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문학 이론

서로박: 수전 손택의 '해석에 반대하며'

필자 (匹子) 2023. 11. 3. 11:18

수전 손택 (S. Sontag, 1933 -2004)의 예술관을 담은 도전적인 논문 모음집, 󰡔해석에 반대하며 (Against Interpretation)󰡕1964년에 탈고되었고, 1966년에 뉴욕에서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아메리카 합중국의 작가이자 예술 비평가인 손택은 당시 아메리카 합중국의 정체된 문학 생산의 분위기 및 냉담한 문학 연구의 풍토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손택의 비판은 무엇보다도 20세기 유럽의 고전적 아방가르드 운동 (쉬르리얼리즘, 다다이즘)에 대한 자신의 애호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따라서 그미의 입장은 동시대의 아메리카 합중국의 실험 예술의 활동 (추상적 표현주의, 해프닝, 미니얼 음악 등)에서 서서히 개진되기 시작하던 혁신적 경향에 강한 자극을 받고 있었다.

 

손택은 이른바 대서양을 관통하는 전위주의적인예술관에 입각하여, 󰡔해석에 대항하여󰡕를 집필하였다. 그미는 가령 문체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미메시스와 해석학에 자극을 받은 모든 예술적 입장에 대해 반기를 든다. 미메시스와 해석학은 과거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보수주의적 입장에 토대를 둔 것들로서 이제는 더 이상 효력을 지닐 수 없다는 것이다. 예술은 -손택에 의하면- (종래의 해석학이 주장하는 바대로) 무언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예술은 오히려 자유 자체를 그대로 발현해야 한다. 또한 진정한 예술은 예술 작품을 하나의 탈부호화된 전언(伝言)으로 길들여서는안 되고, 수용자의 직접적인 감각적 인지 작용을 재촉구하고 이를 강화시켜야 한다. 이로써 창조되는 단어는 주어진 작품의 나름대로의 고유한 독창성을 표출시키는 데에 활용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손택은 주어진 현재와 결부되는 예술의 현장성을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있다.

 

손택은 모든 문헌학적이고 지적인 예술 감상자의 권위적 태도에 저항할 뿐 아니라, 문화적 생산품들의 규범을 고상하거나 저열하다고 평가하는 일련의 태도를 완강히 비판한다. 그미는 (지금까지 예술 비평이 도외시했던) 사진, (포르노와 구분되는) 예술 누드, 키치 등과 같은 미적 현상들에 대해 일차적 관심을 지니면서, 동시대 예술이 다시금 새로이 정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미는 하나의 문화와 새로운 감수성 One Culture and the new sensibility에서 문화에 관하여 비판적으로 기술한다. 예술적 문학적 문화는 (인본주의적인 세계상으로서의) 자연과학적으로 특수화된 문화와 일치되지 않는다고 한다. 손택은 (인지 행위에 관한 분석과 이에 관한 확장의 의미에서) 두 가지 종류의 문화에 접근한다. 손택의 에세이들은 문화 이론적 분석 작업으로서 문화사적인 중요성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말하자면 문화 이론에 대한 근본적 토대를 밝히는 체계적 이론 작업은 처음부터 그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손택은 문화 이론과 예술 이론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모순점들을 성급하게 폄하시키며, 때로는 애호하는 대상에 대해 너무 열광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로써 보다 진취적인 입장 변화에 대한 이론적 결과는 냉정히 반추되지 못하고 있다.

 

손택의 에세이들은 (가령 매카시즘, 학생 운동, 뉴 크리티시즘, -미학 등으로 둘러싸인) 아메리카 합중국의 시대정신을 민감하게 기술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손택은 유럽 예술의 역사적 아방가르드 운동을 아메리카 합중국의 문화권에 성공적으로 접목시켜 나름대로의 결실을 맺게 하였다. 이로써 그미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입장은 어떤 개인적, 엘리트 중심적 모더니즘 운동을 무너뜨리게 했을 뿐 아니라, 60년대 다양한 예술적 실험 및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논쟁 등에 하나의 구체적 범례를 제시하였다.

 

한국어판: 수잔 손택: 해석에 반대한다, 이민라 역, 이후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