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315) 성과 결혼 그리고 계층

필자 (匹子) 2016. 1. 7. 10:43

수컷의 사랑이 순간적 격정으로 타오르는 불꽃 (火性)이라면, 암컷의 사랑은 잉여 주이상스로서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는 물 (水性)과 유사하다. 그런데 사랑에 결혼이라는 딱지가 붙게 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재독인사 어수갑씨는 언젠가 유럽이 재미없는 천국이라면, 한반도는 재미있는 지옥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비유를 부부의 삶과 싱글의 삶에 적용하면 어떨까? 호모 아만스는 결혼으로 인하여 때로는 어느 정도의 부자유를 감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혼인이라는 열쇠는 드물지만, 때로는 자신을 신방에 갇히게 하기 때문이다. 싱글의 삶이 불편한 자유를 느끼게 한다면, 부부의 삶은 편안한 부자유를 느끼게 할까?

 

자연에서 날아다니는 암컷과 수컷은 콩 한 알도 나누어먹으며 정조를 지키지만, 거대한 새장 속의 새들은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누린다. 아니, 작은 새장을 고려해 보기로 하자. 작은 새장 속의 암컷과 수컷은 적어도 서로 사랑하는 동안에는 탈출구를 의식하지 않는다. 새장의 자물쇠가 의식되는 경우는 사랑이 파탄 나기 전후의 시점이다. 확실한 것은 영원히 지속되는 애정관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신비적 합일 unio mystica”을 평생 누리려는 갈망이 결혼의 의미를 강화시키고 그리고 미화시킨다. 호모 아만스는 임의 육체를 탐함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거듭 확인하고 싶어 한다. 어디 그뿐이랴, 우리는 믿음과 책임감으로써 부부 공동체의 관계를 오래 지속시키고 싶어 한다. 사랑을 영원히 지속시키는 게 불가능한 까닭은 실제 현실 속의 힘들고 까다로운 삶의 정황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사랑하는 두 사람의 오래 지속되는 애정 관계가 비록 허상을 담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참 아름답게 보인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