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리피데스의 비극 「이온」은 기원전 412년에서 408년 사이에 완성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품은 「헬레나」(BC 412)와 「오레스트」(BC. 408)의 발표 시점 사이에 집필된 것으로 보입니다. 극작품에 원용된 신화는 그리스 부족의 초창기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소재가 초창기의 신화를 그대로 서술한 것인지, 아니면 에우리피데스가 자신의 상상을 어느 정도 가미했는지 하는 물음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집필 계기로서 우리는 어떤 정치적인 이유를 첨부할 수 있습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끝날 무렵 그리스 사람들은 아테네가 주도적으로 이오니아의 여러 도시들을 다스려야 한다고 믿고 있었는데, 극작가는 이러한 정치적 분위기를 작품 속에 반영하려고 했습니다.
신화에 의하면 아테네 원주민들의 왕, 에레흐테우스에게는 크레우사라는 딸이 있었습니다. 그미는 신 아폴론과 육체적 관계를 맺은 다음에 아들 이온을 출산하는데, 이오니아의 선조가 됩니다. 이후에 크레우사는 그미의 아버지와 연방의 동맹을 맺은 사내, 아이올로스의 아들 크후토스와 결혼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은 도로스 그리고 아카이오스입니다. 두 아들은 -아테네 여신이 예견한 바 대로- 나중에 도리스 부족과 아케이스 부족의 선조가 됩니다.
이러한 신화적 이야기를 통해서 밝혀지는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즉 이오니아의 선조는 신들에 의해서 점지된 자들로서 그들의 원래 고향이 아테네라는 사실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정치적 분위기는 극작품의 외적인 틀인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간결하게 서술되고 있을 뿐입니다. 비극의 핵심 사항은 -에우리피데스의 후기 작품의 특징으로 드러나고 있듯이- 인간사의 문제입니다. 인간은 신들의 전지전능한 의지 내지는 운명의 여신 티케 등에 의해 전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고, 극작품 속에서 상호 무언가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잘못 인식하고 있습니다.
에우리피데스 극작품의 기본적 특징은 -「이온」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데- “재인식Anagnorisis” 그리고 “술책Mechanema”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엘렉트라」, 「헬레나」 그리고 「타우리스 섬의 이피게니에」와는 달리, 「이온」의 프롤로그에서는 인간적 관점으로서의 재인식 내지 술책이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오로지 신들의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헤르메스 신은 시강과 장소를 관망하면서 아폴론 신의 부탁으로 델피에 도착합니다. 당시에 크레우사와 크후토스는 자신에게 후사가 없다는 것을 걱정하며, 델피의 신탁에 조언을 구하던 참이었습니다. 헤르메스 신은 부부를 델피 신전을 수호하던 이온에게 데리고 갑니다.
신전에서 두 사람은 놀라운 이야기를 접하게 됩니다. 즉 크레우사는 젊었을 때 아폴론 신과 합궁한 다음에 아들을 출산했는데, 아기는 어딘가에 버려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바로 이 아이가 이온으로 성장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한편 헤르메스 신은 크후토스에게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즉 크후토스는 젊은 시절에 어느 처녀와 살을 섞은 적이 있는데, 이때 태어난 아들이 이온이라고 했습니다. 어쨌든 크후토스는 이온이 자신의 아들이라고 믿고, 처자와 함께 아테네로 돌아옵니다. 아폴론은 자신이 아름다운 처녀와 합궁했다는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조처합니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크게 상처 입은 크레우사는 어떤 문제를 일으킵니다.
서막 (82행 - 236행) 에우리피데스 서사시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새벽이 도래할 무렵 이온은 신들의 삶의 고결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합창은 아테네 와과 왕비가 부하들을 데리고 델피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노래합니다. 여기서는 델피의 예술 작품들 그리고 주위의 정경이 찬란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는 극작품의 배경을 관객에게 알려주기 위함입니다. “첨부되는 장Epeisodion” (237 행 - 451행)에서 어머니와 아들은 처음으로 단둘이 만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관계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온은 크레우사에게 이름과 출신, 그미의 근심사 등에 관해 질문을 던집니다. 이온이 “어머니”하고 말하자, 크레우사는 몹시 당황하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젊은 시절에 자신의 여자 친구는 멋진 사내를 만나, 축제 기간에 열정적으로 그의 성을 탐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크레우사 자신이 체험한 이야기였습니다. 바로 이 순간 크후토스가 무대에 등장하여, 아내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신탁은 부부에게 한 명의 자식을 점지해 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장면은 첫 번째 “막간 노래Stasimon”로 이어집니다. (452행 - 509행). 사람들은 아테네 여신과 아르테미스 여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두 번째 첨부된 장에서 “재인식” 그리고 “술책”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크후토스는 자신 앞에 서 있는 젊은이가 자신의 아들임을 인지할 때 감정이 격해집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크레우사가 이온을 아들로 받아들여, 이온에게 왕권을 이양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여성과 관계하여 태어난 남편의 자식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여성은 세상에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하나의 묘책을 세웁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이온을 일단 친구 아들로 소개하고 그를 손님으로 아티카로 초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막간 노래 (676행 - 725행)는 극작품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크레우사는 아테네의 새로운 주인을 거절하고, 그가 조만간 몰락하기를 은근히 바랍니다. 세 번째 첨부된 장 (725행 - 1047 행)에서 크레우사는 아버지를 모시던 나이 많은 시종과 함께 무대에 등장합니다. 이때 합창은 그미에게 신탁의 내용을 전합니다. 즉 크레우사는 이후에도 자식을 출산하지 못하겠지만, 남편 크후토스에게는 후사가 있다고 했습니다. 즉 신께서 남편에게 아들 한 명을 선물하게 되리라고 했습니다.
이때 나이든 하인은 모든 상황을 분명하게 파악한 다음에, 어떤 두 번째 술책을 왕녀에게 제시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이온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테네를 다스릴 수 있는 정치적 권한을 낯선 남자에게 빼앗긴다고 했습니다. 이때 크레우사는 자신에게 행운을 안겨주지 않는 신을 원망하며, 신께서 자신을 배반한 데 대한 노여움 내지 고통스러움을 처절하게 드러냅니다. 그미는 나이든 하인의 충고를 받아들여서 젊은 청년 이온을 독살하기로 작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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