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Bloch 저술

박설호: (7) 희망의 원리, 제 2차 강의

필자 (匹子) 2024. 3. 1. 09:51

(앞에서 계속됩니다.)

 

4. 고대의 국가주의의 유토피아 그리고 비국가주의의 유토피아: 제 4장에 언급되는 「자유와 질서」는 희망의 원리의 핵심적 주제입니다. 자고로 유토피아는 주어진 시대를 비판하기 위해서 어떤 새로운 현실의 가능한 상을 묘파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문학 유토피아에 일차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찬란한, 혹은 끔찍한 상에 집중할 게 아니라, 오히려 유토피아 작가들이 은밀히 담으려는 시대 비판을 역으로 추적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 비판은 문학 유토피아 속에 나타난 의향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은 한편으로는 “국가주의의 유토피아achistische Utopie”를 통해서, 다른 한편은 국가의 존재를 거부하는 “비국가주의의 유토피아anarchistische Utopie”를 통해서 설계되고 있습니다.

 

첫째로 인간의 갈망 가운데 가장 의미심장한 것은 더 나은 국가에 관한 갈망의 상이었습니다. 이는 플라톤의 『국가』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신의 국가』를 거쳐서 르네상스 시대의 문학 유토피아까지 이어졌습니다. 국가는 개개인의 안녕을 도모하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터전을 마련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둘째로 디오게네스를 비롯한 견유학파 사람들은 국가라는 체제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아리스티포스는 삶의 향락이야말로 동물과의 차별성을 말해준다고 설파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비국가주의 유토피아는 고대에서 현대로 이어져서 무정부주의의 운동과 결부되어 나타나곤 했습니다,

 

5. 플라톤의 국가: 이와는 달리 플라톤은 『국가Politeia』에서 수직 구도의 계층적 평등 사회를 서술하였습니다. 국가에는 세 가지 계급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농부와 “수공업자Δεμιυργοι”의 계급, “파수꾼Φλακες”의 계급 그리고 “지배자Αρχοντες”의 계급입니다. 수공업자 계급은 탐욕을 지니고, 파수꾼 계급은 근인 계급으로서 용기를 지니며, 지배자 계급은 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플라톤은 세 계급의 심성을 인간의 신체 내지 인종으로 비유합니다. 지배자는 신체의 머리에 비유될 수 있으며, 이는 지혜를 사랑하는 그리스인들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파수꾼, 즉 군인은 신체의 몸통 부위에 비유될 수 있는데, 이는 남부 유럽 인종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농부와 수공업자들은 신체의 사지에 비유될 수 있는데, 이는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북구 인종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플라톤이 설계한 국가는 냉혹할 정도로 엄격하고, 상명하달의 특징을 지니며, 수직 구도의 계층으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플라톤은 자연적 카니발, 인공적이며 풍요로운 축제 등을 전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제 10장은 예술가를 불필요한 인간군으로 규정하고 바람직한 국가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플라톤의 『국가』에서 남아 있는 것은 냉정한 질서, 완전히 통제된 세상 그리고 불변하는이성적인 국가의 상밖에 없습니다. 플라톤은 모든 인간이 평등한 게 아니라, 같은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평등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게 공동의 소유다 Omnia sunt communia”라는 말은 오로지 자신이 속한 계층 내에서만 평등하다는 사실만을 말해줄 뿐입니다. 놀라운 것은 플라톤의 말은 나중에 토마스 뮌처에 의해 “만인은 평등하다.”라는 식으로 잘못 전해짐으로써 의미론적으로 확장되어 창조적으로 결실 맺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6. 스토아 사상가들의 세계국가 유토피아 그리고 아우구스티누스의 『신의 국가』, 조아키노의 세 3의 제국: 스토아 사상가들은 바람직한 거대한 세계국가를 추구하였습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도시국가 내의 규모가 작은 소박한 공동체를 설계했는데, 이러한 구도는 이를테면 이암블로스의 「태양 섬」에서 문학적으로 반영되었습니다. 노동이 결여된 고대의 유토피아는 로마 제국과 병행하여 스토아 학자들을 세계의 공동적 아궁이를 꿈꾸게 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세계 전체라는 거대한 틀을 지닌 세계국가의 유토피아였습니다.

 

특히 기독교가 전파된 다음에는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나라를 갈구하게 됩니다. 예수는 신의 나라를 갈구했는데, 이것은 블로흐에 의하면 개혁적인 사회로 해석된다고 합니다. 예수의 사상은 “사랑의 공산주의”로 요약될 수 있는데, 이는 원시기독교의 강령과 일맥상통한 것으로서 참회와 내세를 강조하는 사도 바울의 믿음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거짓과 불의가 판치는 지상의 국가 대신에 『신의 국가De civitas Dei』를 설계했습니다.

 

신의 국가는 지배와 착취가 없는 믿음의 이상 국가를 가리킵니다. 이로써 그리스도의; 완전한 지배는 천국의 마지막 안식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폭군의 착취로 인한 가렴주구가 그치지 않았는데,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구원에 대한 기대감이 끝없이 분출해 나왔습니다. 이 와중에서 나타난 메시아 사상이; 바로 조아키노 다 피오레의 세 번째 복음에 관한 유토피아입니다. 말하자면 새로운 세상에 관한 종말론의 믿음은 조아키노의 세 번째 제국이라는 천년왕국의 상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7. 모어의 유토피아: 블로흐는 모어 (Thomas Morus, 1478 - 1535)의 󰡔유토피아󰡕, 캄파넬라 (Thommaso Campanella, 1568 - 1639)의 󰡔태양의 나라󰡕 등을 차례로 해명하고 있습니다. “유토피아”는 한편으로는 “훌륭한 장소eutopie”라고 명명될 수 있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없는 장소ou topie”를 가리킵니다. 유토피아는 지상에서 가장 훌륭한 장소를 상징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이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장소를 지칭할 수도 있습니다. 모어가 이러한 방식의 교묘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당하고 싶지 않았으며,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6세기 영국 사회의 가난과 폭정이 바로 모어의 유토피아를 탄생시켰습니다. 어는 상류층의 나태, 자만, 탐욕을 비난하면서, 독재적 왕권을 은근히 비판합니다. 모든 것은 히틀로데우스라는 가상의 인물과의 대화를 통해서 서술되고 있습니다. 유토피아는 영국과 웨일스를 합한 크기의 거대한 섬입니다. 여기에는 도합 54 개의 도시가 있는데, 모두 정방형의 구조로 분할되어 있습니다. 유토피아에서는 사유재산 제도가 철폐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10년에 한 번씩 자신의 거주지를 옮깁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하루 6시간 노동합니다. 모든 재화는 공동을 분배됩니다. 가정 제도는 존속하지만, 공동으로 아이들을 키웁니다. 유토피아에서는 종교의 자유가 있습니다. 금과 은의 가치는 부시되고 있습니다. 무신론은 허용되지 않지만, 각자 자신이 원하는 종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노예제도는 존속되지만, 이는 형벌의 일환으로 행해질 뿐입니다. 법을 어긴 사람들, 가령 노동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자, 혼인 관계를 어지럽힌 자, 다른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는 노예로서의 부역 형벌을 받게 됩니다. 사형 제도를 거의 폐지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폭동을 일으키거나, 참사회 바깥에서 모반을 일으키는 경우를 제외하면, 유토피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거의 사형당하지 않습니다. 기실 모어의 작품에 묘사된 삶은 자유에 대한 만인의 축제와 다를 바 없습니다. 위대한 사상가, 모어는 “성스럽고 현명한 국가의 법 sane ac sapienter institutos cives”에다 자신의 정치적 철학적 종교적 휴머니즘의 정신을 반영하였습니다. 모어의 『유토피아』가 만인의 자유와 평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것을 문학 유토피아의 효시라고 칭할 수 있습니다.

 

7.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 정치범으로서 27년 동안 옥살이 한 캄파넬라는 교도소에서 『태양의 나라La citta del sole』입니다. 이 작품은 모어의 『유토피아』와 마찬가지로 대화체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캄파넬라는 주어진 세상의 문제를 비판하기 위해서 역으로 가상적인 나라를 설계했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이탈리아의 근본적 문제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나태, 자만, 이기심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유한계급, 수사계급 그리고 권력층에서 드러나는 특징입니다. 빈부차이는 이러한 세 가지 악덕에서 비롯하는데, 캄파넬라는 이러한 세 가지 악덕을 극복하기 위한 조처로 질서 유토피아를 설계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캄파넬라는 재산의 국유화를 주창합니다. 모느 인민은 하루 4시간 일합니다. 태양의 나라에서는 노예제도와 고문 제도가 철폐되어 있습니다. 자유 시간에 사람들은 읽기, 토론, 학습, 산책, 육체 단련 등을 행하며 유익한 시간을 보냅니다. 모든 사람들은 유사시에는 군인으로서 나라를 수호합니다. 국가는 누구보다도 재화나 상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을 중히 여깁니다. 가령 농부라든가 수공업자들은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다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도 더 귀하게 대접받습니다. 태양의 나라에서는 노예는 한 명도 없습니다. 교도소도 없으므로 고문이 행해질 리 만무합니다.

 

놀라운 것은 『태양의 나라』에서 전통적 가족제도가 폐지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식생활과 성생활은 국가에 의해서 체계적으로 영위됩니다. 당국은 점성술에 입각하여 인민의 식생활과 성생활의 규칙을 마련해놓고 있습니다.점성술에 의한 짝짓기는 임신과 출산을 위한 것입니다. 후손을 잇는 문제는 국가를 경영하는 일과 직결되므로, 개인의 결정에 맡길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최고의 자질을 지닌 남자와 여자들이 최적의 시점에 결합하여 우량아를 낳게 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임무라는 것입니다. 이로써 캄파넬라는 전통적 가족제도를 파기하고, 플라톤이 권장한 바 있는 혼인 없는 없는 여성 공동체를 도입했습니다. 일부일처제의 가족제도가 존속되면, 사리사욕의 욕망이 커지게 되어, 국가 전체의 안녕과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