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122

서해성: 시 없는 시

소설가 서해성 선생님의 감칠 맛 나는 글을 허락 없이 한겨레 신문에서 퍼왔습니다. 양해를 구하면서.... 또한, 이백에 취해 술 한 잔으로도 장하게 살고, 두보를 읽어 천년을 서리처럼 깨운다. 봄날 곡강 근처에서 그가 저당 잡히고 마신 헌 저고리를 체온 그대로 입어보게 하는 게 시다. 87행짜리 백거이 비파행 사이에 도사린 침묵을 문득 알아차린 건 어제그제 마흔 무렵이다. 장계의 풍교야박 탓에 뱃머리에 부딪는 물결이 절로 단풍든 걸 어찌 하랴. 이천 몇 백 년을 두고 형가와 대작하고파 이수를 찾던 날에는 비가 내렸다. 시황제야 비껴갔지만 그 시의 칼에 찔리지 않은 이 누가 있겠는가. 강 건너 소리 파는 여인네 망국한을 모른다 했거늘 후정화가 그저 옛 노래가 아님을 새길 수 있었던 건 두목이 시로 젓는 배..

19 한국 문학 2012.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