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19전독문헌 27

서로박: 그라베의 돈환 그리고 파우스트

데트몰트 출신의 천재작가, 크리스티안 디트리히 그라베 (Chr. D. Grabbe, 1801 - 1836)의 비극 작품 「돈환 그리고 파우스트 (Don Juan und Faust)」는 1829년에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돈환 그리고 파우스트」는 그라베의 작품들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생전에 공연된 것이다. 그라베는 뷔히너 그리고 렌츠 등과 함께 고전 극작품의 형식적 특성을 가장 집요할 정도로 파괴하고, 대신에 개별 장면들을 비교적 유연하게 전개하였다. 예컨대 그라베는 비극 작품에 과감하게 대중을 등장시켜 비극 작품의 통례를 깨어버렸다. 그의 이러한 반이상주의적인 극작 기법은 현대 독일 연극의 이정표를 마련하게 하였다. 그라베는 때때로 사건 전개를 불연속적으로 구상함으로써, 언제나 조화로움 내지 일원화를 지향..

41 19전독문헌 2021.05.13

서로박: 브렌타노의 고드비, 혹은 어머니의 석상 (2)

제 2부의 서문에서 젊은 작가 마리아는 다음과 같이 기록합니다. “소설의 정황은 마치 어떤 흔들거리는 도구처럼 주어져 있다. 그것은 어떤 치유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독자들의 마음속에 죽음의 공포와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마리아는 모골이 송연해짐을 일순 느낍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모든 편지에 기록된 날짜를 삭제합니다. 친애하는 C, 이제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느 맑게 개인 가을날 마리아는 고드비가 머물고 있는 농장으로 향합니다. 고드비는 이제 노인이 되었고, 마치 모든 것을 깨달은 현인처럼 조용하기만 합니다. 마리아는 그에게 한 가지 부탁을 던집니다. 제 1부에서 아직 풀리지 않은 매듭을 풀어달라는 게 마리아의 부탁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수께끼는 끝내 미궁에 빠져 있습니다. 이 대목에..

41 19전독문헌 2021.02.22

서로박: 브렌타노의 고드비, 혹은 어머니의 석상 (1)

친애하는 C, 당신은 독일 낭만주의 시인, 클레멘스 브렌타노 (Clemens Brentano, 1778 - 1842)의 작품을 소개해 달라고 나에게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브렌타노의 소설 ?고드비 혹은 어머니의 석상 (Godwi oder das steinerne Bild der Mutter)?에 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이 소설은 1801년에 2권으로 간행되었습니다. 브렌타노는 1798년부터 작품을 쓰기 시작했는데,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문학 창작을 위한 충고를 많이 따랐습니다. 슐레겔에 의하면 낭만주의 소설가는 세 가지 특성으로 창작에 임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자생적인 주관성, 자유분방한 임의성 그리고 소설 내의 혼돈과 영원을 명확한 의식으로 추적하는 풍자성 등을 가리킵니다. 친애하는 C, 소설..

41 19전독문헌 2021.02.22

스카르다넬리, 그 이름 속의 일곱 가지 의미 (2)

6. 스스로 자신을 비하하려고 했는가?: 그렇지만 후세 사람들은 스카르다넬리의 이름의 의미를 계속 추적하였습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의 개연성을 찾을 수 있는데, 이것들은 사실로 확정될 수 없는 추론에 불과합니다. 첫째로 빌레펠트의 어학자, 크리스티안 외스터잔트포르트 Chr. Oestersandfort는 시인이 자신을 비하하기 위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스카르단”은 발음상으로 “Scharlatan (야바위꾼, 협잡꾼, 돌팔이 의사)”을 연상시키며, “elli” 라는 접미사는 “놈”과 같은 인간 비하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의하면 횔덜린은 자신을 “겸허한 마음으로 글을 쓰는 자”라고 명명하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횔덜린은 찾아오는 손님에게 깍듯이 인..

41 19전독문헌 2021.01.05

스카르다넬리, 그 이름 속의 일곱 가지 의미 (1)

1. 자신을 스카르다넬리라고 명명하다.: 친애하는 J, 횔덜린은 약 30년 동안 탑 속에 칩거하며 지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약간 곱게 미친 시인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나이 오십이 되기까지 시집 한 권 간행할 수 없었습니다. 괴테도 실러도 물심양면으로 그를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횔덜린은 자신의 친필 시 원고를 친구들에게 나누어주었을 뿐입니다. 때로는 귀족들도 횔덜린의 친필 시를 선물 받기도 하였습니다. 구스타프 슈밥 그리고 루드비히 울란트는 이리저리 헌정된 횔덜린의 시를 모아서 1826년 처음으로 횔덜린 시집을 간행하였습니다. 49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노력에 의해서 시집이 간행된 것입니다. 1827년 시인 빌헬름 바이블링거가 자신의 책, 『횔덜린의 삶 그리고 작품과 광기』라..

41 19전독문헌 2021.01.05

서로박: 그릴파르처의 '금양피'

오스트리아의 극작가 프란츠 그릴파르처 (Fr. Grillparzer, 1791 - 1872)의 극작품 「금양피 (Das goldene Vließ)」는 1821년 완성되어 그 해 비인의 부르크 극장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그릴파르처는 1818년에 이미 「사포 (Sappho)」를 쓴 바 있는데, “금양피”라는 제목에다 “손님 친구” (제 1막), “아르고 호 선원들” (제 4막), “메데이아” (제 5막)을 첨부시켰습니다. 세 편의 작품은 그릴파르처의 메데아 삼부작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극작가는 단막극 「메데이아」를 쓰기 위해 오랫동안 고전 비극을 연구하였습니다. 당시 삼부작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금양피”는 신화에서 나오는 사물로서 “갈망의 가치를 지닌 물건”을 지칭합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오..

41 19전독문헌 2020.01.14

서로박: 뷔히너의 렌츠

친애하는 J, 위대한 천재 작가는 불과 서너 편의 작품만을 남깁니다. 그럼에도 그것들은 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명작으로 읽히곤 합니다. 가령 게오르크 뷔히너 (1813 - 1837)의 단편 「렌츠」가 그러하지요. 이 작품은 1839년에 유작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뷔히너는 작품의 제목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신부인 미나 예글레는 1837년 9월에 뷔히너의 복사본을 카를 구츠코 Karl Gutzkow에게 송부했는데, 1839년 1월 『독일 전보 Telegraph für Deutschland』에 “렌츠. 게오르크 뷔히너의 유작.”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뷔히너의 동생 루드비히 뷔히너 (1824 - 1899)는 이 원고를 토대로 1850년에 유고집을 간행한 바 있습니다. 오늘날 뷔히너의 친필 원고는 남아..

41 19전독문헌 2019.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