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2) 장 파울의 '거인'

필자 (匹子) 2024. 10. 19. 10:32

7. 알바노와 로크바이롤: 알바노와 린다는 제각기 다른 곳에서 양육됩니다. 물론 두 사람은 3년 동안 이졸라 벨라에서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알바노는 17세까지 블루멘뷜에 있는 농장주 베어프리츠의 집에서 성장하게 됩니다. 그는 그곳에서 교양을 쌓으며, 훌륭한 젊은이의 면모를 드러냅니다. 알바노의 여러 명의 은사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나갑니다. 농장 기술자이자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디안, 도서관 사서이자, 때로는 복수의 광기에 사로잡히는 희극적인 인물 쇼페 그리고 출판인 아우구스티 등이 알바노의 은사들이었습니다.

 

주인공 알바노는 시간이 흐를수록 늘름한 풍모를 자랑하게 됩니다. 게다가 깊고 현명한 사고를 견지하며, 따뜻한 품성을 스스로 갈고 닦습니다. 어느 날 알바노는 체자라 백작의 명에 따라 프루리 장관의 아들, 로크바이롤을 사귀게 됩니다. 로크바이롤은 인정 많으나, 인간 삶을 마치 무도회라고 여기는 경박한 모사꾼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어째서 아버지가 그와 사귀라고 권고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인간적 풍모는 서로 다르지만, 두 사람은 나중에 서로 절친한 친구가 됩니다. 알바노는 로크바이롤과 조우하는 과정에서 그의 여동생, 리안네를 만납니다. 이때 그는 리안네에게서 깊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장 파울의 거인은 900 페이지에 달하는 대작이다.

 

8. 주인공, 리안네에게 사랑을 고백하다, 그러나 탄생의 비밀이 두 사람의 사랑을 망치게 작용한다: 알바노는 우연히 수도 데지티츠에서 황태자인 루이기, 로크바이롤 그리고 로크바이롤의 여동생, 리안네와 차례차례 만납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루이기가 자신의 형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군주의 정원에서 리안네와 단둘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때 알바노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미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되는데, 리안네 역시 이를 기쁜 마음으로 흔쾌히 받아들입니다. 리안네는 감정에 민감한 여인으로서, 오래 전부터 알바노를 은근히 짝사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며, 언제나 함께 살아가기로 맹약합니다. 사랑의 끈은 어떠한 경우에도 끊어지지 말아야 한다고 두 사람은 다짐합니다. 그러나 운명은 그들을 영원히 갈라놓게 합니다. 궁정의 사제인 스펜더는 리안네에게 하나의 놀라운 비밀을 전해 줍니다. 그것은 알바노의 출생에 관한 비밀이었습니다. 리안네는 이 사실을 접하고 절망감에 사로잡혀 몹시 괴로워합니다. 그러나 그미는 알바노에게 비밀을 털어놓지 않고, 밤잠을 설치며 괴로워합니다. 결국 리안네는 이별이라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그에게서 등을 돌려야 한다고 작심합니다. 장 파울은 사랑하는 사람을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불행한 인간의 처절한 심정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9. 친구와 연인, 사랑과 질투 그리고 소유욕: 로크바이롤은 어느새 바람둥이 남자, 사기꾼의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냅니다. 어느 날 그는 알바노의 집에서 일하는 하녀를 유혹합니다. 하녀의 희디흰 속살이 그의 마음을 완전히 설레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로크바이롤은 어느 날 밤에 하녀를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서, 그미의 처녀성을 유린해버리고 맙니다. 나중에 그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지만, 그를 개망나니로 행동하게 했던 것은 욕정이 아니라, 젊음을 사랑하는 순수한 정념이라고 털어놓습니다. 그의 변명을 듣고 있던 주인공으로서는 로크바이롤의 행동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알바노는 그에게 “더 이상 만나지 말자.”고 말하면서 절교를 선언합니다.

 

다른 한편 로크바이롤의 여동생, 리안네는 설상가상으로 열병에 걸려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다가, 끝내 사망하고 맙니다. 알바노는 사랑의 상실로 인한 고통으로 몸부림칩니다. 자신을 혼자 내버려두고 세상을 하직한 여자 친구가 몹시 미웠습니다. 리안네는 그의 기억 속에서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이도이네라는 여자가 주인공의 앞에 나타나게 되었을 때, 알바노는 그미를 평생의 반려로 삼게 되는데, 이에 대한 계기는 그미가 무엇보다도 리안네를 닮았기 때문이었습니다.

 

10. 이리저리 이끌리는 주인공의 운명: 친애하는 P,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다음의 사항입니다. 즉 알바노의 청춘 시절이 체자라 백작에 의해 이리저리 조종된다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 주인공은 백작을 여전히 친아버지라고 믿고 있습니다. 백작은 알바노를 로마로 보냅니다. 예술에 관한 많은 것을 배우려면, 젊은이는 로마로 가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알바노는 이시아에서 우연히 린다를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서로를 잘 알아보지 못합니다. 심지어 유년 시절 3년간 함께 지냈다는 사실조차 두 사람 모두 모르고 있습니다.

 

이때 린다는 늠름한 사내 알바노를 사랑하게 됩니다. 이로써 두 사람의 결혼은 부모들이 원하는 대로 거의 성공할 것 같이 보입니다. 바로 이 무렵에 알바노는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즉 공주 율리안네가 자신의 친동생이라는 게 바로 그 소식이었습니다. 알바노는 모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황급히 소 공국 “호엔플리스”로 향합니다. 린다 역시 주인공과 동행합니다. 두 사람이 소공국에 도착했을 때, 로크바이롤이 그곳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는 어떤 연극 작품을 공연하려고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이시아 항구. 이시아의 항구. 사랑과 열정 그리고 애환과 격정, 희열과 절망 등은 아름다운 풍경 속에 은폐되어 있다.

 

11. 시기와 질투는 당사자를 파멸로 이끈다.: 나중에 밝혀진 이야기이지만, 로크바이롤은 오래 전부터 린다를 짝사랑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그는 술과 도박판 그리고 유흥가에서 가무를 즐기는 한량으로서 수많은 여성들과 살을 섞었지만, 그의 마음은 오로지 은밀하게 린다에게 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린다는 애인 감으로, 혹은 남편감으로 그를 처음부터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로크바이롤이 경박하고 음험하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린다의 마음은 오히려 알바노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알바노와 린다는 그들 부모에 의해서 처음부터 부부가 되기로 정해진 사이였습니다. 린다는 처음에는 이를 몹시 껄끄러워 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알바노에 대한 사랑이 그미의 마음속에서 솟아오르게 됩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알바노는 주어진 처지를 극복하면서, 영민한 두뇌, 따뜻한 품성을 지닌 준수한 남자로 성장했던 것입니다. 로크바이롤은 알바노에 대한 린다의 사랑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립니다. 불현 듯 그의 마음에는 알바노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벌컥 솟구치는 것을 감지합니다.

 

12. 악마의 전형인가, 아니면 유미주의자인가?: 친애하는 P, 만약 오늘날 악마가 있다면, 그는 아마도 로크바이롤과 같은 인간일 것입니다. 악마는 말 그대로 “사랑하는 두 사람을 이간질하는 자 (δια + βόλος)입니다. 로크바이롤은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고 노력할 뿐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을 죽음으로 몰아갑니다. 아니면 선과 악을 서로 구분하지 못하는 유미주의의 사이코패스일 수도 있습니다. 사이코패스에게는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으며, 오랫동안 한 사람과 우정 관계를 맺지 못하는 특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로크바이롤은 린다를 사랑하며, 주인공에 대해 엄청난 크기의 질투심을 느낍니다. 이러한 질투심은 다시금 어떤 끔찍한 파국을 초래합니다. 이른바 가장 친하다고 하는 두 사람의 친구에게 음험한 술수를 가했던 것입니다. 로크바이롤는 알바노의 필체를 모방하여, 린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편지에는 알바노가 어느 밤 공원에서 린다와 단둘이 만나고 싶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린다는 원래 밤눈이 어두운 처녀였습니다. 이 사실을 익히 알고 있던 로크바이롤은 그미를 유혹하여 살인하려고 계획했던 것입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