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동구러문헌

서로박: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1)

필자 (匹子) 2021. 8. 8. 09:26

친애하는 J, 오늘은 당신에게 레오 톨스토이 (1828 - 1910)의 장편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수많은 작가 그리고 예술가들이 지금까지 간행된 최고의 연애 소설로서 『안나 카레니나』를 손꼽았습니다. 소설은 1875년에서 1877년 사이에 집필되었고, 1878년 책으로 간행되었습니다.

 

그 전에 발표된 두 번째의 장편 소설 『전쟁과 평화』 (1868 - 1869)에서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찬란한 과거로부터 등을 돌리고, 1870년경의 현재 현실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습니다. 작가는 언젠가 안나 카레니나의 가족 그리고 그들의 생각을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톨스토이에 의하면 -비록 상류층에 속하지만- 러시아 인민의 사상 감정을 진솔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안나 카레니나는 여성적 우아함, 부드러움 그리고 영리함까지 겸비한 젊고 아름다운 여성입니다. 게다가 정서적 풍요로움까지 지니고 있습니다. 안나는 남동생 스티바의 가정 문제를 중재하기 위하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기차를 타고 옵니다. 스티바는 아내인 돌리와 사소한 문제로 심하게 다투다가 거의 파경 직전에 이르렀습니다. 이때 안나는 돌리의 여동생, 키티를 만나게 됩니다.

 

키티는 제후의 딸로서 내심 두 명의 남자를 흠모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은 콘스탄틴 레빈입니다. 레빈은 시골에 제법 큰 농장을 소유한 부농으로서 곡류와 채소 등을 대량으로 생산하여 최근에 부를 축적하였습니다. 오랜 결심 끝에 그는 키티에게 프러포즈를 청했으나, 키티는 이를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왜냐하면 그미는 다른 남자인 브론스키 백작에게 더욱 매혹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키티는 늠름한 장교인 브론스키의 청혼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브론스키는 키티와 결혼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키티의 부모님이 거주하는 제후의 궁궐에 들락거리고 가면무도회에 참석하는 까닭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요염할 정도로 날씬하고 아름다운 그 집 따님과 하룻밤의 정사를 획책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안나는 남동생 부부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그미는 오히려 이로 인하여 키티와의 새로운 우정마저 저버려야 하는 형국에 처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안나는 동생 문제로 브론스키 백작을 알게 되어,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키티는 가면무도회에서 백작이 자신에게 청혼해 주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안나가 나타나 브론스키와 춤을 추게 된 것입니다. 이때 키티는 몹시 속상해 하며, 급기야는 레빈의 청혼을 거절한 것을 후회합니다. 가면무도회 이후로 그미는 심한 조울증에 사로잡혀 하루 종일 침대에서 지냅니다. 키티의 부모는 자신의 딸을 독일로 보내어 심리 치료를 받도록 조처합니다.

 

안나는 즉시 모스크바를 떠나려고 합니다. 그러나 브론스키는 몰래 그미의 뒤를 따라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따라옵니다. 그리하여 주인공이 어디서 거주하는지 알아냅니다. 그는 안나가 극장 그리고 상류층의 모임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그 자리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말하자면 두 사람의 재회는 우연이 아니라, 브론스키의 집요한 작전의 결과였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육체적인 결합에 이릅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비밀리에 만났으나, 나중에는 각자 더욱 깊은 애정의 늪 속으로 푹 빠져드는 것을 감지하게 됩니다. 문제는 안나가 유부녀라는 사실에 있었습니다. 안나에게는 이미 아들이 하나 있었지요. 그렇기에 남편과 아들을 저버리고 시간을 쪼개어 애인과 밀회를 즐기는 일은 참으로 힘들고 번거로우며 위험한 줄타기와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안나는 행복을 차지하려는 열정적인 열망을 실현하기 위하여 끝내 사랑하는 남자를 택합니다. 그러나 주어진 사회는 그미의 이러한 행위를 잘못이라고 단정하고, 그미를 부도덕적인 여인으로 매도합니다. 이는 주인공에게 쓰라리고 처절한 결과를 안겨줍니다. 이제 그미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자신의 사랑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친애하는 J, 바로 이 점이야 말로 톨스토이의 작품이 19세기에 출현한 일련의 간통소설들과 다른 사항입니다.

 

이웃들은 안나와 브론스키의 “통정”에 관하여 쑥덕거립니다. 남편 카레닌 역시 소문을 듣고 안나를 의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나는 브론스키의 아이를 임신합니다. 친애하는 J, 주인공이 바람기 많은 여성이었다면, 몰래 소파 수술을 받고, 자신의 연애 행각을 감추려고 시도했겠지요. 그러나 안나는 이를 비열하고 위선적인 행동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미는 남편에게 모든 사실을 고백하고, 브론스키와 함께 살아가겠다고 선언합니다.

 

아내의 이러한 고백을 듣게 된 카레닌은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그는 차갑고도 냉혹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최소한의 이성적 본분을 잃지 않으면서, 아내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모든 일을 불문에 붙일 테니 자신에게 돌아오라는 게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안나는 브론스키를 사랑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면서, 남편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어느 날 그미는 산통 후에 브론스키의 아기를 출산합니다. 딸이 태어나지요.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느끼게 하는 난산이었습니다. 안나가 아기를 낳은 곳은 병원이 아니라, 바로 남편 카레닌의 집이었습니다. 아이를 낳은 뒤에 그미는 끝내 브론스키를 선택합니다. 안나, 브론스키 그리고 아기는 오랜 기간에 걸쳐 동유럽을 여행합니다. 그후 그들은 브론스키의 영지에 머물면서 카레닌과 합의 이혼하려고 시도하였습니다. 안나는 남편과 이혼한 뒤에 아들을 데리고 와서 브론스키 그리고 자신의 딸과 시골에서 살아가려고 결심합니다.

 

친애하는 J, 어째서 결혼하는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서로를 위해주지만, 이혼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를 입힐까요? 임에 대한 배신감 때문일까요, 아니면 임을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학대하기 때문일까요? 물론 카레닌 역시 배신감과 자기 학대의 감정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러나 이보다도 카레닌에게 중요한 무엇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이었습니다. 만약 이혼을 허락하고, 아들을 포기하면, 세상 사람은 자기 자신을 얼간이라고 손가락질할 것 같았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카레닌은 끝내 이혼할 수 없다고 버티는 한편, 아들의 양육권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호언장담한 것입니다.

 

다른 한편 브론스키와 안나는 이혼이 성사될 때까지 모스크바에 체류합니다. 그들은 끈덕지게 카레닌을 찾아가지만, 합의에 도달하기는커녕 의견대립만 첨예화됩니다. 이 와중에서 모스크바의 상류층 사람들은 안나와 브론스키에게 손가락질하면서 비난합니다. 이른바 “바람난 여자”와 “방탕아”가 전남편을 찾아와서 언제나 행패를 부린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마저 이른바 “경멸스러운” 안나와 더 이상 상종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안나에게 모스크바의 생활은 마치 지옥과 같이 느껴집니다.

 

안나 카레니나로 분장한 그레타 가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