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틈새를 공략하는 생태 공동체, 스키너 (2)

6. 스키너의 삶 (1): 스키너는 행동주의를 연구한 자연과학자의 한계를 넘어서, 작가로서 어떤 유토피아를 설계하였다. 스키너는 1904년 3월 2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서스케하나라는 소도시에서 시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거대한 정치적 야망을 품은 변호사였다. 그는 미국 공화당 후보로서 서스케하나 시장 후보자로 출마하였는데, 번번이 낙선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결혼 전에 속기사로 일하였는데, 결혼 후에도 여러 직업을 전전하였다. 그의 어머니, 그레이스 매지 스키너는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철저한 여성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스키너는 사회적 인습을 존중하고 명확한 생활방식을 중시하는 가정에서 태어난 셈이다. 비록 도덕적으로는 근엄하지만, 자유롭고 폭력 없는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랐다고 나중에 술회한 바 있다. 스키너는 모범생으로서 무언가 발명하기를 좋아하고, 재즈 밴드를 결성하여 음악을 연주하기도 하였다. 그에게 감동을 준 작가는 셰익스피어와 프랜시스 베이컨이었다고 한다. 베이컨의 『노붐 오르가논』 그리고 『새로운 아틀란티스』는 스키너의 자연 과학 연구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7. 스키너의 삶 (2): 1922년 스키너는 뉴욕의 클린턴에 있는 해밀턴 대학에 입학하여, 영어영문학 그리고 라틴어문학을 공부하였다. 이 시기에 그는 창작에 몰두하여, 시와 단편을 집필하곤 하였다. 1926년 대학을 졸업한 다음 작가로 성공하려는 그의 결심은 실패로 돌아간다. 이 시기에 우연히 버트런드 러셀이 쓴 행동주의에 관한 논문을 읽게 된다. 이에 자극을 받은 스키너는 존 B. 왓슨의 행동주의와 그 밖의 책들을 독파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하여 1928년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과에 진학하여 1930년에 석사학위를, 이듬해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관심사는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이론에 대한 비판으로 향했다.

 

뒤이어 스키너는 미네소타의 인디애나 대학교 그리고 하버드 대학의 교수로 일하였다. 게슈탈트 심리학, 정신분석학, 임상심리학을 거쳐서 생물체의 반응에 대한 주위 환경의 영향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나갔다. 스키너에 의하면 동물 분 아니라, 인간의 행동 역시 사회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하며, 주어진 환경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킨다고 한다. 이러한 입장은 이른바 개인의 가치가 자유와 품위에 근거하고 있다는 서구인들의 보편적 견해와는 약간 어긋나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은 수많은 학문적 논쟁의 대상이 되었지만, 역으로 스키너라는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리게 하였다.

 

8. 작품에 대한 미국 독자들의 반응: 스키너의 『월든 투』는 1948년 미국에서 오웰의 『1984년』이 그러했듯이, 처음에는 그다지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기껏해야 몇몇 비평가들이 스키너의 “공격성향 없는 어떤 대안 공동체”에 대해 막연하게 찬사를 보내었을 뿐이다. 스키너의 작품은 이를테면 “평화와 삶의 근원적 의미 그리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많은 사고를 담은 놀라운 문학 유토피아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몇몇 독자들은 『월든 투』가 인간 행동에 관한 스키너의 심리학 연구를 가상적으로 설계한 것이라고 혹평하였다.

 

혹자는 작품이 이른바 “인간을 탈-인간화시키는 행동주의 심리학”이 추구한 일련의 실험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며, 자신의 심리학 이론을 문학이라는 영역에 대입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인간의 육체가 주어진 세계에 순응하고 동화하기 위해서 인위적 방식으로 조작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반응을 고려한다면 스키너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불러일으킨 셈이다. 이는 『월든 투』가 좋든 싫든 간에 어떤 의미를 제시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9. 20세기의 상황, 무엇이 문제인가?: 스키너는 두 가지 관점에서 자신이 처한 시대를 비판하였다. 첫째로 인류는 자기 파괴적인 공격성향을 드러내면서 전쟁을 일으켜 왔다. 20세기 중엽에 이르러 자연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자원은 고갈되기 시작했다. 산업의 발전으로 인하여 환경은 국가 전체의 위기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파괴되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는 제 2차 세계대전이 횡행하던 시기였다. 핵폭탄이 발명되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는 순식간에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그 피해는 인간의 예측을 넘어설 정도로 막강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른바 “미국의 삶의 방식”은 전혀 변화될 기미를 보여주지 않는다. 자연을 약탈하고, 이웃과의 경쟁에서 승리를 구가하며, 과도하게 소비하는 미국 카우보이의 생활관을 생각해 보라. 이와 관련하여 스키너는 다음과 같이 고심하였다. 인류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본능에서 비롯한 공격성향을 떨치고, 마치 인디언이 그러하듯이 평화롭게 자연과 주위 인간들과 아우르면서 살아갈 수 있는가? 하고 말이다. 과거에는 억압당하던 계층, 다시 말해서 프롤레타리아의 행복과 안녕이 가장 절실한 문제였는데, 이제 재앙은 무산계급과 부르주아 사이의 갈등을 넘어서서, 인류 전체를 위협하게 된 셈이다.

 

둘째로 스키너는 중산층 가족 내에서의 여성에 대한 억압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작품 내에서 그가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미국의 중산층 가정 내에서의 남녀 불평등의 구조이다. 이를테면 남자는 결혼한 다음에도 거주지, 직업을 마음대로 선택하고 약간의 향락을 즐길 수 있지만, 여자들은 요리하고, 청소하며, 출산과 육아의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부장주의 사회는 오래 전부터 여성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강권해 왔다는 것이다.

 

10. 스키너의 시대 비판과 이에 대한 심리학적 대안: 스키너는 물리 및 생명 공학도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즉 새로운 에너지원을 발견할 수도 있고, 기존 에너지원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이다. 또 영양가 많은 곡식을 재배하고, 육류보다는 오히려 채식으로써 배를 불릴 수도 있으며, 보다 확실한 피임법으로 인구를 어느 정도 억제시킬 수 있고, 자연과학 기술을 활용하여 가공할 핵전쟁을 막기 위한 난공불락의 방어체계를 구상할 수 있다고 추론한다.

 

그런데 문제는 근본적으로 고도로 발전된 산업 사회에서 인간 행동이 과연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이는 사소하게 보이지만, 결코 하찮은 문제가 아니다. 가령 히틀러는 비정상적인 부모로부터 질투, 시기 그리고 미움의 정서를 무의식적으로 체화했는데, 이는 나중에 결국 수백만의 목숨을 앗아가도록 작용했다. 따라서 일견 지엽적으로 보이는 심리학의 물음은 심리학적 학문 연구의 차원을 넘어서곤 한다. 개인의 심리구조에 관한 사항은 인성 발달 및 인간관계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으므로, 새로운 사회학적 삶의 실험에서 배제될 수 없다.

 

11. 반-국가주의 내지 아나키즘의 공동체의 유형: 스키너의 『월든 투』는 무정부주의의 공동체 유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작은 규모의 지방분권적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푸아니Foigny, 라온텅Lahontan, 디드로Diderot, 푸리에Fourier, 오언Owen 그리고 모리스Morris 등으로 이어지는 유토피아의 계열 속에 편입될 수 있다. 왜냐하면 스키너는 미국 뿐 아니라, 기존의 거대한 국가 체제가 행하는 모든 정책이 궁극적으로 인간들에게 경쟁을 부추기고 급기야는 그들을 전쟁터로 몰아간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체주의의 거대한 국가 구도에 있다고 한다. 이 점에 있어서는 사회주의 국가들 역시 더 나을 게 없다고 스키너는 생각한다.

 

스탈린이 이끄는 소련은 슬라브 민족을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사회주의 국가의 이데올로기를 실천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팽창주의와 전쟁 지향주의에 근거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스키너의 유토피아는 그 지향점에 있어서 일련의 디스토피아 문학 작품과 유사성을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디스토피아 작가들이 국가가 개별 인간의 고유한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을 통렬하게 비난한 반면에, 스키너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에 전체주의의 폭력과 정반대되는 어떤 긍정적인 소규모의 유토피아 모델을 설계한 셈이다.