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동구러문헌

서로박: 페딘의 "도시와 세월" (1)

필자 (匹子) 2021. 11. 17. 10:47

1. 비판적 자세를 지닌 친정부작가: 러시아 작가 콘스탄틴 페딘 (Kostantin Fedin, 1892 - 1977)의 문학은 스탈린 지지자 내지 당 공산주의자라는 오명으로 인해 지금까지 공정하게 평가받지 못한 감이 있습니다. 1918년 소련으로 귀국한 이후로 그는 고리키와 함께 문학 그룹인 ‘세라피온 형제’에 참가하였습니다. 문제는 페딘이 소련의 볼셰비키의 정책을 실천하는 관리로 일했으며, 오랫동안 스탈린 당국으로부터 비호 받아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는 체제옹호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나름대로 조국의 안녕과 지식인의 인권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였습니다. 가령 1973년 솔제니친의 망명 문제 그리고 사하로프의 단식 사건에 대해 당국에 강력하게 항의한 사람이 바로 페딘이었습니다. 더욱이 그의 문학적 자양은 독일 표현주의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1910년대에 그는 독일로 유학하여 뉘른베르크, 드레스덴 등지에서 배우로 일하면서 문학과 예술에 매료된 바 있습니다. 이를 고려할 때 우리는 그의 소설문학을 역사적이며 비판적인 시각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2. 안드레이 스타르초프, 꿈꾸는 지식인의 전형: 『도시와 세월Города и годы)』은 1924년 모스크바에서 간행되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안드레이 스타르초프라는 사내입니다. 그는 20세기 장편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꿈꾸는 지식인의 전형입니다. 투르게네프는 자신의 문학 작품에서 햄릿과 돈키호테의 유형을 혼합한 인물을 자주 다룬 바 있는데, 이러한 인간형은 자신이 처한 세계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룸펜입니다. 스타르초프는 러시아 출신의 청년으로서 독일로 유학을 떠납니다. 그러나 1당시는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어야 합니다. 독일은 주인공이 러시아 국적을 지녔다는 이유로 러시아의 스파이라는 혐의를 씌웁니다. 그래서 스타르초프는 작센 지방의 소도시 비숍스베르크로 송치되고 말았습니다. 당국에 의해서 요주의 인물로 간주된 주인공은 매일 감시받으면서 생활해야 합니다.

 

3. 전쟁의 분위기를 접하게 된 독일 유학생: 소도시 비숍스베르크의 폐쇄적인 분위기는 주인공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듭니다. 사실 그는 어문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독일에 왔는데, 본의 아니게 특정 지역에서 침거하게 되는 신세로 전락했던 것입니다. 스타르초프는 소도시에서 독일 토박이들의 국수주의적인 고루함 그리고 전쟁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을 접하게 됩니다. 사실 소도시 사람들은 대도시든 시골이든 간에 국가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교묘히 세뇌당하여, 인접 국가와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연일 데모하였습니다. 역사적으로 프로이센은 뒤늦게 경제적으로 부강하여 다른 열강들과 마찬가지로 식민지를 쟁탈하는 데에 혈안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스타르초프는 자신의 고향 사람들도 이러한 고루한 의식에 사로잡혀 있음을 떠올리고, 전쟁의 참혹성을 사전에 감지하지 모르는 독일의 소시민들을 경멸하기 시작합니다.

 

4. 주인공, 어느 처녀와 사랑에 빠지다.: 스타르초프는 소도시에서 우연히 젊은 여자를 만납니다. 그미의 이름은 마리 우르바흐였는데, 미모가 출중한 처녀였습니다. 소설 속에는 그미의 유년 시절에 관해서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이로써 독자는 마리 우르바흐가 얼마나 밝고 활달하며, 거침이 없는 여성이라는 사실을 접할 수 있습니다. 스타르초프와 마리는 상대방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솔직하게 밝히지 않습니다. 서로 사귀는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에 관해 해명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마리 우르바흐는 자신에게 약혼남이 있다는 것을 고백하지 못했습니다. 그미가 약혼한 남자는 뮐렌-쇠나우라는 이름을 지닌 독일인이었습니다. 그는 마리 우르바흐가 주인공과 사귈 무렵에 장교 신분으로 군에 입대하여, 프랑스 전선에 배속되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리 우르바흐는 슬픈 표정을 지닌, 푸른 눈의 스타르초프에게 마음이 이끌리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그미는 주인공을 통하여 전쟁에 광분하는 독일인들의 세계관이 얼마나 헛된 망상으로 사로잡혀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말하자면 마리 역시 스타르초프의 영향을 받고, 평화주의와 사회주의의 신념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었습니다.

 

5. 소련 혁명이 발발하여, 주인공은 소련으로 출국하려고 시도하다.: 1918년 어느 날 주인공은 고향으로부터의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레닌이 모스크바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선포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스타르초프는 설레는 마음으로 자신도 조국의 혁명에 동참해야 한다고 작심하고, 소도시를 떠나기로 마음먹습니다. 주인공은 소도시를 벗어나려고 했을 때, 경찰 당국은 그를 체포되어 유치장에 수감합니다. 스타르초프는 분명히 러시아의 첩자라는 것이었습니다. 경계가 삼엄하지 않는 야밤을 이용하여 스타르초프는 유치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안타깝게도 독일 장교의 불심검문으로 재차 체포되고 맙니다. 그를 체포한 장교는 바로 마리의 약혼남, 묄렌-쇠나우였습니다. 그는 프랑스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고향으로 내려와 요양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무렵 주인공은 마리에게 약혼한 사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리 우르바흐 역시 자신의 연인이 러시아 출신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게 됩니다. 말씨가 어눌하고 발언이 낯설었지만, 동구 사람이라고 짐작했을 뿐, 그가 러시아인이라는 사실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6. 독일인 친구, 묄렌 쇠나우, 사랑하는 임과의 이별: 뮐렌-쇠나우는 깊은 교양을 지닌 고결한 영혼이었습니다. 그는 쿠르트 반이라는 이름의 독일 화가와 친구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가난한 쿠르트 반의 예술적인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경제적으로 도와준 사람은 바로 뮐렌-쇠나우였습니다. 그런데 주인공 스타르코프 역시 드레스덴에서 쿠르트 반과 만나서, 친분을 맺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접하게 된 뮐렌-쇠나우는 경찰 당국에 주인공을 넘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친구의 친구를 당국에 고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때 뮐렌-쇠나우는 즉시 군대로 복귀하라는 명령의 편지를 수령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약혼녀에게 스타르초프를 도와주라고 부탁한 뒤에 동부 전선으로 떠납니다. 뮐렌-쇠나우는 스타르초프와 자신의 약혼녀가 서로 무슨 관계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리 우르바흐는 비록 자신이 독일 장교와 약혼한 바 있지만, 오로지 스타르초프를 사랑한다고 고백합니다. 연인은 함께 밤을 지새며 사랑을 나눕니다. 그들은 장차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함께 살아가기로 맹세합니다. 브레스트-르토브스크에서 평화협정에 체결되었을 때 스타르코프는 다시금 출국을 시도합니다. 그는 마리에게 2개월 후 반드시 돌아오겠노라고 약속한 다음에 모스크바로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