박: 부마항쟁과 라보에시 (2)

그래, 독재자는 누구를 사랑할 수도, 사랑 받을 수도 없다. 우리는 70년대 말경에 라보에시의 책을 간행할 계획을 품고 있었다. 이는 그 자체 커다란 의미를 지니는 게 아닌가? 라보에시는 유신 말기와 광주 사태의 숨 막히는 역사적 변화 과정을 그야말로 예언적으로 시사해주었던 것이다. 어느 날 친구는 서울에 거주하는 묘령의 여대생으로부터 면도날 들어 있는 백지 편지 한통을 받았다고 했다. 추후 알게 된 소문이지만 부산의 많은 학생들이 면도날 편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수염 깎지 않는 남쪽 대학생의 외모를 질타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면도날은 “데모하지 않는 부산의 대학생들이여, 차라리 남근이나 잘라버려라.”는 함의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북녀 (北女)들의 잔인한 독려 때문이었..

2 나의 글 2021.06.16

자발적 복종 제 2판 서문

친애하는 J,『 자발적 복종』의 원고를 다시 꺼내 읽습니다. 저자가 16세기 유럽에서 살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혹자는 이 책이 21세기 극동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직결되지 않는다고 속단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라보에시의 『자발적 복종』은 유럽의 역사에서 수없이 인용되었으며, 마르크스주의 운동 그리고 아나키즘 운동의 역사의 획을 긋는 문헌입니다. 수세기 동안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자유와 평등을 주창해 왔는데, 라보에시의 글은 유럽 민주주의의 발전에 오랫동안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으며, 19세기 이후의 여러 가지 진보적 운동의 지침서로 사용되었습니다. 역자는 우리 앞에 계층 사회가 존속하고,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아래에 사람이 존재하는 한,『 자발적 복종』이 여전히 ..

1 알림 (명저) 2015.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