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는 근본적으로 신경증 환자였다.” (프로이트)
“무언가를 훔치려고 하는 자의 마음은 자위하는 자의 마음과 유사하다.” (프로이트)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중요했던 인물은 살해당한 아버지가 아니라, 경건한 신앙인 어머니였다.” (크리스테바)
1. 갈등으로 가득 찬 작가, 도스토예프스키: 이 장에서는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그의 문학 속의 심리적 사항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1821 – 1881)를 최고의 작가로 꼽으며, 그의 작품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대해 자신의 정신분석학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원래 그의 논문 「도스토예프스키와 아버지 살해」는 다음과 같은 계기로 집필되었습니다. 어느 독일의 출판업자는 1925년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간행하려고 했는데, 프로이트에게 작품 분석을 의뢰하였던 것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와 아버지 살해」는 프로이트의 나이 69세 때 완성되었습니다. 이 글 속에는 프로이트의 말년의 정신분석학의 입장이 상당 부분 용해되어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이 논문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죄의식 등을 새롭게 기술합니다. 가령 지금까지 인간의 자위행위에 관해서는 초기 저작물에서는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산도르 페렌치 그리고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입장을 비판적으로 논의하려고 합니다.
2. 이념 그리고 인간의 영혼: 일단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1879/ 80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마지막 해에 발표한 그의 작품, 「어느 작가의 일기」의 마지막에는 인류의 운명에 관한 깊은 성찰이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Ewertowski: 81). “어떤 더 높은 이념 없이는 개별적 인간도 그리고 어떤 국가도 존재할 수 없다. 지구상에는 오로지 하나의 이념이 존재할 뿐이다. 그것은 인간 영혼이 결코 죽지 않는다는 이념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의지할 수 있는 나머지의 모든 숭고한 이념들은 바로 거기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 불멸의 이념은 삶 자체이며, 살아있는 사람이다.” (Dostojewski: 1992: 107).
얼핏 보면 도스토예프스키는 영혼 불멸설을 문학적으로 다루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발언 속에는 단순한 무신론과 유신론 사이의 차이에 관한 사고를 넘어서서, 인간이 신앙 없이 얼마나 선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고뇌 어린 숙고가 담겨 있습니다. 사실 도스토예프스키만큼 종교의 밖에서 기독교에 다가가려고 하고, 교회의 내부에서 자유로운 바깥의 영역으로 향해 해방되려고 몸부림친 작가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3. 작가의 내면세계가 반영된 작품: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 세계의 총 결산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나아가 그것은 작가 자신의 고유한 내면적 체험들을 승화시킨 작품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젊은 도스토예프스키는 포악한 아버지 밑에서 고통당하면서,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소설을 완성하는 데 자극을 가한 사람으로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두 인물을 들 수 있습니다. 말년에 도스토예프스키는 기독교 철학의 전파자, 블라디미르 솔로비예프Wladimir Solowjow와 친구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는 등장인물을 묘사하는 데 그리고 소설의 내적 주제를 강렬히 부각시키는 데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특히 그는 서구의 무신론의 사상을 신봉하는 철학자로서, 등장인물 이반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나름대로의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밖에 우리는 니콜라이 표도로프 (Nikolai F. Fjodorow, 1829 - 1903)의 "인간은 무엇을 위해 창조되었는가? 공동 행위의 철학The Philosophy of the Common Task" 을 들 수 있습니다.
표도로프는 레오 톨스토이의 친구로서 기독교의 이상을 바탕으로 한 아나키즘 사상을 추구하였습니다. (Fjodorow: 9f). 두 사람은 1892년 이후에 입장 차이로 인해 더 이상 만나지 않습니다. 톨스토이는 해외에서 소논문을 통해 러시아 인민을 도탄에 빠지게 한 위정자를 비판했는데, 이는 표도로프의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가 해외에서 러시아를 비판한다는 것 자체가 애국적이지 못하며, 농부들의 수구보수주의의 태도를 무작정 두둔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는 것이었습니다. 표도로프는 톨스토이보다 현대적으로 처세하면서, 미래주의라는 진보적 낙관주의를 동조하였습니다. 표도로프의 책은 공동선을 추구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공산주의적 이념을, 크로포트킨의 무정부주의적 상호 부조에 관한 이념을 은밀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4. 자전적 특징을 담은 범죄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범죄 소설의 인상을 풍깁니다. 왜냐하면 "죄와 벌"과는 달리, 진짜 범인이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독자에게 명료하게 인지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카라마조프의 세 형제들은 모두 성인이 되어 부모님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버지, 표도르는 아둔하고 멍청한 사내로서 음탕하기까지 합니다. 그가 항상 생각하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주위의 고혹적인 여자를 유혹하여 성을 탐하는 일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자식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이유를 지닙니다. 아버지가 세 아들을 몹시 증오하듯이, 아들들 역시 아버지를 철저하게 경멸하고 있습니다. 다만 셋째 아들, 알료샤만은 아버지에게 완강하게 저주를 퍼붓지는 않습니다.
5. 살해 용의자인 세 아들: 어느 날 표도르가 누군가에 의해서 살해당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머뭇거리지 않고 큰아들, 드미트리가 아버지의 살해자라고 지목합니다. 드미트리는 무척 아름다운 처녀, 그루젠카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표도르는 그미가 아들의 연인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그미에게 눈독을 들였던 것입니다. 심지어 드미트리는 그루젠카를 건드리면 죽이겠다고 아버지에게 노골적으로 협박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아들 드미트리가 치정 살인극을 저질렀다고 속단한 것입니다. 모든 정황은 드미트리에게 불리하게 전개됩니다. 결국 드미트리는 유죄를 선고받고, 시베리아에서 강제 노동의 중형을 선고받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은 간질을 앓고 있는 배다른 동생, 스메르쟈코프였습니다. 그는 이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모든 게 허용되어 있어서 한 번 살인해 보았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진범은 잡히지 않고, 엉뚱하게도 다른 아들이 존속살해의 죄를 뒤집어쓴 셈입니다. 그런데 스메르쟈코프에게는 존속 살해에 대한 죄의식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결국 그는 마지막에 이르러 자살하는데, 그 이유는 “사는 게 지루하기 때문에, 삶에 대한 역겨움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소설은 다음의 사실을 하나의 결론으로 내립니다. 즉 표도르의 세 아들은 제각기 가증스럽기 이를 데 없는 아버지를 저주하고, 죽이고 싶은 욕구를 지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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