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19전독문헌

서로박: 브렌타노의 고드비, 혹은 어머니의 석상 (1)

필자 (匹子) 2021. 2. 22. 09:38

친애하는 C, 당신은 독일 낭만주의 시인, 클레멘스 브렌타노 (Clemens Brentano, 1778 - 1842)의 작품을 소개해 달라고 나에게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브렌타노의 소설 ?고드비 혹은 어머니의 석상 (Godwi oder das steinerne Bild der Mutter)?에 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이 소설은 1801년에 2권으로 간행되었습니다. 브렌타노는 1798년부터 작품을 쓰기 시작했는데,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문학 창작을 위한 충고를 많이 따랐습니다. 슐레겔에 의하면 낭만주의 소설가는 세 가지 특성으로 창작에 임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자생적인 주관성, 자유분방한 임의성 그리고 소설 내의 혼돈과 영원을 명확한 의식으로 추적하는 풍자성 등을 가리킵니다.

 

친애하는 C, 소설의 제 1부는 이른바 편지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소설의 제 2부는 “마리아”라는 여성 이름을 지닌 젊은 남성 작가에 의해서 편집된 편지 모음집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마리아는 편지의 제 1부에서 편지 파트너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 고드비와 친분관계를 맺고, 그의 도움으로써 여러 흩어진 편지들을 모읍니다. 마리아가 모은 편지들은 사건 순서에 따라 배열되어 있는데, 이로써 모든 것은 일직선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이 찾아와, 안타깝게도 마리아를 저 세상으로 인도합니다. 결국 고드비는 마리아의 작업을 맡아서, 편지 모음집을 완성합니다.

 

친애하는 C, 이제 소설의 내용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소설의 제 1부는 총 28 통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에는 날짜가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편지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거의 어지러울 정도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고드비의 아버지는 귀족 출신의 부유한 상인입니다. 소설은 고드비가 어린 시절의 친구 칼 뢰머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됩니다. 칼 뢰머는 고드비보다 약간 나이 어렸는데,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주인공의 집에서 유모와 함께 살았습니다. 냉정하고도 영리한 그는 고드비의 아버지의 재산을 관리하기도 했습니다.

 

고드비라는 인물이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 당신은 아십니까? 친애하는 C, 고드비의 삶의 방식은 “그저 느끼고 즐기는” 일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향유를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향락을 베풉니다. 이 점에 있어서 그는 에피쿠로스를 약간 닮았습니다. 그러나 에피쿠로스가 정신적 향락을 강조한 것을 염두에 두면, 고드비의 향락은 육체적 사랑을 통해서 나타날 뿐입니다. 어느 날 고드비는 아버지의 뜻대로 교양을 쌓기 위하여 대도시 B.로 향합니다.

 

고드비는 칼 뢰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의 애정 행각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즉 주인공은 도시 B.에서 열정적인 여자 몰리를 알게 됩니다. 몰리는 고드비보다 훨씬 나이 많은, 성숙한 여인이었습니다. 친애하는 C, 당신은 당신보다 훨씬 나이 어린 사람 혹은 훨씬 나이든 사람과의 사랑을 의아하게 생각하시겠지요? 그러나 소설 속에는 이러한 경우가 자주 등장합니다. 아름다운 몰리는 “애호할만한 인간성”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미는 “관능의 가장 극단적인 마지막 끈으로써 어떤 고결하고도 풍부한 감성과 도덕의 끝자락을 꿰맬 줄 아는” 여성이었지요.

 

그러나 고드비는 몰리와 이별해야 합니다. 도시 B.를 떠나 공부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떠나야 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어느 지방 귀족의 고립된 성 (城)에 당도하게 됩니다. 그곳 성주는 주인공에게 진수성찬을 베풉니다. 고드비는 바로 이날 저녁에 성주의 딸, 요두노 폰 아이헨베엔을 만나게 됩니다. 요두노는 천진난만한 처녀로서, 그미에게서는 어떠한 부끄러움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일시적으로 그미에 매혹 당합니다. 친애하는 C, 사랑하는 두 남녀는 서로를 탐하지만,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결혼의 약속도 나누지 않습니다.

 

천진난만한 소녀 요두노에게는 두 명의 절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다름이 아니라 근처에서 베르도 젠네 그리고 그의 딸 오틸리에 젠네였습니다. 베르도는 하프 연주자로서 은둔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여름날 요두노는 주인공을 꼬드깁니다. 두 사람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이니, 한 번 만나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성화에 못이긴 고드비는 어느 날 베르도, 오틸리에 부녀를 찾아갑니다. 그날 저녁 고드비는 베르도의 하프 연주를 감상합니다. 그의 하프 연주는 주인공의 넋을 일시적으로 빼앗아갑니다. 하프의 음은 천사의 노래 그리고 신의 아름다운 화음을 그대로 들려주는 것 같았으니까요. 고드비는 처음에는 하루 밤을 보내고 떠나려고 했으나, 생각을 바꾸어 오랫동안 베르도의 집에서 지내기로 결심합니다. 주인공의 마음속에 불을 지른 것은 하프 음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오틸리에 때문이었습니다. 그야말로 “꾸임 없는 여성” 오틸리에에게서 고드비는 “자신의 모든 동경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

 

다른 한편 칼 뢰머는 어느 날 사업 문제로 대도시 B.로 여행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기이한 방법으로 몰리와 친분 관계를 맺습니다. 몰리는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얼마 전부터 독일에 정착한 “호데필드 부인”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습니다. 따라서 칼 뢰머는 처음에는 그녀가 주인공 고드비와 연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는 몰리를 처음 만나자마자 연정을 느낍니다. 몰리의 나이가 40이 훌쩍 넘어섰는데도 불구하고, 20대 초반의 젊은 칼 뢰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어느 저녁 두 사람은 훌륭한 레스토랑에서 만나, 함께 식사합니다. 식당에서 칼 뢰머는 저돌적으로 그미에게 키스를 퍼붓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몰리는 이를 가볍게 뿌리치고, 사랑에 눈이 먼 젊은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합니다. 칼 뢰머는 몰리에게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때 몰리는 얼굴을 붉히면서 당황한 기색을 보입니다. 그미는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황급히 자리를 떠나고 맙니다.

 

그 다음 어느 날 몰리는 하프 연주가 베르도 젠네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냅니다. 베르도는 그미의 옛 애인이었습니다. 여기서 그미는 한 가지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칼 뢰더는 몰리가 비밀리에 출산한 아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몰리는 베르도와 함께 살기 전에, 고드비의 아버지를 사귄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그미는 고드비의 아버지와 성 관계를 맺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태어나지 말아야 할 자식이 태어났습니다. 그후 고드비의 아버지는 칼 뢰더를 마치 친자식처럼, 아니 친자식이면서도 어디서 데리고 온 아이처럼 유모로 하여금 아이를 키우게 했던 것입니다.

 

친애하는 C, 이렇게 기막힌 우연이 있을 수 있습니까? 칼 뢰머는 자신의 어머니인 줄도 모르고, 몰리에게 사랑을 고백한 셈입니다. 알고 보니 고드비의 친구 칼 뢰더는 주인공의 배 다른 동생인 셈이었습니다. 제 1부는 고드비에게 보내는 칼 뢰머의 편지로 끝이 납니다. 편지에서 칼 뢰머는 도시 B.에서 요두노의 방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전합니다. 어째서 그가 요두노를 만나려는 이유는 확실치 않으나, 요두노와의 은밀한 만남을 계획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추측컨대 요두노는 시간적으로는 다르지만, 배다른 두 형제의 애인으로 살았던 게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