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글

당신은 김동수씨를 아는가?

필자 (匹子) 2022. 2. 12. 11:35

21세기 한반도를 바라보면 참으로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낍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세계 9위에 속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남한의 부동산의 85%는 인구 5%의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빈부 차이가 극심하고, 청년들은 열심히 노력할 의지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매일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습니다. 중대재해 처벌법이 통과되었는데도, 노동 하청을 명한 대표는 벌금형, 또는 무죄 선고를 받습니다. 참담한 마음으로 신문을 펼치니 기사 하나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것은 강우일 주교님의 글 “다스리는 사람의 첫번째 자질”이었습니다. (한겨레. 2022년 2월 10일자) 여기에는 김동수씨의 사연이 언급되고 있었습니다. 주교님의 양해를 구하지 못했지만, 글의 일부를 인용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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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승객 172명이 구조되고 304명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때 승무원들은 도주했고, 관련 국가기관 공무원들은 바라보기만 했다. 이때 제주 출신 화물차 기사 김동수씨는 해경이 꼼짝 않고 지켜보기만 하는데 시시각각 가라앉고 있는 배에서 혼자 소방 호스를 몸에 감고 단원고 학생들과 승객들을 20여명이나 살리는 초인적인 일을 해냈다. 그러나 그는 절규하는 더 많은 아이들을 미처 구해주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으로 자신도 심각한 트라우마의 늪에 가라앉았다.

 

그는 사우나 욕탕에 몸을 담그면 세월호 아이들이 ‘우리는 차가운 물속에 빠져 있는데 아저씨는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나요?’ 하고 외치는 것 같아 도로 튀어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몇년이 지나도 국가는 사고의 진상과 책임 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기억과 관심은 세월호의 비극에서 서서히 멀어져가고 있는 현실에 김씨는 더욱 절망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 김씨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자해를 하고 응급실에 실려 갔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동안 그의 아내와 두 딸도 함께 엄청난 심적 고통과 불안에 시달려왔다.

 

김씨는 2019년 5월 자해 후 구급차로 이송된 병원에서 극도로 불안한 상태 중에 응급실 의료진과 실랑이를 벌였고, 의사는 그를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법원은 그에게 벌금 300만원의 유죄판결을 내렸다. 세월호 사고 이후 끔찍한 트라우마에 홀로 시달려온 한 의인을 국가가 죄인으로 판결함으로써 쓰라린 상처에 2차 가해를 보탰다. 훈장과 포상으로 위로해도 부족한 마당에 국가는 의인에게 죄인의 낙인을 찍어버린 것이다. 그는 사고 후 제주 숲길 지킴이로 일하고 있어 나는 숲길을 걸을 때마다 그가 잘 있는지 안부를 묻곤 한다. 그는 숲길 탐방객들이 버린 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정리하기도 하지만, 컨디션이 많이 안 좋으면 난방도 안 되는 컨테이너 안내소 간이침대에 쓰러져 있다. 최근 설 연휴 이후 컨테이너가 비어 있고 몇 주째 그가 안 보여 무슨 일은 없는지 많이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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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0만명, 즉 인구의 5분의 1일 하루하루 벌어서 먹고 사는 민초들입니다. 이들 가운데에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삶의 터전을 잃고, 생활하기 막막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른 나라의 상류층은 대체로 능력이 있고, 선한 분들이 태반입니다. 그런데 한반도에서의 상류층은 대체로 졸부들이고, 판검사와 의사들과 혼인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의 입지를 더욱 굳히려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정치가들이 한반도의 미래와 국민 개개인들의 안녕과 행복을 정말로 바라는 자들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 영달을 위해서 상대방을 헐뜯는 이리 떼와 같다는 사실입니다.  진정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가난한 민초들의 고통을 싸안는 정치가는 어디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