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피어시의 '그, 그미 그리고 그것' (2)

필자 (匹子) 2021. 5. 20. 11:01

 

 

지구상에는 멀티와 맞서서 싸우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에는 말카의 딸이자, 주인공 시라의 어머니인 “리바 Riva”도 있습니다. (리바는 처음부터 가족에 대한 커다란 애착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 시라는 주로 할머니인 말카 곁에서 자라날 정도였습니다. 그렇기에 주인공에게 리바는 어머니가 아니라, 단순히 공동체의 책임자 한 사람으로 느껴질 뿐입니다.) 리바는 이스라엘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또 다른 여성 사이보그인 “닐리 Nili”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닐리는 요드보다 막강한 힘을 지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사이보그로서의 몇 가지 초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미는 지금까지 지하 이스라엘의 여성 공동체를 수호하는 임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닐리는 항상 총 든 남자들과 상대하며 거칠게 살아갑니다.

 

 

닐리는 처음에는 동성인 리바를 자신의 애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미는 언젠가 우연히 가디 Gadi를 만나, 한 방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는데, 바로 이때 가디에게서 자신의 처녀성을 빼앗깁니다. 가디는 시라의 옛 애인으로서 몇 년 전에 어느 소녀에게 성폭력을 가한 죄로 인하여 공동체에서 추방당한 저질의 사내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 여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떨치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술과 마약에 찌든 채 살아갑니다. 그는 섹스 외에는 어떠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거의 버림받다시피 합니다. 새로 만들어진 사이보그에게는 삶의 경험이 하나도 없으므로 새로운 경험을 통하여 자신의 애정관 내지 이성관을 스스로 확립할 수밖에 없습니다. 닐리는 처음으로 가디와 정을 통한 뒤에 마치 더러운 물에 몸을 담근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 이후로 그미는 남성들의 성에 구역질을 느끼게 됩니다. 다시 말해 남성들은 닐리에게는 언제나 함께 싸우는 동지 혹은 적일 뿐, 결코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어느 날 야카무라 스팃헨 (Y-S)은 틱바 공동체를 무차별적으로 폭격합니다. 왜냐하면 말카의 불찰로 인하여 사이보그에 관한 비밀스러운 프로젝트가 외부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멀티의 임원은 시라와 만나서 다음과 같이 협박합니다. 만약 시라가 당국을 돕지 않을 경우, 시라의 아들, 아리를 죽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야카무라 스팃헨 (Y-S)은 새로 탄생한 사이보그, 요드를 반드시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평화롭던 틱바 공동체는 일순간 화염 속에 휩싸이게 됩니다. 주인공 시라는 멀티의 공격에 대항하여 당당하게 싸웁니다. 그리하여 그미는 자그마한 승리를 구가하게 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요드의 도움으로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 아리를 되찾게 된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끔찍한 전투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듭니다. 이때 틱바 공동체 사람들은 기이한 사이보그와 그와의 공존에 관하여 갑론을박합니다. 과연 요드가 공동체의 구성원일 수 있는가? 하는 게 논의의 요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전시에는 요드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지만, 평화기에는 초능력을 지닌 괴물, 사이보그가 행여나 끔찍한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전전긍긍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이에 관해 주민투표를 강행하려고 합니다.

 

주민투표가 행해지기 직전에 아브람은 한 가지 계획을 세웁니다. 그것은 일종의 트로이의 목마와 같은 전술이었습니다. 만약 요드가 멀티의 지도부를 만나는 장소에서 스스로 폭파하게 되면, 야카무라 스틱헨 (Y-S)의 중추적인 인물들이 순식간에 괴멸될지 모릅니다. 바로 이 틈을 노려서 시라의 어머니, 리바와 저항 운동가들은 멀티의 본부를 쏜살같이 급습하여, 그들의 세력을 소탕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이보그인 요드는 아브람으로부터 이러한 계획을 직접 접합니다. 사악한 멀티들을 무찌를 수 있다면, 죽음도 불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습니다.

 

요드는 자신을 둘러싼 주민투표의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자신의 존재가 틱바 공동체에게 때로는 이득이 되지만, 때로는 엄청난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스스로는 인간으로서 느끼고 생각하지만, 정작 공동체 사람들은 자신을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대해 요드는 약간의 서운함을 느낍니다. 특히 사랑하는 시라를 내버려두고 자폭해야 하는 것을 못내 가슴아파합니다. 요드는 거사를 위해서 떠나기 전에 아브람의 실험실을 모조리 파괴해버립니다. 실험실이 존재하는 한, 자신과 같은 사이보그가 얼마든지 재생산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틱바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서는 사이보그로 인한 혼란은 사라져야 한다고 요드는 생각합니다. 실험실이 폭파되어 화염에 휩싸였을 때, 아브람은 미처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불에 타 죽습니다. 뒤이어 요드는 틱바 공동체를 위해서 장렬하게 전사합니다.

 

 틱바 공동체를 음으로 양으로 괴롭히던 야카무라 스팃헨 (Y-S)은 드디어 몰락을 맞이합니다. 모든 전투는 종언을 고합니다. 사이보그의 살아남은 애인, 시라는 요드의 죽음에 몹시 슬퍼합니다. 요드는 공동체를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저버리고 사라진 영웅이었습니다. 시라는 임의 죽음으로 인하여 오랫동안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지만, 요드의 의지를 받아들이고 말카의 집에서 계속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말카는 사이보그, 닐리를 데리고 이스라엘로 떠납니다. 왜냐하면 닐리는 전쟁을 치르는 동안 눈 하나를 잃어버려서, 조만간 눈 수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P,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어떻게 당신에게 다가오는지요? 소설의 내레이터는 시프맨이라는 남자입니다. 그는 기이한 예술가이며, 동시에 감각에 충실한 섬세한 남자입니다. 나아가 그는 철저한 신비주의자이기도 합니다. 내레이터는 현재의 이야기만 일직선적으로 들려주지 않고, 1600년 프라하의 유대인들의 게토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병렬시키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두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중첩되어 전개된다고나 할까요? 이러한 시도를 통하여 작가는 카발라 신비주의의 과거의 삶 그리고 틱바 공동체에서의 미래의 삶을 대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대인의 신비주의 사상과 합리적인 과학 기술을 병치시키고 있습니다.

 

 

 

랍비 룁과 골렘

 

 

소설은 가족 구성원과 남녀들 사이의 전통적 인간관계를 다룰 뿐 아니라, 여성 공동체, 자유로운 성 생활 및 인간과 사이보그 사이의 혁신적이고 새로운 인간관계 등을 과감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내레이터인 시프맨은 말카의 입을 빌려서 유대인 랍비 룁 Löw의 “골렘 Golem”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7세기 프라하에 모여 살던 유대인들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골렘”이라는 존재를 창안해냅니다. 골렘은 유대인 전설에 등장하는 자입니다. 랍비 룁은 아교를 사용하여 인간과 유사한 모형을 만듭니다. 그리하여 아교 모형은 마력의 영혼을 통해서 한 명의 사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것입니다. 골렘은 스스로 초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사람들이 시키는 일을 충실히 행하지만, 한 마디 말도 발설할 줄 모릅니다. 사람들은 기이한 인간인 골렘을 “요셉”이라고 부릅니다. 랍비 룁의 손녀 샤바는 요셉에게 글 읽기와 글쓰기 등을 가르쳐줍니다. 어느 날 외부의 기독교인들은 게토에 모여 살아가는 유대인들을 끔찍하게 박해하지만, 요셉은 자발적으로 나서서 사회의 소수로 살아가는 유대인들을 보호해 줍니다. 유대인 박해가 사라졌을 때, 요셉은 다시 아교로 변신합니다.

 

 

친애하는 P, 마지 피어시는 과거와 현재의 소재를 병렬시킴으로써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요? 인간이 맞이하게 될 미래의 삶은 분명히 과거의 삶과는 다르지만, 인간의 내면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갈등의 측면을 고려할 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예나 지금에나 간에 인간적 관계의 갈등으로 인하여 고뇌하며 살아가며, 권력자로부터 피해당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대기업의 횡포를 생각해 보십시오. (아니, 원자력 마피아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은 후세에 치명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게 될 원자력 에너지의 악영향에 대해서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에너지 개발이 인간의 삶에 유리하다는 것을 잘 아면서도, 그들은 석유와 자동차 산업 그리고 원자력 산업만을 주장합니다.

 

원자력 마피아는 고효율 저비용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원자력 발전소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효율 저비용”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게 한 통계적 자료에는 생태계 파괴로 인한 미래의 자연 환경에 관한 논거는 전혀 담겨 있지 않습니다. 설령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하게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드럼통에 담겨 있는 핵폐기물의 방사능은 10만년에서 20만년 지난 후에 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독일 정부가 2025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은 끔찍한 방사능의 피해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함입니다.)

 

마지 피어시의 작품은 다음과 같이 경고합니다. 재벌들과 권력자들의 비밀스러운 대화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사람들은 결국 그들에게 이용당한 채 예나 지금에나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찌그러진 노리카 Norika - 그것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해서 수축된 자그마한 한반도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