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케스트너의 시, "너는 대포가 꽃피는 나라를 알고 있니?"

필자 (匹子) 2022. 2. 26. 11:30

에리히 케스트너 (1899 - 1974)는 1899년 드레스덴에서 태어나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군에 징집되었고, 그후 아비투어를 마친 뒤 1919년부터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독문학, 역사학, 철학, 연극사 등을 공부하다. 그후 박사학위를 취득한 케스트너는 베를린에 머물면서, 연극 비평, 언론 등의 분야에서 활약하다. 1933년 그의 책들은 나치에 의해서 몰수되어 모조리 불에 타버렸다. 또한 케스트너는 여러 번 체포되어 곤욕을 치렀으며, 1943년 작품 활동의 금지처분을 받다.

 

전쟁 후에 그는 뮌헨에서 “전시용 방 (Die Schaubude)”라는 카바레를 세워서 연극 등을 공연하게 했으며, 『새 신문 (Neue Zeitung)』의 주필로 활동하다. 케스트너는 이러한 문화사업 외에도 훌륭한 시와 소설을 많이 집필하였지만, 사람들은 그를 “신문 작가”라고 악평하기도 했다. 『에밀과 탐정』(1928) 그리고 『파비안. 어느 도덕주의자의 이야기』(1931)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산문 작품이다.

 

너는 대포가 꽃피는 나라를 알고 있니?

에리히 케스트너

 

너는 대포가 꽃피는 나라를 알고 있니?

그걸 모른다고? 그럼 넌 알아야 해!

그곳에는 지배인 한 사람이 마치 병영과 같은

사무실에서 서 있어, 자랑스럽고 대담하게.

 

거기 넥타이 아래엔 일등병의 단추가 자라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헬멧을 쓰고 있지.

얼굴은 거기 달려 있지만, 머리통은 없어.

침대로 가는 자는 자손을 번식하기도 하지!

 

그곳에는 어느 상관이 원하기만 하면,

- 무언가를 원하는 게 그의 직업이라니까-

처음엔 이성이 경직되고, 나중엔 조용해지지.

우로 봐! 이봐 척추를 굴리라니까!

 

그곳에는 작은 곰팡이로 가득 찬 몸의,

가르마 탄 아이들이 세상에 출현하지.

그곳의 사람들은 일반 시민으로 태어나지 않아.

주둥이 닥치고 사는 자가 승진되지.

 

너는 그 나라를 아니? 행복이 있을 거야.

행복한 나라, 스스로 행복을 창조해내지.

그곳에는 경작지, 석탄, 철강 그리고 돌

근면, 힘 그리고 다른 멋진 것들이 있지.

 

정신과 선함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야!

진정한 영웅주의. 소수에게 주어지니까.

그곳에는 두 남자 가운데 한 명이 아이야.

그는 납 인형 놀이를 원하고 있으니까.

 

그곳에는 자유가 영글지 않고, 초록으로 머물러.

새로 짓는 집은 모두 병영으로 사용되곤 해.

너는 대포가 꽃피는 나라를 알고 있니?

그걸 모른다고? 그럼 넌 알아야 해.

 

Kennst du das Land, wo die Kanonen blühn? von Erich Kästner:

Kennst du das Land, wo die Kanonen blühn?/ Du kennst es nicht? Du wirst es kennenlernen!/ Dort stehn die Prokuristen stolz und kühn/ in den Bureaus, als wären es Kasernen.

 

Dort wachsen unterm Schlips Gefreitenknöpfe./ Und unsichtbare Helme trägt man dort./ Gesichter hat man dort, doch keine Köpfe./ Und wer zu Bett geht, pflanzt sich auch schon fort!

 

Wenn dort ein Vorgesetzter etwas will/ - und es ist sein Beruf etwas zu wollen -/ steht der Verstand erst stramm und zweitens still./ Die Augen rechts! Und mit dem Rückgrat rollen!

 

Die Kinder kommen dort mit kleinen Sporen/ und mit gezognem Scheitel auf die Welt./ Dort wird man nicht als Zivilist geboren./ Dort wird befördert, wer die Schnauze hält.

 

Kennst du das Land? Es könnte glücklich sein./ Es könnte glücklich sein und glücklich machen!/ Dort gibt es Äcker, Kohle, Stahl und Stein/ und Fleiß und Kraft und andere schöne Sachen.

 

Selbst Geist und Güte gibt’s dort dann und wann!/ Und wahres Heldentum. Doch nicht bei vielen./ Dort steckt ein Kind in jedem zweiten Mann./ Das will mit Bleisoldaten spielen.

 

Dort reift die Freiheit nicht. Dort bleibt sie grün./ Was man auch baut - es werden stets Kasernen./ Kennst du das Land, wo die Kanonen blühn?/ Du kennst es nicht? Du wirst es kennenlernen!

 

 

 

(질문)

1. 괴테의 시 「미뇽의 노래」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너는 레몬이 꽃피는 나라를 알고 있니?” 케스트너는 무엇을 풍자하려고 하는가요?

2. 제 2연에서 “머리통”이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3. 제 6연에서 “납 인형 놀이”가 상징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해설)

케스트너는 20년대 초에 군국주의가 횡행하는 사회 풍토를 지적하기 위해서 이 시를 집필하였습니다. 특히 19세기 말의 프로이센 국가는 “국가는 군사력과 힘만 지닌다면, 어떠한 것도 물리칠 수 있다.”고 믿고, 국민들에게 전쟁 참여 이데올로기를 퍼뜨리곤 하였습니다. 많은 독일인들은 이 당시에 백주 대로에서 참전을 지지하였습니다. 이로써 나타난 게 제 1차 세계대전이었습니다. 시에는 많은 패러디가 섞여 있습니다.

 

가령 제 1연에서 “자랑스럽고 대담하게”라는 표현은 독일의 예술사가 프란츠 쿠글러 (Franz Kugler, 1808 - 1858)의 튀링겐 민요,「홀의 밝은 해변에서」를 연상시킵니다. 쿠글러는 튀링겐 지방을 의식하며 이 민요를 지었는데, 독일인들은 이 시를 애송하고 있습니다. (Reich-Ranicki 2000: 256f). 제 5연에서 “다른 멋진 게 있다”라는 풍자적 표현은 독일의 시인,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 (Mathias Claudius, 1740 - 1815)의 「난로 뒤에서 노래하기」에서 인용된 것입니다.

 

제 6연에 나타나는 “두 남자 가운데 한 명이 아이야”라는 표현은 프리드리히 니체 (Fr. Nietzsche, 1844 - 1900)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에 씌어져 있는 구절입니다. 시인은 이러한 일련의 패러디를 통하여 독일인들의 권위주의에 종속되는 경향을 비판하고 군국주의로 화하는 사회적 풍토를 비판하려 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 사항만을 첨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2연에서 “대포가 꽃피는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머리통”을 지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무런 비판의식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자손을 번식”하는 이유 역시 총알받이를 양산시키기 위함입니다. 제 4연에서 시인은 “가르마를 탄 아이들”을 묘사합니다. 이들은 오로지 국가와 사회가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교육받고, 비판적인 부모를 고발하기까지 합니다. 케스트너는 놀랍게도 “히틀러 유겐트 (HJ)”라는 단체를 예언적으로 암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