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최영철
인생이 달디달 때 술맛은 쓰고
인생이 쓰디쓸 때 술맛은 달았네
어느새 사랑에 취한 이에게 모든 길은 파묻혀 보이지 않아도
이윽고 사랑을 놓친 이에게 천지사방 모든 길이 망망대해였네
행여 묵직한 주머니를 넉넉한 여비로 생각지 말게나
그 바람에 바삐 가야 할 길 얼마나 멀고 무거워졌겠는가
먼저 길 떠난 이들이 모른 척 흘리고 간 여비가 차곡차곡 쌓여
저 멀고먼 협곡마다 반짝이고 있으니
나 이제 이 낯선 길 하나도 두렵지 않다네
.....................
나리꽃 필 때
첫사랑의 정체는 소매치기였어
말 한 마디 없이
나와 너의 순정만 훔쳐 달아났지
나 잠깐 혼절해 있는 사이
그걸 어디 멀리 내다버린 줄 알았는데
이순(耳順) 어느 맑은 날
처음 수줍음 그대로 돌아 왔네
최영철 시집: 멸종 미안족, 문학연대 2021.
조금만 기다리면 해설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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