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자본주의의 틈새를 공략하는 생태 공동체, 스키너 (3)

필자 (匹子) 2020. 9. 9. 10:03

(앞에서 계속됩니다.)

 

12. 작품의 발단, 소설의 형식: 일단 작품의 줄거리를 살펴보기로 하자. 작품의 주인공, “나”는 “버리스”라는 이름을 지닌 심리학 교수이다. 방학이 되기 전에 로저스라는 학생이 그를 찾아온다. 로저스는 신문에서 어떤 기이한 기사를 읽었다고 했다. 그것은 대학에서 약 100 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월든 투”라는 이름의 대안 공동체에 관한 기사였다. 공동체를 이끄는 사람은 T. E. 프레이저라는 심리학자라는 것이었다.

 

이때 버리스는 언젠가 고등학교 다닐 때 그를 얼핏 만난 적이 있었음을 떠올린다. 로저스가 말한 신문을 뒤져보니, 거기에는 대안 공동체에 관한 기사 그리고 주소 등이 적혀 있었다. 버리스는 대안공동체에 서서히 흥미로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몇몇 친구들과 그곳을 방문해도 좋은가? 하는 문의의 편지를 보낸다. 조만간 주인공은 프레이저로부터 공동체를 방문해도 좋다는 답신을 받게 된다. 그리하여 여섯 명의 방문 팀이 구성된다. 주인공 버리스, 로저스와 그의 약혼녀 바바라, 로저스의 친구인 스티브와 그의 약혼녀 메리 그리고 철학 교수인 어거스틴 캐슬이 그들이었다.

 

13. 등장인물들: 주인공인 “나”, 버리스는 지적이며 영리한 대학 교수이다. 그는 대학에서의 학문 연구에 약간의 피곤함을 느낀다. 처음에는 월든 투 공동체에 대해 회의적이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공동체의 삶에 서서히 열광한다. 3일간의 방문을 마치고 대학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역에 도착했으나, 결국 대학에서의 학자로서의 삶을 저버리고 월든 공동체로 되돌아와, 거기서 뼈를 묻기로 결심한다.

 

두 번째 인물인 프레이저는 탁월한 언변의 소유자로서 공동체의 제반 사항을 방문객에게 전달해 준다. 그는 때로는 현학적이며, 내심 커다란 지배욕을 품고 있다. 프레이저는 일찍이 중앙집권의 자본주의 체제인 미국 사회에 거부감을 느끼고, 오래 전에 월든 공동체를 이끌게 되었다. 세 번째 인물은 어거스틴 캐슬이다. 그는 주인공의 대학 동료로서 철학을 가르치는 지식인이다. 어거스틴의 논리는 매우 정연하지만, 그의 마음은 편협하며 고루하다. 어거스틴은 특히 월든 투 공동체의 교육 방법에 이의를 제기하며, 공동체의 생활 방식에 동의하지 못하고, 나중에 이곳을 영원히 떠난다.

 

로저스는 전형적인 미국인으로서 자동차, 멋진 가옥 그리고 부귀영화에 집착한다. 그는 여자 친구 바바라와 마찬가지로 공동체의 삶에 갑갑함을 느끼고 미련 없이 공동체를 떠난다. 나머지 인물로서 우리는 스티브를 들 수 있다. 스티브는 로저스가 군대에서 처음 만난 친구인데, 심성이 조용하며, 월든 투 공동체를 마침내 발견한 자신의 고향으로 여긴다. 그는 여자 친구 메리와 함께 월든 투 공동체에서 정주하기로 결심한다.

 

14. 미국의 자본주의 질서에 대한 반대급부의 상 (1): 월든 투 공동체는 약 1000명의 거주자로 구성되어 있다. 프레이저를 포함한 초창기의 공동체 사람들은 패망한 농가 건물을 싼 값에 구매하여 집을 복구하였다. 공동체 사람들은 거주지 뿐 아니라, 인접한 주위 환경을 개선하는 데 노력하였다. 도로를 확장하고, 연못을 만들어 식수를 마련하며,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여러 가지 종류의 나무를 심었다. 공동체는 외부로부터 단절되어 있는데, 그곳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한 명의 지도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공동체에는 프레이저를 포함한 다섯 명의 대변인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어떠한 결정 권한을 지니고 있지 않다. 대표 단체에게 주어진 권한은 공동체에 속하는 사람들의 의사를 수렴하여 이를 반영하는 것밖에는 아무 것도 없다. 공동체에서 지배자와 피지배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키너는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지배의 모티프는 우리에게 낯설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공동체 전체를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 자연에 대한 승리, 우리 자신에 대한 승리는 용인되지만, 타인에 대한 승리는 결코 용인되지 않는다.”

 

15. 미국의 자본주의 질서에 대한 반대급부의 상 (2): 경제적 측면에서도 월든 투 공동체는 미국 자본주의 체제와는 다르다. 이를테면 월든 투 공동체는 단순한 삶, 자급자족 경제를 찬양한다. 월든 투 공동체는 자본주의와 국가 차원의 사회주의를 반반으로 섞어놓은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유 재산은 부분적으로 용인된다는 점에서 공동체는 자본주의적 특성을 지니지만, 모든 물품들이 이윤을 위해서 생산되는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생산된다는 점에서 사회주의의 특징을 지닌다. 공동체에서는 노동 자체가 재미있는 일감으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노동의 소외를 더 이상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노동 자체가 여가 생활이라는 것이다. 공동체는 특히 육체노동, 단순한 삶 그리고 자연스러운 욕망 추구의 생활 방식 등을 권장한다. 공동체는 상품의 소비를 중시하는 미국의 자본주의 경제 질서에 대한 반대급부의 상으로서, 이곳 사람들은 갈등 없는 사회구성체 내에서의 개별 인간들의 평화로운 공동의 삶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노동을 줄이는 것을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업으로 이해되고 있다. “스스로 소비하는 재화의 양을 줄이게 되면, 우리는 불필요한 노동을 위해서 시간낭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16. 의식주. 노동과 여가의 구분이 없다: 공동체의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고, 창의적이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대인관계에 있어서 원만하며, 자유연애를 실천하며 살아간다. 그들이 누구와 친하게 지내든, 누구와 사랑을 나누든 간에 이에 간섭하고 제재를 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월든 투 공동체 사람들은 음악, 미술, 문학 등 여러 분야에서 예술적 창조 작업을 즐긴다. 또 한 가지 언급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월든 투 공동체가 내세우는 휴식의 중요성이다.

 

마치 로마 사람들이 “여가 Otium”를 “비-여가 Nec-Otium”, 즉 노동보다도 더 중요하게 여겼듯이, 공동체 사람들 역시 휴식, 잠 그리고 식사를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월든 투 공동체에서는 노동과 여가의 구분이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양의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행하기 때문이다. 공동체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옷을 입고, 공동으로 식사한다. 식당은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는데, 미국식, 스웨덴 식 그리고 영국식 뷔페로 이루어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식사하기 때문에 설거지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소모된다. 그래서 공동체는 예외적으로 기계로 된 자동 세척기를 도입하고 있다.

 

17. 공동체의 정치 구조와 경제생활: 공동체 구성원들은 네 가지로 나누어진다. 1. 계획자, 2. 매니저, 3. 과학자, 4. 노동자. 첫 번째의 그룹은 계획자를 가리킨다. 월든 투의 실질적 권한은 6명의 계획자들이 지니고 있다. 이들은 남자 3명과 여자 3명으로 구성되는 소규모 그룹인데, 공동체의 모든 활동을 감독하고 책임을 진다. 이들은 매니저의 활동을 심사하고 이들의 사업계획 그리고 업무 현황 등을 감독한다. 계획자는 10년 이상 보직을 맡을 수 없으며, 10년이 지나면 다른 사람으로 교체된다.

 

두 번째의 그룹은 매니저를 가리킨다. 매니저는 공동체의 소규모 그룹의 대표라고 생각하면 족하다. 그들은 생산과 분배에 관한 모든 일을 책임지고 있다. 이를테면 음식, 공동체 사람들의 건강, 노동, 교육 그리고 예술 등이 바로 매니저의 일감이다. 매니저는 노동자들의 작업 현황 등을 살피고, 노동 평점을 매기는 일을 담당한다. 특이한 것은 매니저가 투표에 의해서 선출되는 게 아니라, 계획자에 의해서 임명된다는 사실이다.

 

세 번째 그룹은 과학자들을 가리킨다. 과학자들은 일종의 전문적 노동자들로서 동물 사육과 식물의 재배를 통하여 여러 가지 실험을 행한다. 그들은 이를테면 영아의 행동 조절을 연구하고, 수많은 유형의 교육 과정의 이론과 실제를 검토한다. 또한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원자재에 관한 분석과 개발 등을 연구한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