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중세 문헌

서로박: 천일야화 431 번째 이야기 (2)

필자 (匹子) 2023. 4. 11. 09:41

(앞에서 계속됩니다.)

 

7. 공주, 산정에 올라 말하는 새를 만나다.20일이 되는 날에 공주는 무슬림 수사를 마주치게 됩니다. 그미는 말에서 내려서 큰절을 했습니다. 수사는 조용히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러자 공주는 명상에 침잠한 성자에게 아무 질문을 던지지 않은 채 말에 올랐습니다. 그미는 온갖 굉음이 가득한 산으로 향해 서서히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공주는 사랑하는 임을 생각하고 반드시 그를 구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솜으로 귀를 단단히 틀어막았습니다. 공주는 반드시 말하는 새를 만나서, 자신이 갈구하는 바를 직접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주는 주위의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드디어 정상에 도달했습니다. 높은 암벽의 꼭대기에는 새장 안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었습니다. 공주는 마구 퍼덕거리는 새를 손으로 거머쥐었습니다. 새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오 대담하기 이를 데 없는 고귀한 부인이여, 선한 마음으로 용기 있게 이곳으로 올라오셨군요. 당신의 마음속에는 어떠한 사악함도 자리하지 않네요, 나는 당신의 소유물입니다. 나의 머리와 눈은 당신의 명령을 따를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바라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서 내가 무얼 해야 할지 말해주세요,

 

8. 사랑하는 임을 애타게 찾다.: 이때 공주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의 주인인 사랑하는 임이 아직 살아 계시는지, 죽었는지 몹시 알고 싶습니다. 살아계신다면 어디서 그분을 만날 수 있는지 듣고 싶어요.” 공주의 말을 듣고 말하는 새는 다음과 같이 언질을 주었습니다. “듣는다는 것은 복종한다는 것을 뜻하지요. 당신에게 병 하나 드리겠습니다. 이걸 들고 산의 반대편 언덕으로 가세요. 거기서 황금의 물을 병에 담으세요. 그렇게 하시면 당신은 물 위에 노래하는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그 전에는 당신의 애인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죽지도 살아 계시지도 않거든요.

 

9. 황금의 물과 노래하는 나무와 조우하다.: 공주는 말하는 새가 시키는 대로 산 반대편으로 갔습니다. 그곳에는 작지만 매우 아름다운 둥근 탑의 건물이 있었고, 그 뒤에는 꽃과 관목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둥근 건물은 마치 분수대처럼 황금빛 찬란한 물을 하늘 위로 품어내고 있었습니다. 둥근 지붕이 마치 왕관이라도 되는 것처럼 찬란한 빛을 반사했는데, 거기서 나무 한그루가 자신의 면모를 환하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나무에서 뻗어 있는 모든 가지들은 놀랍게도 찬란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닌가요?

 

페리사다 공주는 마력적인 분수의 가장 자리에 고인 황금의 물을 병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노래하는 나무의 가지 하나를 꺾었습니다. 이로써 공주는 나이든 여인이 말한 바 있는, 기적을 가져다주는 세 가지 진귀한 물품을 간직하게 됩니다. 그러나 공주는 그다지 기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미에게는 오로지 사랑하는 임, 바만 왕자를 만나는 게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이 순간 말하는 새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아, 공주님, 이제 산 아래로 내려가세요. 길가에 흩어져 있는 암석들에 황금의 물을 조금씩 뿌려주세요. 그렇게 하면 모든 암석들은 자신의 생명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그 가운데에는 당신의 연인 또한 계실 것입니다.”

 

10. 페리사다 공주, 암석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다.: 산 아래로 내려가는 도중에 기이하게 솟아난 암석 바위들이 보였습니다. 공주는 걸음을 멈추고 모든 암석에 황금의 물을 한 방울씩 뿌렸습니다. 그러자 모든 암석들은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그들 가운데에는 바만 왕자도 있었습니다.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왕자는 몸을 일으켜서 그미와 뜨겁게 포옹했습니다. 계곡은 오랜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들 가운데에는 수백 년 동안 잠자던 자가 있었고, 며칠 잠든 자도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과 세월은 꿈 없는 산 위에 잠시 머물고 있었던 것입니다.

 

깨어난 사람들은 모두 알라신의 은총을 받으면서 공주에게 모여들어, 그미의 영특한 두뇌를 칭송하면서 존경을 표시했습니다. 공주는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을 데리고 산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그들은 제 2의 삶을 찬양하면서 성스러운 무슬림 수사에게로 향한 뒤에 여행을 계속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무슬림 수사가 계시던 곳에 도달했을 때 수사는 어디론가 사라진지 오래였습니다. 다만 병속의 물만이 부글거리고 있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길을 선택하여 자신이 살던 곳으로 떠났습니다.

 

11. 왕자와 공주 궁궐로 돌아가다.: 왕자와 공주는 오래된 길을 되돌아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20일째 되던 아침에 그들은 궁궐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궁궐은 놀랍게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말하는 새에게 정원의 안락한 거처를 마련해줍니다. 커다란 물병에다 마법의 액체를 부었을 때, 물병에서는 놀라운 멜로디가 서서히 퍼져 나왔습니다. 찬란한 광채는 페리사다 공주의 정원을 환하게 밝혔고, 그 기운은 높은 곳으로 상승하는 것 같았습니다.

 

황금빛 물의 꿈틀거리는 움직임은 그칠 줄 몰랐고, 언제나 동일한 양으로 움직였습니다. 비밀스러운 나뭇가지는 뿌리를 자극하여 새로운 나뭇가지를 솟아나게 하였으며, 얼마 되지 않아서 아름다운 꽃봉오리를 맺게 하였습니다. 그 가지는 어느새 비밀스러운 산의 정원에 있던 생명의 나무의 면모를 드러내었습니다. 나무의 청량한 노래 소리는 분수의 물이 자연스럽게 회전하도록 자극하였고, 말하는 새의 전언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이전에 새는 영웅들이 암석으로 변화된 모습 그리고 반드시 극복해야 할 위험을 알려주지 않았던가요?

 

12. 세 가지 보물, 삶을 빛나게 하다.: 일곱 번째 되던 날 페리사다 공주는 경건한 여인을 궁궐로 소환하였습니다. 공주는 놀라운 기적을 안겨준 세 가지 보물을 그미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성스러운 여성은 무척 놀라면서 찬탄을 금치 않았습니다. 그미는 엎드려서 공주에게 큰 절을 올리며, 꾸란의 한 구절을 암송하였습니다. “그대가 겸허한 마음으로 땅을 바라보는 것은 하나의 표시이리라. 만약 우리가 물을 지상으로 흐르게 하면, 땅은 이에 자극 받아 부글거릴 것이다. 물론 땅을 생동하게 하는 자는 틀림없이 죽은 자 또한 생기 있게 만들 것이다. 그자는 모든 힘을 지닐 것이다.” (『꾸란』 제 41장 39행).

 

공주는 성녀에게 다음과 같이 부탁합니다. 자신과 왕자가 세상을 떠나는 날에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하나로 결합시켜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황금의 물이 떨어지는 곳에서 나무의 노래를 듣고, 말하는 새의 말씀을 경청하였습니다. 이는 그들이 죽음이 도래하여 지상의 모든 위안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이어졌습니다. 세 가지 보물과 함께 하던 그들의 삶은 천상의 충만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