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516) 우크라이나, 푸틴, 중국 그리고 한반도

필자 (匹子) 2022. 1. 17. 08:56

신 냉전의 시대에 브레진스키의 “거대한 체스 판”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가급적이면 빠른 시기에 우크라이나를 합병하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남쪽에 마치 도마뱀 꼬리처럼 붙어 있는 반도인데, 2014년에 러시아에 편입되었다. 말하자면 우크라이나는 동쪽과 남쪽으로부터 러시아의 위협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고찰할 때 푸틴은 크림반도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를 차지해야만 부동항 세바스토플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광활한 땅을 차지하고 있지만, 오래 전부터 부동항을 필요로 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1867년 알래스카를 미국에게 헐값에 팔아먹은 뒤에 소련 권력자들은 땅을 치며 후회한 적이 있었다. 미국은 알래스카를 차지하게 됨으로써 소련에 대한 군사적 전략에에 유리한 초석을 쌓게 되었다. 소련은 1979년에서 거의 10년간 아프가니스탄을 지속적으로 침공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부동항을 차지하려는 의도 때문이었다. 러시아는 2008년에 게오르기엔을 공격했으며, 2015년에 크림 반도를 합병했다.

 

 

중국이 오래 전부터 한반도 통일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른바 한반도라는 완충지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한반도의 분단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최상의 정책으로 여기고 있다. 이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종전 선언이 불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과 중국이 문재인의 종전 협정에 미적거리는 이유는 한반도를 계속 완충지역으로 남게 하는 게 그들에게 유리하기 그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역시 서유럽과 러시아 사이의 완충지역이다. 우크라이나에 나토의 세력이 확장되면, 러시아는 나토와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되는 것을 러시아는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토는 푸틴의 강경한 서방 정책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합병되면 동유럽은 과거 소련에 당했듯이 러시아에 핍박당할 것이다. 유럽 전역에 천연가스 이송을 위한 푸틴의 파이프라인 건설은 집요하고도 교활한 술수에 의한 것이었다. 만약 러시아와 서방세계 내지 미국 사이의 회담이 결렬될 경우, 러시아는 천연가스 차단으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재제에 대적할 계획이었다.사실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은 북유럽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경우하고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의 공급 때문에 나토가 러시아에 군사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기회는 제한적이다. 그렇지만 서방 국가는 러시아의 서진 정책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치적 중립을 고수하던 핀란드마저 나토에 가입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러시아의 도발이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사진은 러시아의 천연가스의 파이프라인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카자흐스탄의 사태가 심상치 않다.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에 군대를 보낸 다음에 일단 철수하였다. 어쨌든 푸틴은 당분간 강경한 서진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 이를 위해서 그는 중국과 밀약을 맺은 바 있다. 이때 중국이 어떤 이권을 요구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두 나라는 서로 단합함으로써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표명한 것은 분명하다. 중국은 추론하건대 무엇보다도 미얀마 군부를 정착시키고 서서히 타이완을 차지하는 데 전력투구할 가능성이 크다.

 

시리아의 잔악한 독재자, 아사드 그리고 카자흐스탄의 권력자 토카예프를 지지하는 러시아로서는 일단 우크라이나 사태가 급하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래서 러시아는 급히 군대를 보내 그곳을 장악하게 한 다음에 카자흐스탄에서 철군하였다. 문제는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장악하는가 하는 게 푸틴으로서는 러시아의 관심사이다. 일단 전략적으로 우크라이나 문제를 서방국가와 잠정적으로 합의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의 불안이 예상치 않게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지만, 동부 지역의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러시아 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크라이나 인들의 다수가 경제적으로 그리고 군사적으로 서구 지향적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푸틴으로서는 장기전의 책략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러시아의 영향력을 차단시키기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모든 신문을 우크라이나어로 간행하게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신문 발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러이사어로 신문이 간행될 경우 반드시 우크라이나어의 번역 기사를 신문의 하단에 첨부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2021년 1월 16일 자  독일 ARD 방송) 이는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러시아의 문화를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차단시키려는 조처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한반도 정세는 어떠할까?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5분 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푸틴이 -언제 바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한반도 통일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지금까지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미국이 그토록 꺼려했던 우주 공학 기술을 한국 기술자에게 전수해주기도 했다. 물론 이는 양국의 이익 추구 때문이었지, 러시아의 일방적 호의로 이해될 수는 없다. 중국 역시 한국에 대해 겉다르고 속 다른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시진핑이 한반도 사람들에게 가만히 졸고 있는 곰의 느긋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중국의 표리부동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국이 분권화되는 게 시급한데, 이렇게 될 가능성은 당장은 희박해 보인다. 시진핑은 머오저뚱 이상의 중앙집권적 정책을 꺾지 않고 있다. 현재 중국은 경제적으로 그리고 군사적으로 고찰할 때 시속 200킬로의 속도로 달리는 기차를 방불케 한다. 우리는 권불십년이 아니라 권불오십년에 기대를 걸어야 할 것이다. 티베트 신장지역의 독립 운동이 거대한 죽의 장막의 힘을 약화시키는 데 기여할지 모른다. 북한은 오늘 다시 조종 가능한 최첨단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남한으로서는 어떻게 해서는 더욱 막강한 경제력을 신장시켜서 열강이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상태에서 중립 통일을 완수해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