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외국시

츠베타예바의 시 '당신이 나에게 미치지 않아 다행이지요'

필자 (匹子) 2023. 9. 16. 09:41

당신이 내게 미치지 않아 다행이지요

마리나 츠베타예바

 

당신이 내게 미치지 않아 다행이지요

내가 당신에게 넋 나가지 않아 좋아요

육중한 지구가 우리의 발아래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 또한

 

겉 다르고 속 다르게 처신하지 않아 좋아요

언어유희로 구속받지 않아 다행이지요

가벼운 포옹에도 내 마음이 숨 막히는

떨림으로 불그레 하게 변하지 않는 것 또한

 

당신이 몰래 내 주위의 다른 여자들을

조용히 안아주는 것도 오히려 다행이지요

당신의 키스가 지옥의 유황불로 나를

활활 태우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애정 어린 나의 이름을

낮마다 밤마다 떠올리지 않을 테니까요

어느 적요한 성당에서의 맹세 또한 그렇겠지요

아마 우린 천사의 노래 들으며 헤어지겠지요

 

그래도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사랑이 무언지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나를

사랑했으므로 혼자 외로운 밤 지새우게 하고

희미한 가로등 아래 드물게 만났으므로

 

우리에게 찬란한 빛 안겨주지 않은 태양에

별 헤는 밤 함께 산책할 수 없음에 감사드려요

당신은 나에게 넋 나가지 않았어요 안타깝게도

나 역시 당신에게 미치지 않았어요 유감스럽게도

 

Мне нравится, что Вы больны не мной...

 

Мне нравится, что Вы больны не мной,

Мне нравится, что я больна не Вами,

Что никогда тяжелый шар земной

Не уплывет под нашими ногами.

 

Мне нравится, что можно быть смешной

Распущенной-и не играть словами,

И не краснеть удушливой волной,

Слегка соприкоснувшись рукавами.

 

Мне нравится еще, что Вы при мне

Спокойно обнимаете другую,

Не прочите мне в адовом огне

Гореть за то, что я не Вас целую.

 

Что имя нежное мое, мой нежный,не

Упоминаете ни днем ни ночью - всуе...

Что никогда в церковной тишине

Не пропоют над нами: аллилуйя!

 

Спасибо Вам и сердцем и рукой

За то, что Вы меня - не зная сами!

- Так любите: за мой ночной покой,

За редкость встреч закатными часами,

 

За наши не-гулянья под луной,

За солнце не у нас на головами,

За то, что Вы больны - увы! - не мной,

За то, что я больна - увы! - не Вами.

 

(해설) 

凸: 사랑에 대한 의심이 표현된 작품입니다. 사랑하는 임이 다른 사람에게 눈길을 돌리면, 내 마음은 어떻게 될까요?

凹 당연히 시샘이 솟아나지요.

凸: 맨 처음의 시구, “당신이 내게 미치지 않아 다행이지요”라는 말은 거짓인 것 같습니다. 원래 사랑하면 서로 미치고 넋이 나가는 게 당연지사 아닌가요? 히스테리 환자는 자신의 속내와는 정반대되는 말을 던져서 상대방을 힘들게 하지요.그런데 시인은 마지막 시구에서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토로합니다. “당신은 나에게 넋 나가지 않았어요 안타깝게도/ 나 역시 당신에게 미치지 않았어요 유감스럽게도”.

 

凹: 그렇다고 해서 두 연인이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시인의 남자가 (아직? ^^)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징후를 엿보는 여자는 속이 타들어 가지요, 츠베타예바는 포에지는 삶을 앞서고 자신의 그림자가 죽음에 앞서서 떠난다는 말을 자주 내뱉곤 했습니다. 사랑하는 임과의 관계가 서서히 금이 갈 때 “성당의 맹세”를 저버리고 이별하게 될지 모른다고 유추했지요.

 

凸: 그런데 임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우리를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경고하는 시가 아닐까요? 인간은 너무 가까우면 서로를 향해 찔러대거든요?

凹: 그런 관점에서 해석될 수도 있겠네요. 확실한 것은 일상으로 반복되는 공동의 삶이 우리의 완전한 사랑, 영원한 사랑을 연속적으로 방해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호모 아만스는 자신의 사랑의 삶을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지요.

 

凸: 츠베타예바는 어떤 상황에서 이 작품을 집필했을까요?

凹: 시인은 1912년에 크림반도의 남쪽 도시, 콕테벨Koktebel에서 러시아의 장교 세르게이 에프론을 만났습니다. 이때 그미의 나이는 19세였고, 세르게이는 18세였지요. 두 사람은 무척 조숙하였고, 사랑의 화염은 순식간에 타올랐는데, 이는 즉각적인 결혼으로 이어졌습니다.

凸: 너무 빨리 결혼했네요. 무슨 일이든 서두르면 낭패를 당하는 법이니까요.

凹: 그렇지는 않아요. 머뭇거리는 자는 오히려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곤 하지요.

凸: 하기야 인생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凹: 어쩌면 남편은 자신이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었다고 시인이 여겼는지는 모르겠어요. 두 사람 사이의 결혼 생활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했거든요. 그렇지만 시인은 끝까지 남편을 사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세르게이는 수시로 주위의 여성에게 눈을 돌렸기 때문입니다. 키가 크고 곱상하게 생긴 장교는 참으로 매혹적이었습니다.

凸: 그렇다면 세르게이는 여성들에게 둘러싸인 아름다운 남자, 이아손이라면, 마리나는 메데이아였겠네요.

 

凹: 잘 모르겠어요. 이후에 마리나 츠베타예바는 체코 그리고 프랑스 등지로 떠나야 했습니다. 창작 그리고 소련의 정치적 상황이 두 사람을 갈라놓게 했지요. 그후 그미는 여러 남자들을 만났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논하기로 하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사항을 인용할까 합니다. “정(情)이 차단되면, 한(恨)으로 돌변한다. 마찬가지로 사랑이 실현되지 않고 외부적으로 방해받게 되면, 호모 아만스의 욕망은 히스테리의 기이한 변덕으로 출현한다. 그것은 때로는 교태와 같은 가식적 행위, 질투심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증오심 등과 같은 정서로 표출되곤 한다. 때로는 자신이 버림받은 존재처럼 느껴진다.” (박설호: 에로스와 서양 문학, 울력 2018, 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