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7 4

서로박: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아

에우리피데스 (기원전 485 - 406년)의 비극 메데아는 기원전 430년경에 씌어졌다. 극작품은 메데아라는 어느 처녀에 관한 소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소재에 의하면 메데아는 멀리서 온 낯선 용사를 사랑하여 그를 도와 온갖 모험과 위험을 무릅쓰고 그의 고향으로 향한다. 그녀는 나중에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버림받게 되어, 이에 대해 괴로워하다가, 잔인한 복수극을 감행한다. 대부분의 그리스 고대 비극이 그러하듯이 메데아 소재 역시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령 아르고 호 선원들의 이야기는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 (Apollonios Rhodios)의 “아르고나오티카”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나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아」는 주제 상으로 영상학적 차원에서 그리고 사상적으로 나름대로의 고유한 특성을 지니..

37 고대 문헌 2022.10.07

서로박: 자먀찐의 우리들 (3)

12. D-503, 자신이 꼭두각시라는 것을 깨닫다: 갑자기 I-330과 만났던 오래된 집이 수상스럽게 여겨집니다. 그래서 D-503은 어느 날 옷장에 몸을 숨겨서 그 집의 지하로 잠입해봅니다. 그 집의 지하는 알고 보니 지하에서 활동하는, 체제에 반대해서 싸우는 사람들의 은닉장소였습니다. I-330 역시 그들 단체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I-330은 일부러 과학자이자 로켓 기술자 D-503을 야권단체에 포섭하기 위하여 접근했을까요, 아니면 우연의 일치 때문이었을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어쩌면 부차적이라고 느껴집니다. 주인공에게 중요한 것은 그미의 접근 의도가 아니라, 주어진 권력의 지형도이며, 그미의 구체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어느 날 I-330은 투명한 노란색 명주 원피스를 길친 채 당황함을 느끼..

31 동구러문헌 2022.10.07

서로박: 자먀찐의 우리들 (2)

6. 알프레트 쿠빈의 『세상의 다른 측면』: 자먀찐에게 영향을 끼친 직품은 아무래도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가, 알프레트 쿠빈의 『세상의 다른 측면 Die andere Seite』일 것입니다. 쿠빈의 상상 소설은 1909년에 발표되었는데, 여기에는 디스토피아의 이중적 가상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인 “나”는 친구의 부름을 받고 아내와 함께 동방의 사마르칸트라는 오지 (奥地)로 떠납니다. 작품은 기괴한 꿈의 세계, 파테라스 그리고 미국인 헤르쿨레스 벨이 설계한 질서와 행복의 파괴적인 제국을 서로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두 국가의 묵시록적 투쟁은 결국 세계의 몰락으로 귀결됩니다. 이로써 세상은 광활하고도 황량한 폐허의 영역으로 귀결됩니다. 한마디로 알프레트 쿠빈은 데미우르고스를 자웅양성의 존재로 형상화..

31 동구러문헌 2022.10.07

서로박: 자먀찐의 우리들 (1)

1. 자먀찐의 디스토피아: 친애하는 S, 이제 전체주의 사회에 출현한 부정적 유토피아 내지 디스토피아의 작품들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디스토피아의 작품들은 19세기 말부터 서서히 태동하였습니다. 그 까닭은 바로 이 시기에 거대한 국가의 체계가 완성되었으며, 거대한 국가적 권력의 힘이 개개인의 생존을 위협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흔히 디스토피아 문학으로 체계화되고 있지만, 디스토피아, 즉 부정적 유토피아 속에는 주체의 근본적인 자유에 해당하는 자기 보존의 욕망이 처음부터 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유형의 유토피아는 대아 유토피아로 명명될 수도 있습니다. 대아 유토피아는 개인의 최소한의 권리 내지 자유를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지에서 출발합니다. 그러한 한, 주체 유토피아..

31 동구러문헌 2022.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