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즈음에는 그렇지 않지만, 병원이나 약국은 나에게 무척 생소하게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천혜의 도움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결벽증”인지는 몰라도 잔병이 났을 경우 나는 대체로 약을 멀리하고, 마치 병든 개처럼 며칠 드러누워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곤 했으니까 말입니다. 오늘 아들의 치료를 위해서 실로 오랜만에 대학 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 입구에서 많은 직원들이 열 지어 병원 방문객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내 눈에는 그것이 무척 신기하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그들이 병원 문을 나서는 사람들에게 한번도 고개 숙여 인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아니, 그들의 눈빛은 몇몇 표독스러운 교도소 경비자의 그것을 방불케 했습니다. 왜 병원은 들어오는 자를 반기고, 나가는 자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