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철학 이론

서로박: 프랑크의 '신구조주의란 무엇인가?'

필자 (匹子) 2023. 11. 24. 11:27

 

만프레트 프랑크 (M. Frank, 1945 -)의 "신구조주의란 무엇인가? (Was ist Neostruktu- ralismus?)"198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여기서 신구조주의란 후기 구조주의를 지칭한다. [원래 (, neo)”이란 유럽의 언어적 뉘앙스에 의하면 부정적인 어감을 지니고 있다.] 프랑크는 정신 분석학과 언어학에서 다양한 각도로 연구되는 후기 구조주의에서 어떤 심층적 공통성을 찾으려 했다.

 

신구조주의는 구조의 개념을 동시적으로 대립하는 것들의 시스템으로 이해하며, 또한 이를 비판적으로 극복하려 한다. 그것은 전제적으로 고찰할 때 중앙 집권적 폐쇄구조 대신에, 어떤 폐쇄되지 않은 탈 중앙적 구조를 표방하고 있다. 프랑크는 맨 처음 두 가지 철학적 전통 사이의 이론을 언급한다. 그 하나는 페르디낭 드 소쉬르 (F. Saussures)의 언어학과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연구서에서 비롯한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이요, 다른 하나는 니체, 하이데거 이후로 불확실하게 된 독일의 주체 철학이다. 처음의 여섯 강연문은 소쉬르, 레비-스트로스, 리오타르, 데리다 등을 언급한다. 이어지는 27개의 강연은 역사철학적 해석학적 측면에서 푸코, 데리다, 라캉, 가타리, 질 들뢰즈 등의 철학에 할애되고 있다. 프랑크의 책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데리다의 입장이다. [데리다는 󰡔그라마톨로지󰡕에서 죤 로저스 서얼 (J. R. Searle)의 견해에 반박하고, 소리와 현상 (La voix et le phénomène)(1967)에서 훗설의 철학을 맹렬히 비판한 바 있다.] 부록으로 실린 장 데리다에게서 나타난 해석학과 시학의 관계는 프랑크의 이론적 입장을 명백히 드러낸다.

 

 

프랑크는 신 구조주의를 (사르트르가 새롭게 평가한) 신낭만주의와 대립시킨다. 그러니까 그는 독일 낭만주의 (슐라이어마허), 특히 노발리스를 필두로 한 초기 낭만주의의 출발과 신구조주의를 비교하면서, (동일성을 강조하는, 모든 전통 철학의 인식론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는) “나는 생각한다. (Cogito)”에 반론을 제기한다. 프랑크의 반론은 근본적으로 언어 철학에 기초한 것이다.

 

데리다는 개인이 모든 인식의 주체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하여 차이 (différance)”의 개념을 사용한 바 있다. 데리다가 차이를 단순히 형식적 요인으로 내세우는 반면에, 프랑크는 자기 신뢰에 포만감을 느끼는 개인의 특성을 부각시킨다. 개인의 이러한 특성은 -프랑크에 의하면- 어떤 성찰 이전의 (prä-reflexiv) 그리고 차이 이전의 의식속에서 이미 체험되고 경험될 수 있다고 한다.

 

프랑크는 슐라이어마허와 사르트르를 다루면서, “개인의 개념을 데리다의 차이의 개념에 접근하려 한다. 말하자면 개인은 스스로 사회적, 상징적 질서의 존립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드러낸다. “개인 (das Individuum)”은 프랑크에 의하면 자기 동일적인 것으로 규정되지 않고, 오히려 어떤 순수한 일치된 무엇에 의해 고유한 특성을 드러낸다고 한다. 그렇지만 개인의 전 상대적인 (prärelativ)” 친숙성은 -데리다의 의미에서- “차이의 조건으로서 의미부여 내지는 의미 전이를 비로소 가능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두 사람 모두가 개인의 특성을 성찰 이전의 친숙성에 대한 어떤 축소화된 형태로 추론하고 있다. 이러한 추론은 자유, 개성, 의식 등에 관한 동기를 완전히 보장해 준다. 또한 이는 신구조주의적 전통과 해석학적 전통 사이에 어떤 연결점을 마련해 준다.

 

프랑크의 강연은 문학과 성 등과 같은 본질적 차이에 관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도외시한 채 어떤 불필요한 급진성만을 조장하고, 고작해야 이러한 급진적 내용을 이성의 척도에 귀결시키려고 한다. 이로써 후기 구조주의는 프랑크에게 하나의 (수정을 가해 발전시킨) 좋은 해석학일 뿐이다. 게다가 이른바 후기 구조주의적 반 합리성으로부터 개인의 품위를 구조하겠다는 프랑크의 의도는 자신의 학문 행위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후기 구조주의는 프랑크가 의도하듯이 비윤리적이고 반 합리적인가?) 가령 해체 (Dekonstruktion)”와 같은 신구조주의적인 (구성적 구조주의에 의해 진척된) 처리 방법은 후기 낭만주의 및 로만 야콥슨의 개념으로 다루어지기는커녕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