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중세 문헌

서로박: 천일야화, 431 번째 이야기 (1)

필자 (匹子) 2023. 4. 11. 09:41

1. 『천일야화』의 431 번째의 이야기: 천일야화 가운데 한 편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페리사다 공주는 고결한 정원에 혼자 머물면서 여러 가지의 휘황찬란한 꽃을 가꾸고 있었습니다. 바만 왕자는 말을 타고 어디론가 사냥을 떠났습니다. 저녁 무렵 어느 나이든 여인이 아름다운 여인을 찾아와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어딘가에서 칩거하면서 살아가는 경건한 여인이었습니다.

 

공주는 여인을 방으로 들어오게 하고, 함께 기도를 드리자고 청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녁 무렵 기도를 올리는 게 관습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이든 여인은 아름답게 빛나는 찬란한 정원을 바라보고는 찬탄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공주님. 유감스럽게도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에는 세 가지 보물이 빠져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세 가지 보물을 지니게 된다면, 정원은 그야말로 완벽할 텐데요.” (Bloch: 206ff.).

 

2. 세 가지 보물: 나이든 여인이 침묵하고 있을 때, 페리사다 공주는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미는 나이든 여인에게 세 가지 보물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때 경건한 여인은 머뭇거리다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것들은 황금빛 찬란한 물, 말하는 새 그리고 노래하는 나무입니다. 여행을 떠나 20일이 지나면 공주님은 ‘힌드’라는 땅에서 세 가지 보물을 모조리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스무날이 되는 날 마주치는 첫 번째 남자에게 줄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경건한 여인이 떠난 다음에 어떤 불안감이 엄습하였습니다. 공주의 뇌리 속에는 여러 가지의 상념이 마구 뒤엉키고 있었습니다. 바만 왕자는 사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을 때 공주는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공주는 정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왕자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놀라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그는 세 가지 기적을 찾아주겠다고 공주에게 굳게 약속하였습니다.

 

3. 바만 왕자의 여행: 바만 왕자는 불안한 마음으로 몸을 뒤척이면서 하룻밤을 보냅니다. 아침이 밝아오면 길을 떠나리라고 작심했습니다. 사랑하는 임에게 작별인사를 보낸 다음 왕자는 동이 트기 전에 힌드로 향해서 여행을 떠났습니다. 단 한명의 시종만이 그를 대동했습니다. 두 사람은 황량한 들판과 계곡에서 누구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사막이 있었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낙타를 탄 대상 (隊商)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길은 높은 통로를 지나 얼음으로 뒤덮인 산등성이로 뻗어 있었습니다.

 

20일 후의 어느 아침에 왕자는 무슬림 수사를 만납니다, 무슬림 수사는 산길 쪽을 향해서 묵상에 잠겨 있었습니다. 왕자는 고대의 언어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깊이 고개 숙여 성자에게 인사하면서, 존경이 가득한 말을 건넵니다. 그렇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왕자는 알라 신의 축복을 바치면서 그에게 간청했습니다. 무슬림 수사는 이번에도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왕자는 알라 신에게 머물렀던 회교의 고행자에게 길을 물을까 하고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4. 무슬림 수사의 전언: 바로 이때 자신 속에 침잠해 있던 성자는 요동도 하지 않은 채 마치 멀리서 들리는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돌아서서 말에서 내려 산을 올라가라. 수많은 뒤엉킨 소리들이 너의 귓전에 맴돌 것이다. 그 소리는 그대를 엄청난 공포감에 휩싸이게 할 것이다. 절대로 고개를 돌리지 말라, 다시 경고하건대 어떠한 소리를 듣더라도 고개를 뒤로 돌려서는 안 된다. 산의 정상에 올랐을 때 그대는 암벽 위에서 말하는 새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말하는 새는 그대에게 황금빛 물과 노래하는 나무로 향하는 길을 알려주게 될 것이다. 그 길은 매우 위험하다. 검은 암석들은 모두 죽음을 뜻한다. 당일에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대는 이전의 삶의 사람들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

 

무슬림 수사는 다시금 황홀의 경지 속으로 침잠하였습니다. 왕자는 수사의 이러한 비밀스러운 말씀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지 않아서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자신의 시종에게 하루만 기다리다가 자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궁궐로 귀환하라고 명령하고, 혼자 산정으로 올랐습니다.

 

5. 기이한 굉음에 당하다.: 왕자가 말을 타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을 때 주위는 처음에는 죽은 듯이 고요했습니다. 거대한 암석들은 서로 엉켜 붙어있었고, 제각기 기이한 형상을 띄고 있었습니다. 왕자의 눈앞에는 산의 정상이 보였습니다. 바로 이 순간 산으로 향하는 길 주위로 번개가 내리치고 지금까지 죽은 듯이 고요했던 왕자의 배후에서 온갖 종류의 휘파람 소리 그리고 기이한 함성들이 들리는 게 아닌가요? 그 소리와 함성은 마치 수많은 뱀들과 괴물들이 공중으로 내뱉듯이 거대한 굉음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이미 무슬림 수사가 경고한 대로 그것은 수많은 외침 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혼란스럽게 웅성거리는 굉음이었습니다.

 

왕자는 마법의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말 타고 달렸습니다. 유년의 시기에 그를 부르던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죽은 친구들이 그들의 이름을 하나씩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귀를 막고 말을 타고 달리는데, 자신의 옆에서 철제 전차가 가까이 다가와서 자신을 추월하는 것 같았습니다. 옆에서 달리는 말이 히히힝 거리고,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향해 채찍질하였습니다. 왕자는 마치 어떤 채찍에 얼굴을 맞은 것 같아서, 순간적으로 화가 났습니다. 얼굴을 돌려서 자신의 옆을 바라보았을 때, 아뿔싸, 무슬림 수사의 말이 뇌리를 스치는 게 아닌가요? 주위는 어두움으로 컴컴해졌고 밤이 도래했습니다. 왕자의 몸은 순식간에 암석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6. 펠리사다 공주, 여행을 떠나다.: 시종은 이틀 동안 왕자를 기다렸습니다. 왕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그는 주인이 명령한대로 왕궁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왕자의 실종 소식은 그미를 너무나 슬프게 하였습니다. 한동안 비탄에 젖어 있었지만, 왕자가 죽었다고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외지에서 행방불명되었다는 것만으로 그가 죽었다고 단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왕자는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보물을 찾아서 멀리 떠나지 않았던가요? 그래서 공주는 자신이 직접 왕자를 찾아야 한다고 결심합니다. 그래서 그미는 사랑하는 임을 찾기 위해서 시종 한 명도 대동하지 않은 채 길을 떠납니다. 공주는 왕자가 향했던 동일한 길을 택했던 것입니다. 고독하게 말을 타고 가는 순간에도 그미는 무슬림 수사의 말을 오랫동안 정확하게 되새겼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